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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날 어머니와 여동생이 영화를 보고 왔고,

나는 어제인 화요일날 영화를 봤음


영화 보기 전에 어머니가 보고 오셔서 처음 하신말이 "요즘 뭐가 어렵다고 저렇게 징징인지 모르겠다고, 쟤는 저렇게 빙의해대면 신내림 받고 무당을 해야지 왜 천직을 버리고 다른거 하려는걸까? 그리고 어느 애엄마가 커피를 마시려고 직장근처까지 가서 맘충소리를 듣고오냐"라 하시면서 깠음. 그 뒤에 이어지는 "라떼는" 하시는 내용도 있었고. 

어머니께서 그런 말을 하신데에도 사실 이유는 있으실 거임. 영화속 주인공보다 심각한 현실 속에서 사시면서, 자기 부모님에게 대학 학비 지원도 받지 못 하였고, 최루탄 마시면서 공부하시고, 맞벌이보다 못한 상황으로 혼자서 애 둘을 기르시면서, 회사에서 승진하다 못해 부서를 만들어 버리고 사장이랑 독대하고 있으니. 당장 어제도 "요즘은 밥도 시키면 다 다음날 아침에 택배로 와 있고, 기저귀도 일회용 쓰는데, 나 때는 다 시장가서 직접 들고오고 면기저귀 빨아가면서 썼다" 하시는데 마치 남성들이 군대 2년 지내보면서 '많이 편해졌는데 불평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음.


그렇다고 영화가 저렇게 비판만 받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아닌게, 내 사촌형이 88년생이고, 형수님이 87년생이며, 조카가 이제 3살이고 형수님이 결혼과 맞물려 직장 그만두시고 애를 맡기고 잠깐잠깐 알바하시려 하는 것도 있어서 저 가족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에 크게 도움이 되더라. 형도 고민이 많고 형수님도 복직 고민 많으시고, 형 어머님은 또 고지식하셔서 자기 자식이 쓰레기 버리는 것 가지고도 뭐라 하시는... 영화 속 시어머니와 좀 비슷한 모습도 보였고. 나는 제사도 지내지 않고, 명절도 딱히 챙기지 않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집안에서 자라서(명절 때 전도 그냥 사오는게 당연한 집안) 명절 때 일어나는 시어머니의 '인성'도 화가 났고, 회사 몰래카메라는 작위적이긴 했지만 그 이후 지하철 화장실에서 멈칫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구나 싶긴 하더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쪽 담화를 담기 위해서 작위적이며 흐름이 끊기는 듯한 장면들이 아쉽고, 정유미 빙의할 때 목소리나 말투가 아예 다른 사람인거 처럼 바뀌지 못 한 것도 아쉬웠음. 다만 주변에서 비슷한 또래의 애가 자라는 상황이면 그 집안의 상황과 겹쳐보이면서 안타까운 상황과 불합리함에 같이 슬퍼하고 분개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고.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흐름에 거슬리는 작위성 있는 장면들이 "아 이건 아닌데?" 싶게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음. 자연풍경 속에 시멘트 건물 하나 서 있으면 당연히 그게 튀어 보이는 것 처럼 좀 많이 거슬림.


별 5개 중에 3.5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