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fuckeduplife/102481282?p=1

이거 지원하면서 여러군데 넣었었고 문자 여러개 주고 받았었거든

그러던 와중에 어떤 말 하나가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

자퇴하고 알바 전전하는 분이 학원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맞는 말이지 객관적으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 위치니까 꾹 참고 더 노력하려고 했거든

근데 너무 서럽다.....


고3 때 부모님께 맞은 걸 담임이 알게 돼서 수능 직전까지도 교무실에 계속 불려다녔어

설상가상으로 부모님보다 의지했던 은사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장례식도 못 갔다

정신없는 와중에 저녁 걸러가면서 학교에서 쓰러질 정도로 공부했어

영어가 3 떠서 그렇지 다른 과목은 합쳐서 3개 틀렸다

잘 본거지만 더 잘 할 수 있었거든....


그래서 2번 째 수능을 보려고 또 피 터지게 공부했어

쉬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손에 물집 잡힐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했는데 

그 해 수능날 국어를 밀려썼다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시험지 받자마자 낱장 단위로 잘 분리해놓고 혹여 겹칠까봐 핸드크림도 발라가며 대비했다

그런데 시험지가 마킹하는 순간에 두 장이 붙어있더라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수학은 정신놓고 거의 못 풀었는데 영어랑 탐구 2개는 만점이었다

국어는 반타작....

그냥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서 포기했었다

내 노력으로 되는게 아니잖아 이런 건


난 할 수 있는게 더 많은데

객관적으로 해놓은 게 없으니까...

겨우 수능 하나 망친 거로 치졸하게 도망쳐서 남들은 다 준비하는 자격증 영어공부 대학생활 하나도 안 했으니까..

반쯤 폐인처럼 살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는 사람이 되어있다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우기고 싶은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럴 수 있나 싶어서

꾹 참다가 마지막에 연락왔던 학원에서 경력 물어보고 그냥 답장 안하길래 최대한 정중히 말했다

내 공백기를 설명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경력이지만

개인적으로 일이 있었다

장난으로 지원했던 건 아니고, 학생들이랑 지내면서 나도 다시 공부해보고 싶었다

부족한 실력으로 지원해서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면접은 보겠다고 내일 와보란다

감정에 호소해서 남한테 변명한 내가 너무 창피스럽다

그래도 진짜 할 수 있는거 증명해보이고 싶어서 손글씨로 개념 한장 정리했던 자료하고, 작년 수능 국어 독서/문학 한 지문씩 분석한거 가져갈 생각이다

시험 감독 정도고 실제로 누구 가르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날 증명해야 될 것 같더라


사실 진짜 할 수 있는거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최대한 힘내서 면접에 임해보고, 안되더라도 이번 기회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좀 알 것 같아서, 다시 공부해서 시험 준비할 것 같다


아무튼 왜 탈선했는지 변명 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