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백수인데 최근에 광기에 찬 광고보고 여기 알게됨


난 어릴때부터 모든게 벅찼음. 사람들과 어울리고 학원 학교 다니는 모든 과정이 그냥 무섭고 고통의 연속이었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면 그건 좋은 대학 가면 모든게 잘 풀릴꺼라는 부모님이 심어준 근거없는 믿음..


결국 모든걸 쥐어짜내 들어가보니까 현실은 냉정하더라.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구나, 무한경쟁은 내가 죽기 전까지 끝나는게 아니었구나 라는 뒤늦은 깨달음이 오니까 그냥 거기서 마음이 망가져버린 것 같음.


비슷한 시기에 부모님은 이혼을 했음. 얘기 들어보면 그냥 같이 살 수 없는 부류였는데 구질구질하게 이어간 결과 막장 드라마는 명함도 못내미는 추악함의 극치를 보이며 가정이 공중분해됨. 난 여기서 이미 학을 떼고 결혼따위 절때 안한다고 결심함.


그냥 가족도 사람도 다 싫어서 독립해서 혼자 살려고 회사를 다니게됨. 그런데 이게 관짝에 못질하는 결과로 이어짐. 철야는 기본에 며칠씩 잠못자면서 일하다보니 그나마 남아있던 열정 의욕 자신감 등은 다 사라지고 직장동료들도 못버티고 도망가거나 짤려서 결국 회사가 절딴남. 내가 퇴사할때 남은건 나랑 신입 두명 뿐이었음..


그렇게 내 자취방으로 돌아와 반년 넘게 시체처럼 은둔생활을 시작함. 아이러니하게도 이때가 내 삶 중 가장 행복한 시기였음. 쓸 시간이 없어서 계속 모이기만 한 돈 그냥 막 쓰고 내킬때 자고 먹고 놀고 ㅎㅎ


하지만 행복한 날도 잠시, 엄마가 사실을 알고 난 다시 본가에 합류하게 됨. 아빠는 이혼해서 없는 상태고.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음. 공무원부터 노가다, 장의사까지. 그런데 문제는 이때쯤엔 나 스스로 살 의미나 의욕조차 다 잃은 상태였다는거. 그저 남한테 피해끼치지 않기 위해 억지로 하려니 될리가 없었음.


결국 마음의 병부터 고치기로 하고 정신과를 찾아감. 사실 예전에도 여러번 상담이나 약물치료 받긴 했지만 딱히 변화가 없어서 하다 말고 반복이었음. 그런데 이번엔 내가 adhd가 있다는 전혀 생각지 못한 진단을 받게됨. 이게 무서운게, 누군가 암에 걸렸다거나 지적장애가 있다거나 하면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함. 의지나 노력 그런걸로 해결되는 수준의 병이 아니라는걸. 하지만 adhd? 그게 뭔데씹덕아 너가 게을러서 그런거 아냐? 이게 내가 받는 시선임.


여하튼 이걸 계기로 내가 그동안 왜 사는게 그리 힘들었는지 남은 이해를 못해도 나 스스로는 알게되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게 됨. 그런데 이제 내 나이는 서른 중반 ㅎㅎ 사실 남의 이해나 위로도 필요없음. 이미 이 세상은 나같은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잃을것도 없고 맘은 편함.


너무 얘기가 어두워지는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쓸게 담엔 내가 백수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써볼까 싶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