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29살이고 실업계 고등학교 나왔음

고3 때 취업이라고 갔던 곳은 삼성 하청업체

거기서 시다질 하다가 1달만에 그만둠 


일이 ㅈ같은 것도 그렇고 젤 컸던건 집이 서울에 

있는데 일터는 수원 쪽에 있어서 노땅 아저씨들

이랑 기숙사 쓰는데 숨 막혀서 뒤질 거 같았음 


암튼 그렇게 취업도 대학도 가지 않았던 나는 

부모님이 "넌 이제 뭐할래?" 를 시작으로 

잔소리 퍼레이드 하는게 두려워서 도피처로 

맘에도 없던 사이버 대학을 들어감

그 과정에서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함



그렇게 20살부터 약 1년간 대학 다니는 척하는

백수생활을 했고 21살 5월 말 이렇게 살 바에

군대라도 빨리 다녀오자 맘 먹고 징집으로 

현역입대를 하게 됨 그 때 엄마 아빠 우는 모습

처음봐서 적잖이 놀랐음 그리고 근처애서 먹었던

불고기는 더럽게 질기고 비쌌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암튼 훈련소랑 102보충대 거쳐서 내가 배정받은

자대는 한 병원부대였는데 난 솔직히 이 때 

내 평생 운 다 썼다고 생각함 처음에 인사행정병 

가서 부대원 휴가종합 같은거 하면서 지냈는데 

인사행정과장이 병원장실에 CP병이 1명 비는데 

할 생각 없냐해서 냉큼 한다고 했음 


CP병이 뭐하는 거냐면 걍 병원장 시다바리 하면서 타부대에서 계급 높은 간부들 오면 차나 한 잔 

타주고 병원장이 업무로 나갈 일 있으면 운전병한테 연락해서 차 대기시켜놓고 필요한 물품들 챙겨서

운전병한테 전달만 하면되는 개꿀보직이었음


그래서 동기놈들이 야 꿀쟁이~ 어 저기 커피포트병

온다~ 이러고 ㅈㄴ 놀려댔음 암튼 그렇게 평탄한

군생활이 끝나고 3월 1일에 전역함과 동시에

사이버대학은 자퇴함



그렇게 전역하고 4월 중순까지 1달 반 놀다가

엄마가 "야 너 할 거 없으면 여기 면접이나 봐!!"

이러길래 어딘가 봤더니 호텔 하우스맨이었음 


하는 일은 해당 층 객실 정비하는 여사님들 있는 

층마다 수건이나 베게 침대커버 수건 등등 뿌리고

객실에서 요청하는 것들을 처리하는 일이었음


나 유치원다닐 때부터 엄마가 호텔 쪽 여기저기 

다니셔서 아는 사람한테 건너 건너 어디에 사람이 비는지 아시는 거 같았음 그래서 면접 봤는데 한 번에 붙어서 1년 다니다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

1월에 그만두고 3달간 쉬었음



그러다가 알바몬에서 호텔 사우나 모집공고 보고

어찌어찌 맞아서 3년 반 정도 있었고 퇴사하고

1달 쉬고 또 사우나 쪽 갔는데 사우나만 보는줄

알았더니 음식 서빙이랑 객실 정리 탕 청소 등

면접 땐 말도 없었던 일들을 하게 돼서 3개월

하고 그만두고 또 쉬다가 지금 9개월째 호텔

사우나 쪽에서 근무하고 있음 


암튼 엄마 잔소리로 시작된 호텔 쪽 일을

20대 초반 군대 다녀와서 지금까지 다녔다

그만두고를 반복하고 있음 존나 한심하지 않음?


남들은 각자 자리에서 올라가거나  하고싶은

일 찾아서 자기 능력 키우는데 난 사지 멀쩡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 생각도 없이 

하고있으니까 자격증도 없고 남들 다 딴다는

면허도 없음 차 가질 능력도 안되고 따봤자

장롱면허 될 게 너무 뻔하더라고


솔직히 지금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음

캥거루족 하니까 월세나 공과금은 안나감

요즘은 유튜브 보면서 국이나 제육볶음 같은거

따라서 해보고 있는데 엄마가 맛있다고 말해주니까

되게 뿌듯하긴 했음...


내년 2월 말에 여기 계약종료되면 실업급여

타거나 다른 호텔로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소장이 그러던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이제 나이도 제법 차서 마냥 쉴 순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고 있음


재미없고 두서도 없는 글 읽어줘서 고맙고

걍 같은 고졸이 한마디 하자면 진짜 편돌이든

뭐든지 좋으니까 작은 일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음 


이제 30 바라보는 나이인데 20대 초에 1년 

쉰거랑 직장 관두고 몇 달씩 쉰 거 다 합치면

1년 반~정도 되는데 그 기간에 일이라도 다녔으면

목돈 만들어서 부모님한테 쓰던가 나한테 쓰던가

했을텐데 그게 많이 후회 되더라고


비록 고졸이지만 각박한 세상 각자 열심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