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비행기가 좋았어
달달거리는 프로펠러 비행기 소리부터
쉬이 하며 나오는 제트 엔진까지
때로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날라다니는 제트기가
멀리서 비행운만 남기고 날아다닌 비행기가
그냥 멋지더라
그렇게 나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어
이때부터 힘들어지더라

중학생 때 척추측만증으로 허리가 30도 넘게 휘어져서
조종사의 꿈은 포기하기로 했어
대신 비행기를 만들고 싶어졌어
엔진 뒤에서 나오는 그 뜨거운 불꽃이
참 예쁘더라
그런 에뻐보이는 엔진을 만들고 싶었어
그리고 내가 만든 전투기를 타고 싶어졌어

어릴 때 부터 좋아했던터라
비행기 게임도 즐겨하고 그랬었어
그만큼 게임을 끊기도 어려웠지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건 아니었어
과학고에 들어갔으니까

근데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힘들더라
놀고 싶은데 공부는 해야하고
계속 미루고 싶고
친구들과 노는게 재밌었어
같이 밥먹고
같이 기숙사에서 자고
과자도 새벽에 몰래 기숙사에서 먹어보고

근데 신기한건
시험기간에는 다 열심히 공부하는거 같더라
근데 난 놀고 싶었어
참으면서 가끔은 놀기도 하면서 공부했지
첫 시험은 막 못본거도 아니고 딱 중간이었어
나는 서울대를 진짜 가고싶었어
그렇기에 중간이라는 이 성적은
나한테 힘들었지
두번째 시험은 진짜로 열심히했어

참을거 다 참고
그렇게 열심히 한게
중상위권에 머물더라
그때 느꼈어
그냥 하기 싫었어
빨리 내가 좋아하는 비행기를 만지고 싶었어
아빠랑 ADEX도 가고 싶었어

이 세상은 왜
내가 좋아하는 분야만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갈 수 없는지
슬펐어
내 성적은 오르지 않았어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더라

2학년이 되니까 서울대 가는 친구도 있고 의대 가는 친구도 있고 카이스트 가는 친구도 있고 그러더라
과학고 꼴지는 대학도 못 간다는 말에 덜컥 무서웠어
등평 7등급 아래는 정시 밖에 없다는 거를 알았을 때
괜히 내가 아닌데도 무서웠어
좋아하는 친구도 생겼는데
나는 공부를 못하니까 마음속에서 생각만 하게 되더라
말도 못 걸겠고

좀 있으면 당장 중간고사인데
공부는 남들보다 아직 덜 한거 같고
학원도 째고
놀고싶고
비행기 보러가고 싶고
자고싶어

하고싶은게 너무 많이
머리속도 복잡하고
그라디언트 델 컬
외워야 할거는 많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유형의 문제를 풀어야 하고
1등급을 맞아야 하고
무섭고

그냥 다 때려치고 싶더라
너무 복잡해
나도 개랑 사귀고 싶은데
공부는 잘해야 하고
놀고 싶은데
대학은 가야하고

그냥 궁금하더라
1등급 맞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과학고라는 곳에서
대학을 선배들은 어떻게 갔는지
안 놀고 싶었는지
어떻게 참았는지
내 인생은 왜 이런지

더 이상 대학 못가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우리집이 넉넉한 형편은 아닌데
두려워

시험기간에 이러고 있는거 조차 무서워
그냥 힘들어
공부를 잘하게 되면
개한테 고백할 수 있고
대학도 갈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전투기도 만들 수 있어서
그래서 공부를 잘 하고 싶어
그래서 못할까봐 더 무서워

나도 팬텀처럼
센 엔진으로 힘차게 날고 싶은데
애프터버너에 불 조차 들어오지 않아서
그래서 무서워
나 어떡하지


(고딩이라서 미자인데 글 문제되면 내릴게 그리고 개인정보 때문에 걱정되서 가짜계정 만들어서 쓴거야... 문제되면 내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