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극심한 공황이 왔다

숨 못 쉬는 건 당연하고 완전 멘탈 박살나고 패닉에 빠져서 구석에 웅크리고 몇 시간을 펑펑 울기만 함

3주 간 약 타 먹고 병원 다니면서 안 그랬다가 오랜만에 그런 거라 더 놀랐다

원래 잠깐 그러다 말아야하는데 한번 그렇게 놀라니까 괜찮아졌고 나아졌다는 기분은 싹 사라지고 또 시작이다 나는 또 실패한거고 절대 못 나을 거고 공부는 무슨 제대로 자고 일어나는 것도 못할 거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음

일단 밥부터 먹고 약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밥 챙겨먹었는데 전혀 안 괜찮아짐


그래도 앉아서 공부하고 집중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앉아서 수학 해보는데

너 따위가???? 이걸 풀어????? 니가 이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가 죽어라 어차피 못 할거 그냥 뒤지고 끝내라고

이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움

문제 풀다가 숨도 안 쉬어지고 가슴도 아프니까 고통스러워서 또 울었다


원래도 종종 그랬지만 사람이 괜찮아졌다가 그러니까 거기에서 오는 간극 때문에 더 힘들다

의사가 회복 속도가 이상하게 너무 빠르고 약효도 너무 빨리 들어서 조금 의심스럽다고, 지금 들뜨는 기분 드시면 꼭 얘기하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몇 주간 들떠있던 게 맞던 것 같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회복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무 이유도 없이 와장창 깨져버리니까 무슨 신의 장난 같음


숨을 너무 못 쉬어서 헉헉대다가 어떻게든 1시에 출근해서 일하기 시작함

어제는 빠릿빠릿 일하고 잘 웃다가 갑자기 멍하니 앉아서 느릿느릿 움직이고 만사가 갑자기 귀찮아지니까 나도 내가 낯설다

공부해보려고 책 펴놓고 눈으로 읽었는데 너무 불안해서 머리에 안 들어옴

가만히 있는 게 힘들어서 일하면서도 계속 왔다갔다 거림


17시에 일 끝나고 학원에서 일 가르쳐 주겠다고 오래서 잠시 갔다왔는데 햇빛 따뜻하고 꽃 예쁘게 핀 거리 보니까 조금이나마 진정됐다

어쩌다보니 상담실장 하실 분하고 30분 떠들고 친해짐

너무 힘들었는데 사람이랑 대화하고 웃으니까 계속 불안에 떨던게 좀 가라앉았음

원장님께서 생각보다 국어 너무 잘해서 중학생 채점 이외에 질의응답도 맡긴다고 해주셔서 멍해져있던 정신이 잠깐 팍 들었다

누구 가르치려면 이런 상태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 잡게 되더라


저녁 집 오는 길에 사 먹고, 먹으면서 생명 필기노트 복습함

집에 와서 생명 인강이라도 듣고 자려했는데 오늘 너무 긴장해있고 불안해해서 그런지 온몸에 진이 다 빠지네

2시간 넘게 누워있었음

공부 많이 못함....그래서 일기 올리기도 좀 그랬지만 인간이 항상 훌륭할 순 없으니까

항상 합리화 하는 것 같지만 오늘만큼은 진짜 합리화 안하면 무너질 것 같다 온몸이 긴장해서 부들부들 떨림


하루종일 윤동주 시인의 병원이라는 시 구절이 머리에 맴돌았음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난 성내서는 안된다

왜 성내서는 안됐을까 

시인이 왜 하필 그 구절을 선택한 걸까

불안하고 제대로 숨도 못 쉬는 와중에 이상하게 계속 그 생각만 집중해서 하게 됐음

그러다보니 생각난 건데 시련과 피로에 휘둘려서 신경질 내고 화내다보면 스스로를 잃게 되니까 그런게 아니었을까...


무언가를 지향하고 즐겁게 공부하는 나를 잃어버리고 싶진 않았거든

근데 그걸 단 하루 만에 그것도 아무 이유도 없이 모든 걸 잃은 기분이라 너무 절망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제의 내가 죽어버린 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이겨내고 의사를 만나서 얘기해봐야겠지

아니면 예약을 앞당겨서라도 어떻게 해결해봐야겠다

내 의지로 만든 불안도 아니고 뇌의 잘못된 작용인건데 거기에 휘둘려서 내 전부를 잃고 싶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