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게 잠깐이길 바랐는데 어김없이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개끔찍했음

잠도 너무 심하게 많이 자고 배고파서 계속 꼬르륵 거리는데도 밥 먹을 힘이 없어서 몇 시간을 미루다가 11시나 돼서 첫 끼를 먹음

씻는 것도 힘들어서 계속 미루고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서 참음

그래서 뭘 했냐 아무것도 안함

안하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울기만 함

그래도 약 먹으니 조금 움직일 힘이 나서 설거지하고 빨래 정리하고 방도 치움

치우고 다시 쭈그려서 몇 시간을 멍 때리다가 잠듦

차라리 게임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게임할 힘도 없음


저녁 먹는 것도 미루다가 7시 다 돼서 겨우 챙겨먹고 약 먹었는데 갑자기 기분이 심하게 좋아짐

찾아보니까 항우울제 잘못 쓰면 조증 일어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진짜 양극성 장애가 맞는 듯 

저녁 약만 항우울제임

오전에 아무것도 못하던 인간이 나가서 미친듯이 6km를 뛰어다니다가 옴

너무 힘든데 내가 내 몸을 주체를 못하겠더라 힘이 너무 넘치고 기분 좋고 신나고 진짜 돌아버릴 것 같음

집에 와서 너무 힘들어서 쓰러져있다가 공부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생명 복습만 좀 해줬음


사실 의사 선생님한테 말을 안한 게 있는데 3주 내내 기분 좋을 때 충동적으로 쓴 돈이 100만원이 훌쩍 넘음

진짜 쓸데없는데 쓴 거고 난 그 정도 돈을 감당할 만큼 많이 벌지 않는데 충동적으로 저렇게 써버림

근데 돈 쓴게 항상 저녁 즈음이었음

그 얘기를 했으면 선생님이 금방 알아채셨을 것 같은데 쫌 죄송함,,, 앞으로 치료 잘 받으려면 숨기거나 거짓말하지 말아야할 듯

아무튼 나아지진 않았지만 다음주에 병원 가서 약을 바꾸면 괜찮아질 것 같음

힘들어도 좀만 버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