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집 가서 일찍 자려고 미리 쓰는 일기

아침에 완전 늦잠 자고 대충 밥 어떻게 차려먹고 바로 병원으로 뛰어갔다


증상들 지금까지 얘기 안했던거 쭉 차분히 말씀드리고 ssri 임의로 조증이 와서 안 먹었다고 말씀드렸음

예전에 비슷한 이유로 안 먹었다가 멋대로 진단하지마시라고 엄청 혼나고 그 뒤로 병원 안 갔던 기억이 있어서 좀 무서웠음

근데 엄청 흥미로운 표정 지으시더니 

오 저였어도 그 약 빼고 드렸을 거에요. 어떻게 아시고 빼신거지? 양극성 장애라고 판단되는데, 그럼 ssri 드시면 안되거든요. 잘 하셨어요

이러셨음.......의사쌤은 모르시겠지만 엄청 감동받음.....

선생님 너무 좋으신 분이다

기분이 좋으면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분이 나처럼 계속 심하게 좋으면 조증 상태로 비정상이라고 하고, 흔히 정상이라고 하는 건 우울과 좋음 사이를 유지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셨음

2주 전에는 조증이었고 지금은 울증 상태 같다 하시더라

그간 우울장애가 계속 안 나아지고 재발했던거나 adhd로 판단하신 다른 의사분이 계셨던 것도 아마 양극성 장애랑 증상이 비슷해서 오진하셨던 것 같다고 하심


증상 설명해도 한번 진단한거 절대 안 바꾸시는 의사분들도 진짜 많았고, 이 약은 아닌 것 같다고 해도 약 안 드신거 아니냐 나아지려 노력을 하시라 말하는 의사분들만 봐서 불신에 가득 찼었는데 이번엔 좋은 의사분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너무 기뻤음

아무튼 바꿔주실 약 부작용 설명해주시면서 제일 부작용 적은거로 주고 조금씩 증량하신다고 하셨는데 부작용 발생하면 제일 심각한 약이니까 잘 관찰하다가 생기면 이번처럼 바로 약 끊고 병원에 전화해서 오라고 해주셨다

선생님도 어찌보면 날 믿고 처방해주신 걸테니 서로서로 믿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음

그러고는 기분 좋으시면 어떻게든 집에 계시고 기분 안 좋으시면 어떻게든 밖에 나가세요...이러셨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력해봐야겠다

선생님 봐서라도 낫고 공부 잘 해서 다시 인생 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 드는 건 또 처음임


아무튼 집에 돌아와서 수학 문제 조금만 풀고 오늘은 2시간 정도 게임했음

오랜만에 오래 하는 거라 맵 탐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낯선 사람이 내 월드로 들어와서 둘이 2시간을 내리 떠들었다..

게임 스토리 서로 추측하다가 갑자기 턴제 게임이란 무엇인가 설명 듣고 갑자기 이 게임의 문제점 얘기하고

말 잘 통해서 재밌었음ㅋㅋ다음에 또 얘기하자고 하고 옷매무새 정돈하고 출근했다


출근해서 폐기로 나온 김밥 챙겨먹고 약 어떤지 보려고 먹어봤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증 왔을 땐 망상 되게 심하게 하거든

내가 엄청 대단하다는 생각이나 어디서 인터뷰 하는 생각한다던가....근데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동시에 우울하지가 않음

이런 적이 처음이라 낯설고 신기함 정상이라는게 이런거겠지? 난 워낙 어릴 적부터 양극성 장애였어서 정상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많이 졸리다 우울해서 피곤한게 아니라 그간 요동치는 감정 컨트롤하고 계속 억누르고 있는다고 너무 힘들었는데 긴장을 풀어도 내 기분이 더 이상 날뛰지 않으니까 안정되면서 졸림


편안한 기분으로 복습 조금 해주고 일하고 일기 쓰고 있음

너무 너무 편안해

정말 아무 생각 안 든다 신기하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남았으니 그걸로 만족함

내일은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 잠깐 게임 업뎃된거 플레이하다가 일 배우러 나가볼 생각임


모두 좋은 하루 보냈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