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문화의 가장 큰 적폐로 꼽히는 것중 하나가 발전성, 창의성이 결여된 결과물의 대량생산과 이를 통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컨텐츠의 빠른 소모를 랜덤박스라는 교묘한 유사 도박행위로 수명연장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의 게임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는 매우 의문스럽다. 그만큼 한국 게임시장에서 만들어내는 게임의 스타일은 '거기서 거기'다.

 

 이런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자층은 일반적인 게이머가 아니다. 자신이 이런 '하찮은 유흥'에 '얼마든지 돈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퇴폐적 상류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이의 발전에는 하등 관심이 없으며, 다른 이들보다 '우위에 있다'라는 것으로 심리적인 안정감과 타인에 대한 지배욕구를 법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내에서 충족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기형적 소비는 게임 문화, 아니 해당 문명의 복합적 문화발전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조차 즐기고 있다. 왜냐면 자신들의 행동이 하나의 거대 사회권의 규칙마저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혹자는 랜덤박스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하나의 수익 창출요소임으로 무조건적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법 역시 언제든 새로이 생길 수 있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제재와 변화 촉구를 위한 자극원'으로서 새로이 추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지금은 랜덤박스가 합법적 수익창출요소이더라도 새로운 법조항의 추가로 충분히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 세태에 대한 안일한 끼워맞추기 식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합리적인 새로운 조항을 통해 과도한 이익추구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볼때 이는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조치이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한국게임계의 상업성 증진 및 판매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의 유지를 위해선 필요 불가결하다 할 수 있다.

 

 언제나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상호작용적 문화매체로서의 게임의 가치는 가상현실이 상용화 되면서 매우 커졌다. 이러한 실상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재원마저 마모시키는 어리석은 게임사들의 행보에는 분명 성찰과 방침 수정이 필요하다. 부디 한국 게임계에도 AAA급 게임이라 말할 수 있는 빅 타이틀이 하나 쯤 생기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