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장 하드 스팽킹 채널

* 성판이 날아가고, 프레스레드에서는 사실상 쫓겨나고.

곤장을 키워드로 담은 스팽킹 채널에서도 종종 시선이 좋지 않은.

곤장 자체가 워낙 미디어 노출이 점점 줄어서겠지.

여기 게시판에 던져두면 언젠가 성판서부터 작가분들까지 다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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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한 저잣거리. 어느 날처럼 각자의 생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민초들로 가득 찬 거리지만 오늘은 색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옥서 방향의 거리에서 붉은 군복의 의금부 군졸들이 서슬퍼런 눈빛을 번뜩이며 등장했다.

의금부 군졸들의 위압감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고, 이내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저잣거리를 지배했다.

"길을 비켜라!"

쩌렁쩌렁한 군관의 목소리가 길을 만들었다. 붉은 무리의 가운데에는 필히 고관대작이 있을 법 하였으나 의외로 그 무리의 주인공은 젊은 여인이었다.

붉은 포승줄로 묶여 등 뒤에 결박되어 있는 양 손, 그녀가 겪은 고생을 짐작케 하는 하얗다기보다 누런 색에 가까운 소복, 그 흔한 짚신조차 신지 못하고 흙먼지가 묻고 새까매진 맨발이 그녀가 중죄인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비녀 한 가닥도 꽂지 못한 머리카락 사이로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꽤나 수척해 보였지만 그런 누추한 차림새로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용모에 저잣거리의 남정네들이 군졸들의 서슬퍼런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여인의 이름은 설비, 설비는 한때 젊은 나이에 장원 급제한 유력 가문의 장남의 부인이자 수려한 외모로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낱 불장난으로 여겼던 계집종과의 대식은 그녀의 화려한 삶을 파탄냈다.

조용히 가문 내에서 덮고 넘어가려 했지만 처녀적부터 자주 풍문의 주인공이었던 설비의 스캔들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결국 왕의 귀에까지 들어간 것이다.

결국 설비는 이십대 초반의, 이팔 청춘은 아니었지만 아직 한창인 나이에 소박을 맞고 포도청으로 끌려 간 것이었다.

때마침 한성에서는 잇따른 양반 가문들의 풍기문란 사건이 이어졌고, 설비의 대식 사건은 본보기격으로 처리되었다. 원래대로는 설비 역시 양반인지라 장형 3~40대 정도를 선고받고 속전으로 대신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어야 했으나 왕명에 의해 속전이 불가한 장형 80대와 지방으로의 유배로 결정되었다.

본래 왕명으로 행해지는 장형은 한양에서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종루 사거리에서 행해진다. 특히 설비의 경우에는 지아비가 있는데 계집종과 간통하였다 하여 간통죄와 같이 노둔한 후 장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형조에서 결정하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마를 타고 누볐던 저잣거리를 포승줄에 묶인 채 맨발로 종루 사거리에서 장을 맞기 위해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참 기구한 팔자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근거림을 들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설비의 눈에 종루 사거리가 들어왔다.

종루 밑에는 형의 집행을 위해 임시로 만든 단상이 있었고, 넓은 단상 위에는 열십자 형의 형틀이 놓여 있었다.

설비는 형틀을 보자 곧 엉덩짝을 내놓은 채 저 형틀에 묶여 매를 맞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몸서리쳤다.

형틀 옆에는 각종 곤장, 장, 태 같은 매들이 죽 늘어져 있었다.

뒤로 묶인 설비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의금부 군졸이 설비를 동여맨 포승줄을 잡아당겨 설비를 단상 위로 올라오게 했다.

단상 위로 올라와 형틀 앞에 선 설비는 무대에 선 배우처럼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종루 사거리였지만 오늘은 한양 바닥을 들썩이게 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형벌을 받는다 하니 구경꾼이 더 몰린 듯 했다.

생각보다 많이 모인 관중을 보며 아연실색한 설비의손을 묶던 오라가 풀려졌다. 곧바로 형리가 설비의 손목을 낚아채 그녀를 형틀 위로 엎었다.

형틀 위로 엎어진 설비가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그녀의 양 손목이 좌우로 활짝 벌려져 열십자 모양 형틀의 양 끝에 묶였다. 두 발도 괴어저 한떼 묶였다. 맨발로 끌려오느냐 새까매진 발바닥이 하늘을 향했다. 허리까지 형틀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순식간에 설비는 형틀에 묶여 열십자로 엎드린 모양이 되었다.

형틀에 단단히 묶여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흙먼지 묻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전부였다.

이내 설비를 이곳까지 연행해 온 군관이 설비의 형 집행문을 읽기 시작했다.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로라 하는 집 자제들이 수도 없이 탐하고자 했던 자신의 둔부를 드러낸 채 매를 맞아야 하는 설비는 지금 이 순간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군관이 집행문을 다 읽었다. 이윽고 형리의 거친 손이 그녀의 치마에 닿았다. 겉치마는 죄인 신분에 입지 못하였으니 가장 겉에 두른 속치마가 형리의 손에 끈이 풀려지고 벗겨졌다.

치마가 벗겨지자 속속곳, 이후엔 속바지가 나왔고, 줄줄히 벗겨졌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T팬티를 연상시키는-다리속곳만이 설비의 움찔거리는 둔부를 채 다 가리지도 못한 채 홀로 지키고 있었다.

얇디얇은 다리속곳은 거의 뜯겨져 나오다시피 했고, 그렇게 드디어 설비의 둔부가 만천하에 들어났다. 큼지막한 박 속같이 희고 달덩이처럼 탐스러우먼서도 봉긋하게 예쁜 23세 여인의 둔부가 모습을 들어내자 곳곳에서 낮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하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양새가 되자 여기저기서 질 낮은 남정네들이 희롱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민 아낙들이나 백정계집, 기생 같은 천민들이야 포청 마당에서 물볼기 맞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양반댁 마나님이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궁둥이를 다 들어내고 매를 맞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유독 더 짖궂은 듯 했다.

설비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건 현실이다. 차라리 맞고 까무라치자, 얼른 때려라'

설비의 바람에 답하기라도 한 것일까. 곧 형리에 손에 들린 장이 설비의 하얀 볼기짝 위로 올라갔다.

짜-악!

"하나요!"

설비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볼기살과 장이 만든 소리는 귀를 얼얼하게 만들었고 볼기에 벼락을 맞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이런 매를 80대씩이나 맞으면 여기서 죽는다는 생각이 -생각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 머릿속에 강렬히 새겨졌다.

짜-악!

"둘이요!"

볼기의 고통에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떨어진 두번째 매는 그 숨을 삼켜 버렸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부끄럽게 노둔을 한 수치심에 형틀에 빰을 붙이고 바짝 엎드려 있던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려 했지만 양쪽 손목과 발목이 묶여 있어 다시금 상체를 형틀에 뭉개야만 했다.

짜-악!

또다시 벼락이 쳤다.
설비의 한 떼 모아 묶여 있는 두 발은 발가락을 열심히 꼼지락거리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설비는 차라리 자신이 묶여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묶여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 상태로 벌떡 일어나 볼기를 부여잡고 경망스럽게 뛰어다닐 것 같았다.

짜-악!

"다섯이오!"

"아악!"

매가 다섯을 넘기자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다섯 대 만에 하얗던 설비의 볼기에 붉고 굵은 줄이 죽죽 갔다. 형리 역시 저 달덩이 같은 볼기짝에 곤장질을 하는 것이 퍽이나 아까운 모양이었지만 지엄한 어명에 빈틈이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래도 내심 아쉬웠는지 내상까진 입히지 말고 살거죽 위주로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침을 꿀떡 삼키고 고통에 푸들푸들거리는 설비의 볼기짝 위로 곤장을 힘껏 들어올린다.

짜악-!

"아아악!"

가련한 여인의 볼기짝이 매와 닿아서 만들어지는 소리, 그 뒤에 이어지는 비명소리가 종루 사거리에 울려퍼진다. 옆에서 지켜보던 군관이 형리가 들으라는 듯 헛기침을 하고 형리가 장을 고쳐 잡았다.

딱!

"열셋이오!"

"아흐흐흑.."

이제는 설비의 볼기짝에서 떡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형리가 실력을 발휘한 모양이었다. 헐장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통이 살가죽에만 머물고 아까의 매처럼 뼛속까지 고통이 스며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주면서 쳐도 형벌은 형벌이었다.

어느 새 설비의 흰떡같은 볼기짝은 곤장이 닿은 자리를 따리 길고 붉은 맷자국을 따라 피멍이 들어 부풀어 올랐고, 그런 피멍들이 서로 겹쳐져 몇대 더 맞으면 핏물이 배어나올 것 같아 보였다.

딱!

"스물 하나요!"

"아악!.. 아흐흑.."

설비는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손목 발목에 허리까지 묶인 터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특히 매를 맞는 볼기를 사방으로 흔들려 하였으나 허리가 묶인 탓에 크게 흔들지는 못했다. 덕분에 형리가 매를 때리기 편했고, 매가 허리나 꼬리뼈에 맞아 앉은뱅이가 되는 참사도 예방할 수 있었다.

딱!

"스물 둘이요!"

매가 스무 대를 넘어가자 맷자국이 겹친 곳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설비는 볼기짝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그녀의 볼기는 마치 쥐가 난 것처럼 얼얼했다가 장이 볼기를 후려치는 충격과 이어지는
이상야릇한 짜릿함, 이후에 마치 불이 붙은 것 처럼 볼기가 뜨겁고 따가웠다.

딱!

얼마나 맞았을까, 찹쌀떡 때리는 소리 뒤로 나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장이 부러졌다. 세 개 째였다.

형리는 부러진 장을 내려놓고 능숙하게 부러진 장 파편이 박히지는 않았나 설비의 볼기를 살펴보았다.

파편이 없는 걸 확인한 후 형리는 새 장을 집어들었다.

곧 매질이 다시 시작됐다.

곤장질은 이미 마흔 대를 넘어가고 있었다

형틀에 묶여 보는 사람이 다 안타까울 정도로 혹장을 맞으며 몸부림치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은 잔혹하면서 이상야릇하고 아련한 광경이었다.

양쪽으로 별려진 채 꽉 쥔 주먹 아래로 묶인 손목은 끈에 쓸려 빨갛게 변했다. 포개어져 묶여 있는 두 발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지 발에 힘을 한껏 주는 것이 고작인 듯 했다.

딱-

"흐아아악-!"

다음 매가 설비의 볼록 솟은 엉덩이 정중앙을 깅타했다. 이미 그곳에 집중적으로 맞은 터라 새빨같다 못해 푸르딩딩하게 변해 있던 설비의 볼기짝이 드디어 터진 듯 했다.

"아아악!"

설비는 형틀에 묶여 있는 두 손과 발을 미친듯이 꼼지락거렸다.
아까 전까지는 볼기의 고통과 그녀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야릇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공존했지만 방금 전의 매는 마치 볼기짝을 쥐어 뜯는 듯 했다.

설비는 버둥대다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군관이 물동이에서 바가로 물을 푸려는 형리를 제지했다.

죄인이 형을 다 받기 전에 죽으면 안 되니 살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곧 같이 따라온 의원이 설비의 상태를 살폈다.

의원 설비의 볼기를 몇 번 만져보더니 말했다.

"겉보기에는 저년 볼기가 아주 걸레짝이 된 것 같지만 저년 볼기 가죽이 원체 질겨서 치료만 적절히 받으면 흉도 거의 남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남은 형을 한꺼번에 집행해도 된다는 건가?"

"예 나으리."

"좋다. 죄인을 깨우고 마져 집행해라"

형리가 물동이를 설비의 얼굴과 볼기에 끼얹었다. 설비가 정신을 차리자 이내 매질이 시작됐다.

딱!

까무라쳤다 어거지로 깨어난 설비는 더 이상 매를 버틸 자신이 없었다. 물을 뿌리자 엉망진창이 된 볼기의 통증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80대를 다 맞으면 정말 죽거나 병신이 될 것 같았다.

설비는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딱!

"마흔 여섯이오!"

"아아악! 아흐흐흐윽.."

설비는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얼마 전까지 양반댁 부인이었던 여인의 입에서
나온 소리치곤 참으로 경박했다.

하지만 태형도 아니고 무지막지한 장형을 마흔 대 넘게 맞는 동안 추잡한 꼴을 안 보인 것 만으로도 그녀가 어느 여인네와는 다른 심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나 그런 그녀도 매 앞에는 사정이 없었다.

장이 다시 설비의 볼기 위로 높이 올라갔다.

딱!

"쉰이오!"

"악! 아악! 잘못했소..!"

설비의 처절한 애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굵은 장이 설비의 볼기 위로 수없이 떨어졌다. 매는 무겁고 착실하게 정해진 대수를 채워 가고 있었다. 설비는 의식을 잃었다가 찬물 세례를 받고 깨어나길 수차레 반복했으나 어느 새면 정신을 놓고 다시 의식을 잃었다.

"그만... 제발 그만.. 살려주세요..."

딱!

"쉰일곱이오!"

"아악!.. 흐흐흑.... 제발.."

설비는 어느 새 애걸복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방 관아의 나장도 아니고 귀신도 잡아간다는 의금부 관원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딱!

"쉰여덟이오!"

"아흐흐흑.."

퉁퉁 부은 볼기짝에 흘러내린 피가 굳어 엉겨붙고 피멍이 가득한 그녀의 엉덩이는 서서히 자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설비의 볼기짝이 하얀색에서 붉은색, 붉은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해가는 동안에도 매는 쉴세없이 엉덩이를 향해 떨어졌다.

설비는 점점 둔부에 감각이 없어지는 듯 했다. 그녀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그런 것은 더 이살 문제가 아니아니었다.

이제는 감각이 없는 엉덩이 위로 떨어지는 매는 징벌의 의미가 아닌 그저 아랫배를 울리는 둔탁한 충격과 함께 앞으로 맞아야 할 매의 댓수만 줄여 주는 것 뿐이었다.

짝!

"일흔다섯이오!"

"어윽.. 아흐흐흑..."

애원할 힘도 남지 않은 듯 했다.
찬물 세례를 수차래 맞은 그녀의 얼굴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체 형틀에 빰을 붙이고 흐느끼는 것 밖에 하지 못 했다.

곤장이 다시 볼기짝을 후려치자 설비의 고개가반사적으로 정면을 향했다.

그 찰나에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설비는 자신의 수치스런 모습을 보고 있는 수많은 군중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잔혹한 광경에 혀를 내두르는 기생, 표정이 하얗게 질린 젊은 처자, 마치 자기의 아내가 간통을 한 것 처럼 분노하는 장사치, 그저 그녀가 왜 맞는지 궁금한 아이들과 그들의 눈을 가리며 손을 잡아 끄는 여인.

수백명이 자신의 장형을 보고 있었다.

짜악!

"여든이오!"

설비는 마지막으로 형리가 힘을 실어 내리친 곤장이 볼기짝을 맹렬히 후려치는 충격이 볼기를 거쳐 아랫배까지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하으으윽...."

"거 좀 참아 보시오"

전옥서 내의 한 감방. 설비의 만신창이가 된 볼기에 그녀의 감방 동료가 빻은 풀 같은 것을 발라 주고 있었다.

원래 전옥서는 미결수들을 수감하는 곳이지만 얼마 전에 곤장을 80대나 맞은 설비가 곧바로 유배를 떠나면 장독으로 죽을 수 있다는 의견에 며칠 간 전옥서에 수감하였다가 유배를 가게 되었다.

"쯧쯧.. 볼기가 아주 엉망이구만. 그래도 흉은 안 지겠어, 기적이지 기적"

설비와 같은 감방에 수감된 여인은 말은 거칠었으나 전옥서에서 간수를 하고 있는 그녀의 사촌 남동생을 통해 알게 모르게 간단한 약초를 구해다 설비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

설비의 볼기는 빨갛던 맷자국이 푸르딩딩하게 변하고 하도 맞다 보니 거의 곤죽에 가까울 정도로 흐물거렸다.

볼기에 약초 빻은 것을 붙이자 고통이 엄습했다.
간수들 눈치를 보느냐 설비는 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엎드려 소리없이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자신의 처지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설비는 아파서 울고, 서러워서 울었다.

다행히 며칠 치료를 받다 보니 볼기가 터진 부분은 피가 멎고 대략적으로 붙었으나 그녀의 고통은 이제야 시작이었다.

며칠 후 군졸들이 들이닥쳐 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를 끌어냈다. 본격적인 유배길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 쭉 맨발이었던 그녀에게 짚신 몇 켤레가 주어졌다.
곧 포승줄에 의해 설비의 두 손이 등 뒤로 단단이 묶였다. 군데군데 흙먼지가 묻고 치마에는 핏자국까지 묻어 있는 소복의 가슴팍 부분에 음란할 음(淫) 자가 그려진 표식이 붙었다.
이 표식은 그녀가 유배길을 가는 동안 그녀가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다.

음(淫)자 표식이 그녀의 가슴에 붙을 때, 설비는 마치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볼기를 까고 곤장을 맞을 때 느꼈던 수치심을 느꼈다.

차마 앞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무서워졌다. 고운 비단옷 입고 가마 타던 때가 불과 한달도 체 안 되었는데, 이제는 짚신을 신고 가슴에는 음란한 여자라고 써 붙인 체 유배길을 떠나는 처지가 된 것이다.


#2

"이년!"

동헌에 형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인 것이냐?"

이번에도 또 그 계집이었다. 제법 이목구비가 뚜렀하고 실했기에 절세미녀라고는 하지 못해도 기방에 대려다 놓으면 그 용모만으로도 꽤 쓸 만한 물건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매번 장날마다 물건을 훔쳐 관아에 잡혀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려는 줄 알았다. 풍문에는 화적떼에게 부모를 잃고 어린 여동생을 먹여 살리고 있다 하여 잡혀도 좋게 태형으로만 벌하였건만 어찌 이리 매번 잡혀 오는 것인지 형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고 형방 나으리! 이 도둑년이 매번 장날마다 도둑질을 해 대니 도저히 장사를 못 하겠습니다! 제발 엄히 다스려 주십시오!"

"맞습니다! 이런 못된 년은 치도곤으로 혼쭐을 내야 합니다!"

그녀를 현장에서 잡아 관아까지 끌고 온 시장 아낙들은 당장이라도 자신들이 매를 들 것 같은 분위기였다.

"네 이름이 무엇인고?"

"연이라 합니다"

"어째서 매번 이렇게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

"잡힐 때마다 볼기를 맞고, 물건도 제대로 훔치지도 못하면서 매번 도둑질을 시도하다니, 볼기짝이 근질근질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냐?"

장난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순간 연설의 눈빛이 흔들렸다.

"더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치도곤으로 다스려 아예 걷지도 못하게 만드십시오!"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다지만, 빈번히 물건을 훔쳐 가려 하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호객행위를 할 때보다 더 큰 목소리들은 이곳이 법을 집행하는 동헌의 마당인지 시장 한복판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어찌 동헌이 이리 시끄러운가?"

현감이 방의 창문을 벌컥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머리만 쑥 내미는 걸 보니 안에 계집이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고 형방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예 나으리, 계집 하나가 물건을 훔쳐 처분을 논의 중이었습니다."

"어허, 그런 사소한 일로 이리 시끄러운가. 적당히 돌려보내거라"

현감의 말에 또 다시 시장통이 열렸다.

"나으리"

현감의 고개만 쑥 빼고 있는 창문 안에서 나긋나긋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현감의 위엄 있는 얼굴도 창문 안으로 쑥 들어갔다.

'역시 대낮부터 계집질이었구만, 노인네가 다 늙어서 힘만 좋아가지고!'

형방의 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아무리 어린 계집이라 하나 이처럼 영악한데 마땅히 일벌백계하시는 것이 옳은 듯 합니다."

형방이 가만히 목소리를 들어보니, 월성루의 행수가 틀림없었다.

"행수의 생각이 그리하다면 내가 어찌 따르지 않겠는가."

현감이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여봐라 형방"

"예, 현감 나으리"

"저 계집에게 태 10대를 쳐서 보내라"

"예 나으리"

현감이 안으로 들어가고, 이내 나졸 둘이 연이의 팔을 붙잡고 형틀이 있는 관아 뒷마당으로 끌고 갔다.

열 대밖에 안 되냐는 시장 아낙들도 기어코 연이가 볼기를 맞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겠다며 따라 나섰다.

열십자 모양의 형틀이 차려져 있는 뒷마당에 도착하자 나졸들이 분주하게 물통에 물을 길어오고, 창고에서 중곤을 꺼내왔다.

연이의 빰은 무엇인지 모를 이유로 살짝 홍조를 띄고 있었다.

나졸이 연이의 손목을 낚아채 형틀로 끌고 갔다.

"신발이랑 치마 벗고 엎드려서 양 팔 벌려"

나졸이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역시 이 요상한 계집이 몹시 신경쓰였다.

연이는 신고 있던 짚신을 벗어 형틀 옆에 가지런히 놓고 치마의 옷고름을 풀었다. 이내 연설은 생활때가 살짝 탄 흰색 속치마와 맨발 차림이 되었다.

곧 연이가 형틀에 엎드려 양 손을 좌우로 쭉 뻗었고 나졸들이 손목을 형틀에 고정시켰다.

양 발 역시 한데 모아 형틀에 묶였다.

"시작하지"

선임 나졸의 짧은 지시와 함께 연이의 음부를 간신히 가리는 속곳과 볼기짝까지 덮은 얇은 속치마 위로 물이 부어졌다.

차디찬 물은 얇디얇은 속치마를 적셔 연이의 볼기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마치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흰 떡처럼 야들야들해 보이는 볼기였지만, 희미하게 맷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좋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볼기에 닫을 때의 그 짜릿함이 좋았다.

이제 곧 매가 떨어져 이 차가운 짜릿함을 뜨거운 짜릿함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

연이는 음탕한 상상 속에 붉으스름한 홍조를 띄었다. 살짝 숨도 가빠진 듯 했다. 이미 아랫도리에 물을 끼얹은 터라 옥문을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이런 연이의 모습을 본 선임 나졸은 참 희안한 심정이었다.

나졸이 된 지 어언 10년, 수많은 사내와 여인의 볼기를 다스려 봤지만 어떤 이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요망한 것.. 현에 과부촌이 있으니 음기가 강해서 계집들이 이리 음탕하지..'

연설의 속치마가 물에 젖어 다 달라붙어 볼기가 확실히 보이는 것을 확인하자, 선임 나졸이 산가지를 집어들었다. 원래 형방이 하는 일이지만, 간혹 이렇게 떠맏기도 하였다.

"하나요!"

선임 나졸이 댓수를 큰 소리로 외치며 산가지 하나를 당기자 신입 나졸이 태를 번쩍 들어 연이의 볼기 아랫부분을 후려쳤다.

짜악-!

여인의 볼깃살과 넓적한 박달나무 매가부딪혔다.

연이는 두 눈을 동그래져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치 짐승이 볼기를 문 것 같은 따끔함 이후에 물에 젖어 시원하던 볼기가 순식간에 화끈거렸다.

"둘이요!"

짜악-!

"아악!"

두 번째 매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물에 젖어 옷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연설의 흰 속치마는 붉그스름해진 볼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셋이요!"

짜악-!

세 번째 매가 볼기를 후려쳤다. 이미 연이의 눈에는 닭똥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짜악-!

나졸이 6번째 산가지를 잡아당겼고 볼기에도 6개번째 줄이 그어졌다.

이번에는 나졸들도 있는 힘껏 매를 쳐서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을 모양이었다.

그녀를 따라온 사장 아낙들도 옆에서 연이가 수치심을 느끼는 데 한몫 했다.

"저년 저거 궁둥짝 좀 보게!"

"쯧쯧, 그래도 볼기가 큰것이 딱 창기나 하면 딱이겠네"

"곤장을 저리 맞고 창기 노릇이나 제대로 할까?"

"창기가 되면 곤장 맞을 일이야 많을 텐데 뭐 그게 대수라고"

"여덟이요!"

짜악-!

"아흡..!"

연이는 새빨개진 볼기를 좌우로 열심히 흔들었다. 그 덕에 연설의 볼기에 뿌린 물이 사방으로 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년, 볼기 좀 그만 흔들어라!"

고참 나졸이 낄낄거리며 연설을 희롱했다.

다시 볼기 위로 매가 떨어졌다.

태가 연이의 볼기를 매섭게 때리고, 볼기에 찰떡같이 달라붙었다가 물에 젖은 소복이 붙은 채로 볼기에서 떨어졌다.

이제 두 대밖에 남지 않았다.

연이는 무언가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처음 태를 맞았을 때 처럼 아프면서도 무언가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

처음에는 자기가 미쳐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날 며칠을 고민해 봐도 그 이상야릇한 쾌감이 연설의 몸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짝-!

오늘따라 유달리 매질을 세게 하는 듯 했지만, 그때같은 느낌은 없었다.

짜악-!

마지막 매가 강하게 내리꽂혔고 물에 젖은 치마 위에 비쳐 보이는 둔부에 마지막 맷자국이 그어졌다.

곧 형틀에서 풀려난 연이가 한 손으로 얼얼한 볼기를 부여잡고 일어섰다.

1
연이가 매를 맞고 나간 후에 송주현 관아가 본격적으로 시끄러워졌다.

오늘 판결이 예정돠었던 죄인들이 옥사에서 끌려 나오고 동헌에 열십자 형틀이 줄줄이 차려졌다.

이윽고 현감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방 문을 열고 나와 대청마루 위의 높은 의자에 앉았다.

오늘 판결이 예정된 죄수는 지난 밤 월성루에서 술에 취해 싸움판을 벌인 양반 자제와 기생, 그리고 장물을 몰래 들여와 송주현을 거치는 보부상들에게 판매하다 적발된 여인까지 총 3명이었다.

현 안에 과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어 여성이 많은 송주현이었지만, 그래도 이처럼 동헌에 소복 입은 여자들이 꿇어앉아 있는 것은 나졸들에게도 꽤나 흥밋거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나이 때문에 일일히 형벌을 챙기기 어려운 현감 대신 형방이 작성한 판결문이 현감에게 전해졌다.

현감은 마치 자신이 내린 판결인 것마냥 근엄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기방에서 싸움을 벌인 양반 자제와 기생에게는 각각 태 20대가 선고되었다. 다만, 형벌을 속전으로 대체될 수 있게 하였다.

장물을 판매한 여인에게는 속전이 불가능한 장 30대가 선고되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판결을 듣자 장물 여인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양반 자제는 속전으로 스무냥을 내고 풀려났고, 평소에 악착같이 모아 놓은 돈이 아까운 기생은 몸으로 때우기로 하였다.

이내 죄인을 형틀에 묶으라는 형방의 호령이 떨어지고 우락부락한 나졸들이 억척스럽게 두 여인을 일으켜 세웠다.

둘 다 순순히 모든 혐의를 인정해서 고신은 당하지 않았기에 소복은 죄인의 것이라 하기에는 상당히 깔끔했다. 하지만 가채나 비녀 같은 장식물도 없는 헝클어진 머리와, 새까만 맨발에 짚신만 겨우 신고 포승줄에 묶인 그녀들은 누가 봐도 죄인이었다.

기생은 스스로 짚신을 벗고 형틀에 올라가 엎드린 후에 두 팔을 옆으로 뻗었다.

나졸들이 가녀린 손목, 발목을 형틀에 밧줄로 동여매었다.

근 일주일 가까이 더러운 옥사에 있느냐 씻지도 못해 새까매진 이팔 청춘 처자의 고운 발목을 억센 밧줄이 동여매었다.

옆에서는 장물여인이 형틀에 묶이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졸 하나가 솥뚜겅 같은 손으로 뺨을 후려 갈겨 여인을 형틀 위로 엎어트렸다.

그 틈을 놓지지 않고 다른 나졸들이 그녀의 사지를 붙들었다.

'아이고- 살려 주십시오 나으리!'

과거에는 그녀를 보러 주막에 동네 남정네들이 끊이질 않았다 하는 풍문이 나돌 만큼 미색이었다는 장물 여인, 이제 서른을 넘은 그녀는 예전에 김 판서의 첩실이 되는 것을 거부해 김 판서네 댁에서 죽도록 볼기에 매타작을 당해도 절뚝거리면서 집가지 걸어간 그 젊은 자신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다 맞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세금으로 낼 양곡을 빼돌렸다가 치도곤을 맞아 장독으로 죽은 윗집 김씨의 모습이 떠오른 장물여인은 필사적으로 아직 자유로운 팔다리를 휘둘렀지만 이내 팔다리가 형틀에 묶였다.

얼마나 버둥거렸는지 묶인 두 발중 짚신은 한쪽 발에만 신겨져 있고 나머지 발은 맨발이었다.

장물여인은 자신의 팔다리가 모두 묶여 움직이지 못하자 겁이 덜컥 났다.
겁을 심하게 먹었는지 아까처럼 악을 쓰지도 않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떠는데, 낮빛이 새파래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곧 나졸들이 물 한 동이씩을 두 여인에 볼기에 뿌렸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축축하게 젖은 소복 치마 사이로 여인네의 부드럽고 흰 둔부가 살구색을 마음껏 드러냈다.

'양반님네들도 보려고 온갖 수작을 부리는 내 볼기짝인데, 어찌 이런 시커먼 나졸들 앞에서..'

기생은 자신의 젖은 둔부를 힐끔힐끔 처다보는 나졸들의 음흉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도 물볼기니 다행이지, 지난번에 간통죄로 시장바닥에서 형틀을 차리고 노둔한 상태로 곤장을 맞은 아낙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사내들에게 희롱을 당하고 돌아다니는데. 기생이 맨볼기를 맞았다면 기방에서 어떤 취급을 당할지 뻔했다.

'그래,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빨리 맞고 치우자'

기생은 눈을 꽉 감았다.

"나머지는 형방이 알아서 하게, 난 좀 쉬어야겠네"

현감이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일어났다.

"예 현감 나으리, 아 그런데 혹시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인가?"

"이번에 한양에서 저희 현으로 죄인 하나가 유배를 온다고 합니다"

"아, 어제 파발을 받았었지, 깜빡할 뻔 했구만. 계집이라 했던가?"

"예, 정경부인 출신이라는데 천것과 간통을 저질러서 유배를 왔답니다."

"어허, 참으로 몹쓸 계집이 아닌가"

"예, 관찰사께서도 강상 윤리에 반한 죄인인만큼 유배지에서도 엄정히 관리하라는 분부를 내리셨으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처음에는 과부들이 많아 말년에 편하겠거니 해서 왔는데 아주 사고가 끊이질 않는구만. 그래 그 죄인 이름이 무엇이라고?"

형방은 이름까진 미처 외우진 못 했는지 잠깐 생각하다 이내 답했다

"설비라는 계집입니다. 나으리"


2
따악-!

"다섯이요!"

"아악!"

짝-!

"일곱이요!"

"흐읍...!"

태와 장이 두 여인의 볼기를 후려치는 소리가 동헌 담벼락을 넘어갔다.

아무래도 장을 휘두르는 것이 힘이 더 들어가는지 매를 치는 속도가 태보다 느렸다.

기생은 그래도 잘 버티는 편이었지만 장물 여인은 매를 치는 나졸들이 민망해할 정도로 소란을 피웠다.

"열 둘이요!"

따악-!

"아이고~! 내가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제값 다 치르고 산 것인데 어찌 이렇게 매를 친단 말이오!"

형방이 어의가 없다는 듯이 실소했다.

"이년이 장 몇대 맞더니 실성을 했나, 여봐라 더 세게 쳐라!"

"예!"

"열 셋이요!"

짝!

"아고고고~"

어느덧 댓수를 다 채워가는 기생은 이를 악물고 매를 참아내고 있었다.

장형이나 치도곤보다는 덜 하지만 태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기방에서도 회초리는 여러 번 맞아 봤지만 아무리 종아리보다 살이 많은 볼기에 맞는다 해도 선배 기생이 때리는 매와 우락부락한 나졸이 때리는 매는 차원이 달랐다.

어느 덧 매의 댓수는 열 여덟을 넘어갔고, 기생의 젖은 볼기에 맷자국에서는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스물이요!"

마지막 매가 볼기를 강타했다.

동시에 기생은 고개를 쳐들었다가 이내 형틀 위로 엎어졌다.

힘이 다 빠졌는지 손발목을 묶은 끈을 풀어 주어도 형틀에 묶인 자세 그대로 축 늘어진 그녀를 나졸들이 들쳐업다시피 해서 일으켜 세웠다.

다 젖은 소복 치마 밑으로 선혈이 흘러내렸다.

기생은 처음 맞아 본 매에 혼이 빠졌는지 형틀에 올라가기 전 벗어 놓은 신발을 신는 것도 잊어버리고 맨발로 관아 밖으로 나갔다.

그 와중에도 장물 여인은 계속 매를 맞고 있는 중이었다.

"열 여덟이요!"

"아고! 나 죽소! 아우우우.."

매를 맞는 동안 계속 발을 꿈틀거린 탓에 발목을 묶었던 끈이 풀어졌다.

결국 매를 잠시 멈추고 발목을 다시 묶었다. 장물 여인은 이렇게라도 잠시 쉬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무지 안 되겠구나, 이년이 못 움직이게 허리도 묶어!"

"예 형방어른."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손목 발목에 이어 허리까지 형틀에 묶여진 장물 여인은 발가락, 손가락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다 묶었으면 다시 매우 쳐라!"

"열 아홉이요!"

다시 매가 여인의 볼기를 향해 맹렬히 날아들었다.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넓직한 곤장은 순식간에 새빨개진 여인의 볼기로 날아들어 정확이 볼기의 정중앙에 꽂혔다.

이후에도 매가 계속 떨어졌고, 장물여인의 볼기는 새빨개진 걸 넘어서 곳곳에 피멍이 올라왔고, 매가 겹쳐진 부위에서는 핏물같은 것이 배어 올라오기도 했다.

장물 여인도 이내 엄살 부리는 걸 포기하고 매가 자신의 불쌍한 볼기를 때릴 때마다 그저 곡소리를 길게 뽑아내며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쯧쯧, 그래도 십년 전만 해도 주위에서 미모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처자였는데. 매 앞에서 추해지는건 어쩔 수 없구만."

꽤 오래 송주현에서 나졸 생활을 한 고참 나졸이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자 옆에 후임 나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 정도입니까?"

"너는 그때 코흘리개라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정말 대단했지, 왜 그 산 아래 마을에 사는 김 판서 알지?"

"아 그 이조 판서를 역임하시고 낙향하신 김 판서 나으리요?"

"그래, 그 김 판서네에서 예전에 첩실로 저 여인을 들이려고 했는데,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

"김 판서네로 들어가면 첩실이어도 한평생 입고 먹는 걱정 없이 잘 살 터인데..."

"뭐 이미 정인이 있다 했던가, 여하튼 그것 때문에 밀린 빛을 안 갚았다는 핑계로 김 판서네에서 매타작 꽤나 당했었지."

"스물 여섯이요!"

짝!

"아하학..! 아흐흐흑..."

어느새 매는 서른 대를 거의 다 채워 가고 있었다.

"서른이오!"

마지막 매가 질척거림이 묻어나는 타격음과 함께 작렬했다. 그와 동시에 여인의 눈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이 형틀 위로 엎어졌다.

3
연이는 다 쓰러져 가는 자신의 집 마루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다.

매를 맞아 새빨갛게 부어오른 볼기에 그녀의 여동생이 물수건을 올려놓았다.

"아야야야.."

아직도 볼기가 화끈화끈했다. 이틀은 제대로 걷지 못할 것이었다.

"거 참 언니 팔자도 기구하오, 어떻게 매번 걸리오?"

연설의 동생은 매번 물건을 훔치다 걸려 곤장을 맞고, 상처가 다 나으면 얼마 안 가 또 걸려서 매를 맞는 언니의 기구한 팔자가 딱했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니 일이나 똑바로 하거라 이것아, 아유유.."

연설은 동생이 알 턱 없는 그녀의 속사정을 머금었는지 새뺄개진 두 볼을 베게 위로 파묻었다.

그녀는 다음에는 좀 더 비싼 물건을 훔치다 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언니, 혹시 소문 들었소?"

연설이 고개를 들었다.

"무엇 말이냐?"

"이번에 사또 나리가 바뀐다 하더이다."

"그 늙은 현감이 바뀐단 말이야?"

"그려요, 벌써 동네에 소문이 다 퍼졌소"

"그래봤자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하고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 뭘."

"모르는 소리 마소, 원래 사또가 형벌 주는 거에 관심이 없으니깐 망정이지 새로 온 사또가 엄한 분이면 성님은 그날로 물고가 날 거요."

"그래도 먹고 살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

본인이 생각해도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하며 연설은 자신의 뺨이 뜨거워진 것을 것을 자각했다.

4
"빨리 빨리 걷지 못하겠느냐!"

첩첩산중에 산짐승과 새 소리 대신 군졸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한 여름의 깊은 산 속, 덥고 습하고 길도 험한 그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행이 바삐 길을 가고 있었다.

일행의 선두에는 장도를 찬 의금부군관이 있었고, 그 뒤를 군졸들이 따랐고 행렬 중간에는 포승줄에 묶인 여인이 척 보기에도 위태위태하게 걷고 있었다.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짐승마냥 끌려가는 여인의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설비였다.

장 팔십 대를 맞고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험난한 유배길에 오른 설비는 그야말로 거지꼴이었다.

풀어헤쳐저 겨우 얼굴만 보이게 넘긴 머리와 짚신만 신은 발, 핏자국이 채 지워지지도 않은 치마가, 갈라진 입술이 그녀가 그동안 겪은 고생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날이 덥고 습해서 그런지 군관, 군졸 상관없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특히 설비는 거의 누렇게 보일 정도로 더럽혀지긴 했으나 흰 소복만 입고 있었기에 땀에 젖은 소복 사이로 살결이 비쳐나왔다.

앞뒤로 그녀를 호송하던 군졸들이 슬금슬금 설비를 음흉하게 흘겨봤다.

곧 설비도 이 상황을 알아차렸으나 양 손이 포승줄로 꽁꽁 묶인 상태에서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묵묵히 걷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잠시 여기서 쉬었다 간다."

군관도 지쳤는지 행렬에 휴식을 명령했다.

이내 군졸들은 다들 그늘 밑으로 들어갔다. 설비를 묶은 포승줄을 잡고 있던 군졸은 포승줄 끄트머리를 나무에 묶고 그 앞에 주저앉았다.

설비도 줄이 묶인 나무 근처에 쓰러지다시피 앉았다.

그러나 곧 군졸의 호통이 이어졌다.

"아니 이년이 실성을 하였나?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죄인이 편히 앉으려 하느냐!"

죄인은 편히 앉지도 말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저항할 수도 없는 소리였다.

곧 설비는 엉거주춤 자세를 고쳐 꿇어 앉았다.

군졸들은 엉망인 몰골에 잘 씻지도 못해 추레하지만 땀으로 흠뻑 젖은 소복이 달라붙어 그대로 보이는 설비의 살결을 향해 음흉한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설비에게 꿇어앉으라 요구한 그 군졸은 어느 새 무릎을 꿇은 설비의 뒷테를 감상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포개진 두 발 위에 얹어진 그녀의 둔부 역시 군데군데 살결이 비추어 보였다.

종루에서 맞은 자국들은 거의 사라져서 희미하게 그 흔적만 남기고 있었지만, 아직도 맷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저렇게 실한 궁둥이는 처음 보네"

"역시 장안을 뒤흔든 풍문의 주인공은 다르구만, 허허"

"저런 년은 장이 아니라 다른 매로 벌을 줘야 하는데 말이야"

의금부 군졸들은 간만에 젊은 여인, 그것도 한양을 뒤흔든 풍문의 주인공을 호송하는 이 기회에 마음껏 사심을 채우고 싶었으나 하필 이번 유배길의 책임자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군관이라 음담패설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것은 듣는 이의 기분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곧 군관이 나타나 길을 재촉했다.

"자 이제 출발한다! 유배지인 송주현까지 이제 나흘 남았으니 바삐 가야 할 것이다!"

"예 나으리!"

아까 전까지 그녀를 말로 희롱하던 군졸 중 하나가 설비를 걷어차며 호통쳤다.

"이년, 어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설비는 엉거주춤 일어나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날은 여전히 더웠고, 산길은 험했다.

그렇게 다시 산행이 시작되고 어느덧 사흘이 흘렀다.

유배길에 오르기 전 선심쓰듯 던져준 짚신 한 다발은 이미 지금 설비가 신은 한 켤레를 제외하곤 험한 산길에 다 닳아 없어졌다.

그나마 남은 한 켤레도 거의 누더기가 되다 싶이 한 상태로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었다.

설비가 군졸에게 사정하여 짚신 한 켤레라도 얻어볼까 생각하던 그 때, 땀 범벅이 된 설비와 군졸들의 눈에 산등성이 너머로 수많은 초가지붕과 약간의 기왓지붕이 섞인 고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 송주현인가."

군관이 전립을 벗고 이마에서 땀을 훔치며 말했다.

5
설비와 의금부 관원들이 산에서 길을 재촉하던 중. 송주헌 관아에는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신임 현감이 도착한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 임지였던 송주현에서 나와 고향으로 낙향하게 된 이전 현감은 생각보다 일찍 온 신임 현감의 도착 소식에 기뻐하며 급히 잔치를 열었다.

새 권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사람들과, 급히 동원된 관기들이 관아를 가득 메웠다.

신임 사또는 약관이 살짝 넘은 젊은 나이의 청년으로 이름은 최한길이었다.

소년급제를 하였으나, 급제 후 필수적으로 거치는 직만 역임하고 서둘러 지방 현감으로 내려온 특이한 인물이었다.

세간에서는 초야에 묻혀 살려는 것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나 사실 그의 의중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릴 적, 지방 수령을 지내던 아버지를 따라간 한길은 장돌뱅이와 간통을 저지른 새댁이 곤장을 맞는 것을 우연찮게 본 적이 있었다.

주민들 앞에서 볼기짝을 훤히 드러낸 체 열십자로 묶여 있는 여인의 모습은 아직 어린 나이의 한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관아에는 여자 죄인들이 매를 맞는 날에만 슬그머니 형틀이 차려진 동헌 뒤뜰에 나타나는 도련님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한길의 목표는 명확했다.

과거에 급제한 다음. 수령이 되는 것.

수령이 된 후에는 본인의 욕망을 마음껏 채울 수 있을 것이었다.

"지방 수령은 처음인가?"

이제 앞에 전임이란 두 자를 붙이게 되어 기쁜 내색을 숨기지 못하던 현감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첫 임지라 긴장을 한 나머지 이렇게 일찍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이 늙은이가 하루빨리 낙향할 날만 기다렸는데 이렇게 일찍 와 주니 선물을 받은 기분일세."

"이렇게 환영을 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닐세, 그것보다도 여기 송주현은 참 다스리기 편한 고을인데. 자네도 부임지 운이 좀 있구만."

"그렇습니까?"

"이 고을에 큰 과부촌이 있어서 현민들 중 계집이 많다네. 그래서 그런가 이렇다 할 범죄도 많이 없고 열녀도 많아 차후 평가에도 유리하지. 적당히 쉬기 딱 좋다네."

과부촌 이야기를 듣자 한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여기 관기들도 나름 미색이 괜찮다네. 한양에 있는 기방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관기 중에선 손꼽히지."

어느새 전임 현감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그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잡으려 하였으나 어느 새 희고 조그만 손이 술병을 쥐고 있었다.

"나으리,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서른 즈음 되어 보이는 여인이 현감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꽤 미색이었고 목소리 역시 간드러진 것이 썩 괜찮았다.

보통 세월에 미모가 묻힌다 하지만 이 여인에게만큼은 세월도 그리 모질게 대하지 못하였는지 여인은 상당한 미색을 자랑하였다.

한길은 이 여인이 연회의 상석에도 꺼리낌없이 들어오는 것을 볼 때 기방의 행수이거나 현감이랑 그렇고 그런 기생이겠거니 생각했다.

"참 내가 사람을 옆에 두고도 소개를 안 했구만. 여기는 관기는 아니고 월성루라고 조그마한 기방 행수일세."

"인사드리겠습니다 나으리, 월성루의 미향입니다."

"반갑소, 나한테도 술 한잔 주시겠소?"

"물론입니다 나으리."

한길은 생각보다 즐거운 임기를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잔에 든 술을 쭉 들이켰다.

6
"현감 나으리! 잠시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이방이 한길을 찾았다.

"무슨 일이오?"

한길은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대청마루로 나왔다. 이곳에 도착한 지도 일주일.

전임 현감이 떠난 이후 그가 대강대강 처리한 일들 때문에 며칠 밤을 새운 한길은 몹시 피곤해 보였다.

동헌 마당에는 붉은 옷의 의금부 군졸 셋과 군관 하나, 그리고 하얀 소복을 입고 붉은 오라로 포박당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설비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송주현감 최한길입니다."

"의금부 초관 한겸필이라고 합니다."

"먼 길 오시느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겸필은 신발을 벗고 관아 마루 위로 올라갔다.

"아, 수행원들에게도 따로 술과 음식을 내어주게.
죄인은 차후에 심문할 터이니 일단 옥에 가두고."

"예, 현감나리."

이방을 따라 의금부 군졸들도 따라 숙소로 안내됐다. 여독에 지친 그들은 막걸리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곧 형방이 군졸 하나를 데리고 나와 설비를 옥으로 데려갔다.

옥 안에 던져지고 나서야 겨우 포박이 풀린 설비의 손목과 일주일 넘게 산길을 걸은 발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옥졸이 던져주다시피 한 물 한 동이를 허겁지겁 마시고 나서야 설비는 정신이 좀 들었다.

곧 호수 같은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계속 묶여 있었던 탓에 다 까져버린 손목도, 험한 산길을 걷느냐 곳곳이 터지고 부은 발 때문도 아니었다. 앞으로 유배가 풀릴, 올지 오지 않을지 알 수도 없는 그 날까지 이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설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한겸필 일행은 이틀동안 후하게 대접받고 돌아갔다.
그의 부하들은 이틀만에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하였으나 죄인를 인계한 후 곧바로 떠나자는 상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후 설비의 심문이 있는 날, 심문 전에 몸을 씻기라는 현감의 지시에 따라 설비는 오랜만에 따듯한 물로 씻을 수 있었다.

비록 관아의 다모가 옆에서 계속 감시하고 있긴 했지만 유배 온 죄인에게는 과분한 처사였다. 설비는 자신에게 주어진 호사에 내심 놀랐지만 자신의 꼴이 그 정도로 추했으려니 생각했다.

새 옷도 주어졌다.

거의 속옷에 가까운 흰 소복이었으나 천신만고의 유배길을 거치느냐 거의 걸레가 되다시피 한 옷보다야 훨씬 나았다.

씻고 옷을 걸치자 한창 분칠하고 꾸미고 다니던 때만은 못하지만 그럭저럭 예전 모습이 나왔다.
비녀가 없어 끈으로 가지런히 한 가닥으로 모아 묶은 머리카락에서는 윤기도 나는 듯 했다.

버선과 신발은 주어지지 않아 살짝 짧은 치마 밑으로 맨발이 그대로 드러났다.

설비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뾰로통해졌다. 간만에 깨끗이 씻었는데 바로 발바닥이 흙투성이가 되는 것이 못마땅했다.

한편 최한길은 대청마루 위에 놓인 단상에서 한겸필에게 인계받은 설비의 문서를 보고 있었다.

"정경부인 출신의 죄인이라니. 흥미롭구만."

"예?"

최한길의 옆에 서 있던 형방이 되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곧 옥사 쪽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다모가 설비를 포승줄에 묶은 채로 끌고 왔다.

과부촌과 기방이 있는 덕에 젊은 여자가 많은 송주현이었지만 이 정도 미색은 찾기 어러웠는지 동헌에 있는 포졸들의 시선이 설비에게 쏠렸다.

다모가 설비를 동헌 마당 중앙에 꿇어 앉히자 설비의 인적사항과 죄명을 확인하는 형식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가 끝나자 형방이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고 말했다.

"다음으로 죄인에 대한 처분을 내리겠다. 죄인 설비는 앞으로 관아 옆에 가시나무로 둘러싸인 집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위리안치형을 받은 것도 아닌데 한평생 가시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여 살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히는 듯 했다.

형방의 말이 이어졌다.

"이는 죄인이 간통죄를 범해 유형을 받은 만큼 특별히 행실에 주의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후에도 설비는 앞으로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거처에서 10리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형방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설비에게 마지막 남은 정경부인의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시나무 울타리에 둘러쌓여 일생을 살아야 한다는 점은 참을 수 없었다.

현감이 딱히 심성이 모진 사람도 아닌 듯 하고 위리안치 형을 받은 것도 아니라 가시나무 집에 꼭 살아야 하는 규정도 없으니 잘 따지면 울타리 정도는 어떻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자 바로 고개를 들고 말을 꺼냈다.

"저.. 사또 나으리."

"말하라."

"소인은 위리안치의 형을 받은 것이 아니온데 어찌 가시나무 울타리가 쳐진 곳에 살라 하십니까?"

"이미 형방이 설명을 했는데 너는 어찌 본관의 결정에 반하는가?"

" 나으리 아무리 소인이 중죄를 지은 죄인이나 아녀자의 몸이고 혼자 밥벌이도 해야 하는데.. 너무 가혹하시옵니다.."

최한길의 입꼬리가 보일듯 말듯 올라갔다. 설비는 자신의 의도가 먹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후 최한길이 내뱉은 말은 그녀의 알량한 생각을 산산조각냈다.

"저년이 실성을 한 것인가?"

설비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계집의 몸으로 장을 맞고 험한 유배길을 온 것을 감안해 은혜를 베풀어 주었건만, 어찌 이리 무도한가! 여봐라 형방!"

"예 나으리."

"당장 동헌 마당에 형틀을 차리거라!"

호령이 떨어지자 나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리, 현감나리!"

설비가 애타게 현감을 찾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우락부락한 나졸 몇이 뒷마당에 있던 곤장 형틀을 들고 왔다. 우물에서 퍼온 물 몇 동이도 옆에 놓여졌다.

촤르르 소리와 함께 태, 장, 소곤, 중곤, 치도곤 등 각종 매들이 쏟아지자 설비는 식겁했다.

"나졸들은 어서 저 년을 형틀에 열십자로 잡아 올려라!"

최한길의 호령이 떨어지자 나졸 하나가 설비의 뒷덜미를 잡고 일으키더니 형틀 위에 패대기쳤다.

그 나졸은 버둥거리는 설비를 몸으로 눌러 꼼짝 못하게 한 후 포박을 풀었다.

다른 나졸들이 각각 설비의 두 팔을 벌려 형틀에 묶었고 곧 발목도 낚아채 형틀에 고정시켰다.

손발이 형틀에 그대로 묶인 설비는 저항을 포기하고 고개를 들어 단상 위에 최한길을 쳐다보았다.

최한길은 제법 진지한 척을 하고 있었으나,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어쩔 수 없었다.

"현감 나으리, 몇 대를 칠깝쇼?"

형방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물었다.

장 열 다섯대를 치라는 한길의 명을 옆에 시종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명이 떨어지자 형방이 급히 활에 매단 산가지를 꺼내들었다. 저걸로 매의 대수를 셀 것이다.
나졸 하나가 자기 팔뚝만큼 굵은 장을 들고 연습하듯 허공에 휘둘러댔다.

지난 종루에서의 악몽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다행히 이번엔 15대이지만 현감에게 유배 온 첫날부터 맙보였으니 이번 생에는 이 형틀과 친하게 지낼 성 싶었다.

나졸이 물동이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설비의 볼기에 뿌렸다.

촥 소리와 함께 설비는 갑작스러운 물 세례에 놀라 움찔했다. 얇은 소복이 물에 젖어 볼기가 다 비쳐보였다.

아랫도리가 축축해진 것이 느껴졌다. 마치 어린 시절 이불에 지도를 그리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종루에서는 맨 볼기에 맞았기 때문에 물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형틀에 엎드린 설비의 볼기가 물에 젖은 옷 위로 비쳐보이자 동헌에 일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현감부터 말단 나졸까지 모두 자신의 볼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설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곧 나졸의 걸걸한 기합소리와 함께 첫 번째 매가 설비의 볼기 위에서 작렬했다.

딱-

"흐으읍...!"

익숙해지기 어려운 고통이다. 볼기에서 물이 튀었다.

딱-

"으으윽..!"

딱-

"아-!!"

세 대 만에 소리다운 소리가 나왔다. 이후에도 나졸이 내리치는 장은 설비의 볼기를 연이어 후려쳤다. 나장은 다섯 대까지는 볼기 정 중앙을 주로 때리다가 그 다음부터는 볼기 아랫부분을 노렸다.

딱-

"아악!"

딱-

"아흡.."

나졸이 휘두르는 장은 정확히 그너의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를 내리쳤다.

형틀에 매달린 채 매가 볼기 위에서 펑펑 터지는 상황에서 설비는 그때 종루에서 느꼈던 묘한 기분을 다시 느꼈다. 엉밑살에서 작렬하는 매가 온몸을 달구는 듯 것 같았다.

매가 열 대를 향해 가자 소복에 비친 설비의 하얀 볼기에는 붉은 매자국이 죽죽 그어졌다.

그 광경을 보던 최한길은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표정을 굳혔다.

다행이 다른 나졸들도 전부 설비의 볼기에 눈이 팔린 후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딱-

"아흐흐흑..."

산가지의 갯수가 열 개가 되었다.

설비의 얼굴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엉덩이 역시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지만 그 와중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축축한 느낌.

물에 젖은 볼기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 안쪽에서 나는 느낌이었다.

'설마..'

설비는 그녀의 옥문이 물에 젖은 것을 깨달았다.

딱-

"아으.."

장이 볼기 위에서 다시 작렬했다.

딱-

"아아아- 아흐흐흑..."

설비는 울고 있었으나 안에서는 고통 속에서 일종의 쾌감, 오르가즘이라 할 만한 것이 피어났다. 후끈후끈한 볼기의 고통이 옥문까지 타고 내려가 옥문을 자극했다.

딱-

이게 무슨 느낌인지 몰랐다. 여전히 볼기는 불에 덴 듯이 아팠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매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스쳐갔다.

딱-

"윽-!"

"열 다섯이오!"

매가 멈추가 설비는 그대로 형틀 위에 엎어졌다. 형방이 설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이년이 오줌을 지렸나?"

"오줌 냄새는 아닌 것 같은데요?"

두런두런 들려오는 형방과 나졸의 대화를 들을 최한길의 눈이 빛났다.

가끔 장형이나 태형, 혹은 종아리를 맞으며 흥분한다는 여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당연히 그 역시 만나 본 적은 없었다.

이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죄인이 몹시 궁금하긴 했으나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최한길은 조만간 꼬투리를 잡아 다시 볼기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2
최한길이 현감으로 부임하고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각지에서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 온 과부들이 모여들면서 안 그래도 꽤 규모가 있던 과부촌은 더욱 커졌다.

덕분에 그 동안 여인들이 생계를 유지하던 장사, 빨래, 삮바느질 같은 소일거리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과열된 경쟁으로 저잣거리에서 여인들끼리 시비가 붙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며, 매음에 나서는 과부들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송주현의 자연스레 범법자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가끔 있는 송사와 좀도둑을 제외하고는 관아에서 형사 문제를 다룰 일이 없었으나, 근래에는 시장 바닥에서 싸우다 잡혀 온 사람, 매음을 하다 잡혀온 매춘부와 상대 남성, 생계형 도둑 등등 수많은 형사 사건이 밀려들었다.

특히 과부촌이 있는 송주현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여인들이 직접, 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른 고을에서 보기 어려운 여인에 대한 형 집행도 꽤 활발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던 송주현의 어느 날, 관아의 여자 옥사

여죄인의 급증으로 창고 건물을 개조해 임시로 만든 옥사라 많지 않은 죄인들로도 옥사가 붐볐다.

옥 안에는 어제 잡혀와 태형을 선고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연이도 있었다.

같은 방 안의 몇몇 여인들이 그녀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쑥덕거렸다. 그동안 달마다 물건을 훔쳐 관아를 드나들며 볼기를 맞는 기행을 벌였으니 그런 곱지 않은 시선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연설은 내심 그녀들의 따가운 시선에 위축되어 무릎을 모아 끌어안았다.

"이보시오"

그런 그녀에게 구석에 있던 죄수가 와 말을 걸었다.

"나 말이오?"

"그렇소, 보아하니 아직 한창 젊은 나이인데 어찌 이런 곳에 있소?"

"그러면 댁은 어쩌다 여기 왔소?"

"산에서 버섯을 따다 집에서 10리를 벗어났다고 해서 잡혀왔소"

"어찌 10리를 벗어났다고 사람을 옥에 가둔단 말이오?"

아까 연이를 보고 쑥덕거리던 여인 중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처자가 그 유배 온 죄인인가 보구만"

"정말이오?"

".. 그렇소"

설비는 마지못해 답했다.

"그러면 장도 맞아 보았겠구려?"

"..그런 걸 왜 묻소?"

참 희안한 기집애라고 생각하던 차에 다모와 나졸 몇 명이 옥사로 들어왔다.

"거기 넷! 이리로 나와라!"

다모는 설비와 연이가 있는 쪽을 가르키며 우렁찬 목소리로 이번에 형이 집행될 죄인들을 호출했다.

옥사 문이 열리고 나졸들이 그녀들을 거칠게 끌어냈다.

네 명의 여인들은 신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곧바로 매타작 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헌 뒷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네 개의 형틀이 놓여 있었고, 그중 두 개는 아직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형틀에서 막 풀려난 여인은 곤장으로 맞았는지 의식을 잃고 나졸에게 업혀서 나가고 있었고. 그녀가 묶였던 형틀에는 실금 자국도 여지없이 남아 있었다.

"다음 죄인은 누구냐?"

형방이 다모에게 물었다.

"이년들입니다. 전부 태 20대를 쳐야 합니다."

"태형이면 적당히들 속전으로 내지 꼭 서로 피곤하게 이래야겠나?"

하루 종일 몰린 죄인들 볼기 치는 수 세는 것도 꽤 고역이었는지 형방은 상당히 짜증나 보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끌려 나온 죄인 중 둘을 가르켰다.

"쯧, 일단 빈 형틀에다가 저 둘부터 묶게! 나머지 형틀은 곧 다 칠 걸세"

나졸들이 두 여인을 형틀로 끌고 갔다.

곧 능숙하게 죄인들을 형틀에 잡아 매고 속치마 위에 물을 뿌렸다.

이내 매질이 시작되고, 뒷마당엔 비명소리가 한층 더 심해졌다.

연이와 설비는 형틀 옆에 꿇어앉아 조금 있으면 자기 차례가 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묶인 여인들은 얇은 태로 맞고 있었고, 그 옆에 묶인 여죄인은 태보다 더 길고 굵은 장, 그리고 맨 끝에서는 커다란 곤장이 여인의 볼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설비는 여인이 장형도 아닌 곤장형을 받는 것으로 보아 필시 중죄일 거라고 생각했다.

곤장으로 맞는 여인은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볼기짝이 곤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매 치는 소리와 여인들의 비명소리로 가득찬 동헌의 광경을 보는 연설과 설비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내 매질이 끝난 죄인들이 형틀에서 풀려났다.

곤장을 맞던 여인은 실신하여 나졸의 등에 업혀 실려 나갔고, 태를 맞은 여인들은 볼기를 두 손으로 감싸고 동헌에서 쫒겨났다.

한바탕 푸닥거리가 끝나자 매를 치던 나졸들도 지쳤는지 교대에 들어갔다.

형틀에 묶인 죄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대부분이 가벼운 태형을 받은 죄인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형틀엔 누군가의 선혈과 소변이 잔뜩 묻어 있었다.

한참 매를 친 앞 조와 교대한 뒷 조 나졸들이 더러워진 형틀에 물을 동이째로 끼얹어 오물을 씻어냈고, 창고에서 태와 장을 새로 꺼내 마당에 좌르륵 쏟았다.

나졸들은 능숙한 정비 후 곧바로 연이와 설비를 끌어내 형틀 위로 패대기쳤다.

손목과 발목이 열십자 형틀에 묶였고, 쫙 하는 소리와 함깨 볼기에 물이 거칠게 뿌려졌다. 바가지로 푸는 것도 귀찮은 듯 동이째로 뿌려 속치마 전체가 눌러붙어 두 여인의 하체가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이런 남사스런 사정은 모른 채, 곧 자신의 볼기를 후려칠 매를 생각하며 설비가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문지방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방, 저 죄인은 지난번 이곳으로 유배 온 설비라는 계집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나으리."

"그때도 매를 쳐 경고했거늘, 무슨 일로 잡혀 온 것이냐?"

"위리안치를 벗어났습니다."

"그래?"

최한길은 벌떡 일어나서 마루에서 내려와 형틀에 묶인 설비와 연이에 앞에 섯다. 그는 연이도 힐끗 바라보더니 연이에 대해서도 물었다.

물건을 자주 훔쳐 매번 볼기를 맞는 계집이라는 형방의 설명이 뒤따랐다.

"참 고약한 년들이로다. 이 둘이 받을 형벌이 무엇인가?"

"태 스무 대입니다."

"특별히 소곤으로 가혹하게 매를 쳐라. 내가 직접 감독하겠다."

설비는 뜨악했다. 장은 몇 번 맞아 봤지만 곤장은 처음이었다. 군법을 집행하거나 도적을 잡을 때나 쓴다는 곤장을 겨우 위리안치를 벗어났다고 맞는다는 것이 억울했다.

"나으리, 어찌 도적을 잡는 흉악한 물건으로 불쌍한 계집의 볼기를 치려 하십니까! 이게 법에 있는 형벌이옵니까?"

이전에 매를 맞을 때 느꼈던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끼긴 했었다만, 곤장은 또 다른 얘기였다.

형틀에 엎들려 묶인 채로 고개를 들고 바락바락 대던 설비와 달리 연이는 조용히 형틀 위에 엎어져 있었다.
곤장으로 맞는 것이 처음인 것은 연이도 마찬가지인 터라 무섭기도 했지만 혹시 곤장으로는 그 때같은 느낌을 다시 경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묘하게 설렜다.

그때 한길이 허리를 굽혀 형틀에 빰을 바싹 붙이고 있던 연이의 턱을 잡아 치켜올려 자신을 보게 했다.

"네년도 형벌에 불만이 있느냐?"

"목민관은 어버이, 스승과 다름없는데, 어찌 현감 나으리의 명에 토를 달겠나이까. 벌을 주시는 대로 달게 받겠습니다."

젊은 계집아이의 생각치 못한 대답에 한길은 살짝 당황한 듯 연이의 턱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예상은 했다만,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는 걸로도 모자라 이렇게 노골적인 대답이라니? 자주 물건을 훔치지만 매번 어설프게 훔치다 잡혀 왔다는 것도 그렇고 확실히 이 계집아이는 보통 여성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설비는 그런 연이와 최한길을 보더니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형틀에 엎어졌다. 더 이상 현감의 심기를 건드리면 지난번처럼 괜히 매만 더 맞는 꼴이 될 것 같았다.

"곤장 맞다 똥오줌 못 가려서 망신당하지 말고 그 음란한 궁둥짝에 힘 꽉 주거라."

나장의 조언인지 희롱인지 애매한 발언에 설비가 고개를 번쩍 들고 뭐라 하려던 찰나 한길의 신호와 함께 큼지막한 곤장 두 개가 각각 네 쪽의 엉덩이 위로 높이 올라갔다.

이어서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여인의 볼기짝으로 낙하했다.

쨕-! 따악-!

살짝 다른 듯한 타격음이 겹쳐저 묘한 소리를 냈다.

"허업-"

첫 번째 곤장이 볼기를 후려치자 설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헛숨 들이쉬는 소리만 내었다.

동시에 형방이 활시위 끄트머리에 묶인 산가지 하나를 반대편으로 밀어 숫자를 세었다.

한 대만 맞았을 뿐인데 볼기짝이 붉그스름해졌다. 태나 장과 달리 넓적한 노 모양의 곤장은 하나로도 두 여인의 볼기를 모두 덮을 만큼 컸다.

딱-! 짜악-! 딱-!

매가 계속 떨어졌다.

"아-!"

다섯번째 매질에서야 설비가 비명을 터트렸다. 이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 했다.

곤장의 위력은 장형과 비교할 수 없었다. 나장은 저 큰 매를 어찌나 자유자재로 다루는지 쉴새없이 소곤을 휘둘렀다.

딱- "까악-!" "열이요-!" 짜악-! "아이고오!" "열 하나요-!"

매가 열 대에 이르자 설비의 볼기는 새빨간 것을 넘어 곳곳에 시커먼 멍이 올라왔다. 그나마 연설은 나장들과 안면이 있기에 좀 약하게 맞았는지 멍자국이 덜했다.

따악-! "열 셋이오!"

설비의 고개가 형틀 위로 푹 꺼졌다.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게 된 옥문 역시 부끄러운 줄 모르고 활짝 열려 형틀에 엎어진 그녀의 허벅지 위로 소변이 줄줄 흘렀다.

흰 소복 아래로 노란 무언가가 흐르는 것을 본 나장이 잠시 매질을 멈췄다. 곧 근처의 다른 나졸이 물동이를 끼얹어 설비를 깨웠다.

마치 물에 빠졌다 구해진 사람처럼 허업 하는 소리와 함께 설비의 의식이 돌아왔다. 동시에 매도 떨어졌다.

짝-

"아아악-!"

설비의 형틀에 묶인 몸이 고통에 좌우로 흔들렸다.

얼마나 세차게 흔들었는지 설비가 실수한 소변이 설비 쪽으로 와서 구경하던 현감의 얼굴에 튀고 말았다.

"이런 추잡한 계집을 보았나! 이년을 몹시 쳐라!"

"예!"

따악-!

"아아악!! 아학!"

"열 다섯이오!"

곤장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다행이 일반 나졸이 아닌 곤장질의 프로라 할 수 있는 나장이 치는 매였기에 뼈에 맞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볼기의 살거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은 여전했다.

딱-!

"흐으으으으....."

"열 아홉이요!"

따악-!

"흐으으아아악!!"

"스물이요!"

체통이고 뭐고 없다는 듯이 괴성을 질러대는 몸을 비틀어대는 끝에 매질이 끝났다.

매질이 끝남과 함께 설비는 형틀에 몸을 맡겼다.

힘없이 엎어진 설비의 시선에는 아직도 매를 맞는 연이가 보였다.

고통스러운 표정과는 달리 연이의 빰은 이상할 정도로 불그스름해져 있었고 그런 연이를 한길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연이도 정해진 매를 다 맞았고, 자신처럼 힘없이 형틀 위로 쓰러졌다. 연이가 엎어지자 한길은 나졸을 뒤로 물린 뒤 연이의 물로 착 달라붙은 치마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설비는 그것이 매를 맞아 심하게 다치진 않은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같은 유배 죄인이 아닌 양인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한길은 연설의 볼기와 그 근처를 몇 번 만지더니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형방을 불러 무언가 이야기했다.

이후 연이와 설비는 형틀에서 풀려나 관아 건물 내 한 방으로 옮겨졌다.


"모두 밖으로 끌어내라!"

궁궐 내의 나인 처소, 평소 같으면 교대 근무를 준비하는 나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잠에 든 평온한 밤이었겠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느닷없이 들이친 의금부 군졸들의 손에 곤히 잠자던 나인들이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로 끌려나왔다.

"박 항아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나도 영문을 모르겠네."

동료 나인의 물음에 조심스레 답하는 박 나인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8살에 궁에 들어온 후 15년동안 궁궐 생활을 해 온 그녀의 직감은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외쳐댔다. 보통 궁녀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감찰상궁에게 회초리를 맞거나, 대식-동성애- 수준의 큰 사건이라도 내수사에서 다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박 나인을 비롯해서 십수명의 나인이 잠자던 복장 그대로 모두 처소 마당으로 끌려나왔다. 대다수는 소복 차림이었지만 개중엔 속곳 하나만 겨우 걸친 나인들도 있었다.

군졸 하나가 손에 검게 옺칠이 된 화살을 들고 건물 뒤에서 나왔다.

"이것이 대청마루 밑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저것이로군, 여봐라! 죄인들을 당장 포박하라!"

군관의 호령과 함께 군졸들이 붉은 오랏줄로 나인들을 굴비 엮듯 줄줄이 묶었다.

군졸들이 두 팔을 뒤로 잡아채 거칠게 묶는 와중에도 박 나인은 궁 안의 많은 나인 처소 중 이 처소 건물을 제외한 다른 곳은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 나인을 포함해 이 처소에서 사는 궁녀들은 모두 최 숙의를 모시는 나인들이었다. 군졸들이 이 처소만 덮쳤다는 것은 분명 최 숙의를 노렸다는 것이었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위로는 상감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아래로도 두루 존경받는 최 숙의였기에 박 나인은 이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의금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것은 분명이 대역죄가 확실했으나 최 숙의같은 온후한, 순진하다는 평까지 듣는 위인이 대역죄를 저지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박 나인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사이 줄줄이 붉은 오라에 묶인 나인들은 어느새 궁을 나와, 청계천 너머 의금부로 향했다.

점점 의금부에 가까워질수록 통금 시간 한양의 고요한 밤과 어울리지 않는 비명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의금부에 끌려간 이상 몸 성히 나오기는 이미 틀렸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나인들의 낯빛 이 눈에 띄게 새파래졌다.

나인들은 곧바로 의금부 본당에 마련된 추국청으로 끌려갔다.

거칠게 추국청 마당에 던져진 나인들은 엉거주춤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박 나인은 살짝 고개를 들어 분위기를 살폈다.

자신들의 의금부 문을 넘으며 들었던 끔찍한 비명소리를 만들어낸 형구들이 넓은 마당의 사방에 널려 있었고, 인두가 살을 지질 때 나는 누린내, 피비린내가 추국청에 가득했다.

넓은 추국청 마당을 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거대한 횃불들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고, 그 횃불이 일렁이며 의금부 관원들의 붉은 옷을 일렁이며 비춰 마치 야차를 보는 듯 했다.

의금부 본당의 대청마루 위의 높은 의자에는 추국을 담당하는 붉은 관복을 입은 위관 여러 명이 염라대왕처럼 앉아 있었고, 그들 뒤에는 발이 쳐저 있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아마 그가 이 추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자일 것이다.

본당 밑 마당에는 한 차례 끔찍한 고신을 당한 내관들과 나인들이 끔찍한 몰골로 실려 나가고 있었다.

주리를 틀렸는지 뼈가 부러져 다리가 꺾인 내관, 윗옷을 모두 벗은 채 등에 인두로 지진 화상을 입은 나인, 결국 유명을 달리해 거적으로 덮여져 실려가는 시신,

쳐다보기도 끔찍한 그 궁인들은 대부분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최 숙의를 모시던 궁인들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슬슬 추국청의 정리가 끝나가던 중, 다른 사람이 몇 명 더 끌려왔다.

최 숙의를 모시는 상궁들이었다.

박 나인은 그들 중 강 상궁과 눈이 마두쳤다. 갓 서른의 젊은 나이로 상궁이 된 것 뿐만 아니라 평소 엄격하고 단정하기로 유명한 강 상궁 역시 자다 끌려 나왔는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상궁들까지 끌려나온 것을 보아, 어린 견습나인을 제외하고 최 숙의를 모시는 모든 궁인들이 이 추국청으로 잡혀온 듯 했다.

"상궁마마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박 나인은 목소리를 낮춰 강 상궁에게 속삭였다.

"나는 잘 모르겠구나. 혹시 무슨 일로 잡혀왔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

"군졸들이 나인들 숙소에서 검은 화살을 발견하더니 저희를 추포했습니다."

"검은 화살? 그것은 저주에 쓰이는 화살이 아니더냐?"

"최근에 나인 몇 명이 몰래 궁 밖에서 점을 보러 다니긴 했습니다만..저주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중전마마께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에 걸리셔서 사경을 헤메시다가 며칠 전에야 간신히 기사회생해셨다던데, 설마..!"

이 사건의 가닥을 잡은 강 상궁의 추리를 위관의 근엄한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죄인들은 고개를 들라!"

그의 손에는 아까 처소에서 나온 검게 옺칠된 화살이 들려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나인들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자 이내 위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째서 저주에 쓰이는 물건이 궁녀의 처소에 있단 말이냐!"

추상같은 위관의 위용에 눌려 나인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기극에 대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 숙의와 네년들이 공모해 중전마마를 저주했다는 고변서의 내용이 틀림없으렸다!"

"대감, 억울합니다!"

강 상궁이 고개를 번쩍 들고 위관을 노려봤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의 투서와, 화살 한 쪽만으로 어찌 이러십니까?"

위관은 자신에게 따박따박 대드는 이 젊은 상궁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가 대청 밑에 금부도사를 향해 손을 까딱하자 금부도사와 군졸들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 한 명과 화려한 수가 놓인 옷을 들고 나왔다.

"너희들이 접촉한 무당이 이미 중전마마를 향해 살을 날렸다고 자복하였다. 또! 이 무당의 거처에 최 숙의의 당의가 있는 것은 어찌 설명할 것이냐!"

박 나인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분명히 만신창이가 된 무당은 억지 자백을 했을 것이고 당의는 훔치던지 새로 만들던지 해서 나인들의 숙소에서 나온 화살처럼 던저놓았을 것이다.

어설픈 증거였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어설픈 증거만으로도 추국이 열렸다는 것이었다. 왕의 허락 없이 추국을 할 수 없으니, 이는 곧 왕이 최 숙의를 버린 것을 의미했다.

"억..억울합니다!"

"믿어 주십시오, 대감!"

사태를 깨달은 나인들은 급박하게 위관에게 매달렸다.
이런 중대한 혐의를 인정하면 최 숙의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렇게 증좌가 명확한데 끝까지 발뼘을 하는구나! 네년들이 정녕 주리를 틀리고 압슬을 당해 다리뼈가 으스러져야 사실을 말할 생각이냐! 여봐라! 당장..!"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대감."

짙게 쳐진 발 뒤에서 나는 목소리었다. 여인의 목소리지만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먹물처럼 깊고 흡입력 있는 목소리는 추상같던 위관을 순식간에 양처럼 만들었다.

"하명하시옵소서 중전 마마."

"아까 내관들을 형문하는 것을 보니, 건장한 내관들도 온갖 혹형에 견디질 못하고 자복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물며 이번에는 전부 여인들이니 아까처럼 고신했다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어찌 하는게 좋겠나이까?"

"신장으로 볼기를 쳐서 자복을 받아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중전이 세자빈 시절부터 나인들의 품행을 문제삼아 중궁전에서 수시로 나인들 볼기를 친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었다. 아예 중궁전 마당에는 언제나 형틀이 놓여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비가 살아 있을 적에는 궁인들을 너무 가혹하게 대한다며 불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지만 중전의 자리에 오르고, 대비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에서는 아무도 그녀에게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향간에는 근래 들어 미색이 빼어난 나인들을 골라 갖은 트집을 잡아 형틀에 묶고 동료 나인들에게 매를 들려 볼기를 때리며 그 광경을 보며 술을 즐긴다는 괴소문이 돌곤 했다.

최 숙의를 포함한 여러 후궁들도 상감의 승은을 입기 전엔 꽤 자주, 입은 후에도 알게 모르게 형틀에 엎드리곤 했다.

이러한 중전의 기행 때문에 주상과 상감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조정 곳곳에 고관대작 외척들이 포진하고 있는 중전은 그 자체로 막강한 정치 세력의 수장이나 다름없어 상감은 이번 최 숙의의 일에도 그저 최 숙의의 고신을 금지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형틀과 신장을 꺼내오라!"

중전의 말이 떨어지자 위관이 눈에 띄게 호들갑을 떨며 군사들을 재촉했다. 의금부 당상관인 위관들의 호령에 나졸들이 형틀을 꺼내오려 바삐 뛰어나가는 사이 다시 중전이 입을 열었다.

"아, 형판 대감."

"예, 중전마마."

"최 숙의를 이곳으로 데려 오세요."

"하오나 마마, 이전에 전하께오서 최 숙의는 고신하지 말라는 명을 내렸사옵니다."

"고신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나졸들은 기계처럼 형틀을 추국청 마당에 늘어놓고 있었다.

앞줄에 세 개, 뒷줄에 내 개. 총 일곱 개의 형틀이 차려졌다.

좌르륵 소리와 함께 곤장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조금 작은 크기의 신장이 바닥에 쏟아졌다. 적게 잡아도 수십 개는 되는 듯 했다.

저게 다 우리 볼기 위로 떨어지겠구나, 박 나인은 아찔했다.

스물 한 명의 궁인들 중 첫 번째로 형틀에 매일 불쌍한 일곱 명이 끌려나갔다. 강 상궁도 그들 중 하나였다.

나졸들의 거친 손은 끌려나가지 않으려 부질없는 발악을 하는 나인들의 머리채를 둘둘 휘감았다. 속곳밖에 입지 못한 나인은 속곳이 뜯겨나갔고, 속치마를 입은 나인도 하의가 찢겨지듯 벗겨졌다.

대역죄에는 남녀가 없다는 국법 하에, 철저하게 순결과 단정함을 요구받던 궁인들의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의에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궁인들은 형틀에 내던져졌다. 개중에는 상의를 미처 입지 못한 궁인들도 있었던 탓에 아예 나체 상태로 형틀에 엎드리는 자도 있었다.

온갖 고신의 달인인 의금부 나졸들이 나인들의 팔을 벌려 형틀에 묶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곧 이팔 청춘 항아부터 불혹 상궁까지 형틀에 묶였다.

형틀의 양 쪽에는 매질 경력만 십수년에 이르는 의금부 나졸들이 양 손에 신장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강 상궁도 하반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맨 앞줄 정 중앙 형틀에 묶여 있었다.

박 나인은 열십자로 형틀에 묶여 있는 강 상궁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엎드린 채 볼록 솟아 있는 강 상궁의 둔부는 새벽이라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둔부에는 닭살이 돋아 있었고 긴장했는지 가끔 파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보던 나졸이 신장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주상 전하만 볼수 있는 궁녀의 볼기, 그것도 꽤 미색인 궁녀의 것을 가까이서 보는 이 나졸의 표정에는 일종의 배덕감 같은 것도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곤장질의 프로답게 엄격한 얼굴로 돌아왔다.

"시작하라!"

중전의 신호를 본 위관 중 하나가 고신의 시작을 알리자 일곱 개의 신장이 위로 동시에 올라갔다.

"모두 밖으로 끌어내라!"

궁궐 내의 나인 처소, 평소 같으면 교대 근무를 준비하는 나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잠에 든 평온한 밤이었겠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느닷없이 들이친 의금부 군졸들의 손에 곤히 잠자던 나인들이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로 끌려나왔다.

"박 항아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나도 영문을 모르겠네."

동료 나인의 물음에 조심스레 답하는 박 나인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8살에 궁에 들어온 후 15년동안 궁궐 생활을 해 온 그녀의 직감은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외쳐댔다. 보통 궁녀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감찰상궁에게 회초리를 맞거나, 대식-동성애- 수준의 큰 사건이라도 내수사에서 다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박 나인을 비롯해서 십수명의 나인이 잠자던 복장 그대로 모두 처소 마당으로 끌려나왔다. 대다수는 소복 차림이었지만 개중엔 속곳 하나만 겨우 걸친 나인들도 있었다.

군졸 하나가 손에 검게 옺칠이 된 화살을 들고 건물 뒤에서 나왔다.

"이것이 대청마루 밑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저것이로군, 여봐라! 죄인들을 당장 포박하라!"

군관의 호령과 함께 군졸들이 붉은 오랏줄로 나인들을 굴비 엮듯 줄줄이 묶었다.

군졸들이 두 팔을 뒤로 잡아채 거칠게 묶는 와중에도 박 나인은 궁 안의 많은 나인 처소 중 이 처소 건물을 제외한 다른 곳은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 나인을 포함해 이 처소에서 사는 궁녀들은 모두 최 숙의를 모시는 나인들이었다. 군졸들이 이 처소만 덮쳤다는 것은 분명 최 숙의를 노렸다는 것이었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위로는 상감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아래로도 두루 존경받는 최 숙의였기에 박 나인은 이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의금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것은 분명이 대역죄가 확실했으나 최 숙의같은 온후한, 순진하다는 평까지 듣는 위인이 대역죄를 저지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박 나인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사이 줄줄이 붉은 오라에 묶인 나인들은 어느새 궁을 나와, 청계천 너머 의금부로 향했다.

점점 의금부에 가까워질수록 통금 시간 한양의 고요한 밤과 어울리지 않는 비명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의금부에 끌려간 이상 몸 성히 나오기는 이미 틀렸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나인들의 낯빛 이 눈에 띄게 새파래졌다.

나인들은 곧바로 의금부 본당에 마련된 추국청으로 끌려갔다.

거칠게 추국청 마당에 던져진 나인들은 엉거주춤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박 나인은 살짝 고개를 들어 분위기를 살폈다.

자신들의 의금부 문을 넘으며 들었던 끔찍한 비명소리를 만들어낸 형구들이 넓은 마당의 사방에 널려 있었고, 인두가 살을 지질 때 나는 누린내, 피비린내가 추국청에 가득했다.

넓은 추국청 마당을 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거대한 횃불들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고, 그 횃불이 일렁이며 의금부 관원들의 붉은 옷을 일렁이며 비춰 마치 야차를 보는 듯 했다.

의금부 본당의 대청마루 위의 높은 의자에는 추국을 담당하는 붉은 관복을 입은 위관 여러 명이 염라대왕처럼 앉아 있었고, 그들 뒤에는 발이 쳐저 있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아마 그가 이 추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자일 것이다.

본당 밑 마당에는 한 차례 끔찍한 고신을 당한 내관들과 나인들이 끔찍한 몰골로 실려 나가고 있었다.

주리를 틀렸는지 뼈가 부러져 다리가 꺾인 내관, 윗옷을 모두 벗은 채 등에 인두로 지진 화상을 입은 나인, 결국 유명을 달리해 거적으로 덮여져 실려가는 시신,

쳐다보기도 끔찍한 그 궁인들은 대부분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최 숙의를 모시던 궁인들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슬슬 추국청의 정리가 끝나가던 중, 다른 사람이 몇 명 더 끌려왔다.

최 숙의를 모시는 상궁들이었다.

박 나인은 그들 중 강 상궁과 눈이 마두쳤다. 갓 서른의 젊은 나이로 상궁이 된 것 뿐만 아니라 평소 엄격하고 단정하기로 유명한 강 상궁 역시 자다 끌려 나왔는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상궁들까지 끌려나온 것을 보아, 어린 견습나인을 제외하고 최 숙의를 모시는 모든 궁인들이 이 추국청으로 잡혀온 듯 했다.

"상궁마마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박 나인은 목소리를 낮춰 강 상궁에게 속삭였다.

"나는 잘 모르겠구나. 혹시 무슨 일로 잡혀왔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

"군졸들이 나인들 숙소에서 검은 화살을 발견하더니 저희를 추포했습니다."

"검은 화살? 그것은 저주에 쓰이는 화살이 아니더냐?"

"최근에 나인 몇 명이 몰래 궁 밖에서 점을 보러 다니긴 했습니다만..저주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중전마마께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에 걸리셔서 사경을 헤메시다가 며칠 전에야 간신히 기사회생해셨다던데, 설마..!"

이 사건의 가닥을 잡은 강 상궁의 추리를 위관의 근엄한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죄인들은 고개를 들라!"

그의 손에는 아까 처소에서 나온 검게 옺칠된 화살이 들려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나인들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자 이내 위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째서 저주에 쓰이는 물건이 궁녀의 처소에 있단 말이냐!"

추상같은 위관의 위용에 눌려 나인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기극에 대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 숙의와 네년들이 공모해 중전마마를 저주했다는 고변서의 내용이 틀림없으렸다!"

"대감, 억울합니다!"

강 상궁이 고개를 번쩍 들고 위관을 노려봤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의 투서와, 화살 한 쪽만으로 어찌 이러십니까?"

위관은 자신에게 따박따박 대드는 이 젊은 상궁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가 대청 밑에 금부도사를 향해 손을 까딱하자 금부도사와 군졸들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 한 명과 화려한 수가 놓인 옷을 들고 나왔다.

"너희들이 접촉한 무당이 이미 중전마마를 향해 살을 날렸다고 자복하였다. 또! 이 무당의 거처에 최 숙의의 당의가 있는 것은 어찌 설명할 것이냐!"

박 나인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분명히 만신창이가 된 무당은 억지 자백을 했을 것이고 당의는 훔치던지 새로 만들던지 해서 나인들의 숙소에서 나온 화살처럼 던저놓았을 것이다.

어설픈 증거였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어설픈 증거만으로도 추국이 열렸다는 것이었다. 왕의 허락 없이 추국을 할 수 없으니, 이는 곧 왕이 최 숙의를 버린 것을 의미했다.

"억..억울합니다!"

"믿어 주십시오, 대감!"

사태를 깨달은 나인들은 급박하게 위관에게 매달렸다.
이런 중대한 혐의를 인정하면 최 숙의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렇게 증좌가 명확한데 끝까지 발뼘을 하는구나! 네년들이 정녕 주리를 틀리고 압슬을 당해 다리뼈가 으스러져야 사실을 말할 생각이냐! 여봐라! 당장..!"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대감."

짙게 쳐진 발 뒤에서 나는 목소리었다. 여인의 목소리지만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먹물처럼 깊고 흡입력 있는 목소리는 추상같던 위관을 순식간에 양처럼 만들었다.

"하명하시옵소서 중전 마마."

"아까 내관들을 형문하는 것을 보니, 건장한 내관들도 온갖 혹형에 견디질 못하고 자복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물며 이번에는 전부 여인들이니 아까처럼 고신했다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어찌 하는게 좋겠나이까?"

"신장으로 볼기를 쳐서 자복을 받아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중전이 세자빈 시절부터 나인들의 품행을 문제삼아 중궁전에서 수시로 나인들 볼기를 친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었다. 아예 중궁전 마당에는 언제나 형틀이 놓여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비가 살아 있을 적에는 궁인들을 너무 가혹하게 대한다며 불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지만 중전의 자리에 오르고, 대비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에서는 아무도 그녀에게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향간에는 근래 들어 미색이 빼어난 나인들을 골라 갖은 트집을 잡아 형틀에 묶고 동료 나인들에게 매를 들려 볼기를 때리며 그 광경을 보며 술을 즐긴다는 괴소문이 돌곤 했다.

최 숙의를 포함한 여러 후궁들도 상감의 승은을 입기 전엔 꽤 자주, 입은 후에도 알게 모르게 형틀에 엎드리곤 했다.

이러한 중전의 기행 때문에 주상과 상감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조정 곳곳에 고관대작 외척들이 포진하고 있는 중전은 그 자체로 막강한 정치 세력의 수장이나 다름없어 상감은 이번 최 숙의의 일에도 그저 최 숙의의 고신을 금지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형틀과 신장을 꺼내오라!"

중전의 말이 떨어지자 위관이 눈에 띄게 호들갑을 떨며 군사들을 재촉했다. 의금부 당상관인 위관들의 호령에 나졸들이 형틀을 꺼내오려 바삐 뛰어나가는 사이 다시 중전이 입을 열었다.

"아, 형판 대감."

"예, 중전마마."

"최 숙의를 이곳으로 데려 오세요."

"하오나 마마, 이전에 전하께오서 최 숙의는 고신하지 말라는 명을 내렸사옵니다."

"고신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나졸들은 기계처럼 형틀을 추국청 마당에 늘어놓고 있었다.

앞줄에 세 개, 뒷줄에 내 개. 총 일곱 개의 형틀이 차려졌다.

좌르륵 소리와 함께 곤장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조금 작은 크기의 신장이 바닥에 쏟아졌다. 적게 잡아도 수십 개는 되는 듯 했다.

저게 다 자신들의 볼기 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박 나인은 아찔했다.

스물 한 명의 궁인들 중 첫 번째로 형틀에 매일 불쌍한 일곱 명이 끌려나갔다. 강 상궁도 그들 중 하나였다.

나졸들의 거친 손은 끌려나가지 않으려 부질없는 발악을 하는 나인들의 머리채를 둘둘 휘감았다. 속곳밖에 입지 못한 나인은 속곳이 뜯겨나갔고, 속치마를 입은 나인도 하의가 찢겨지듯 벗겨졌다.

대역죄에는 남녀가 없다는 국법 하에, 철저하게 순결과 단정함을 요구받던 궁인들의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의에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궁인들은 형틀에 내던져졌다. 개중에는 상의를 미처 입지 못한 궁인들도 있었던 탓에 아예 나체 상태로 형틀에 엎드리는 자도 있었다.

온갖 고신의 달인인 의금부 나졸들이 나인들의 팔을 벌려 형틀에 묶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곧 이팔 청춘 항아부터 불혹 상궁까지 형틀에 묶여 열 십자 모양이 되었다.

형틀의 양 쪽에는 매질 경력만 십수년에 이르는 의금부 나졸들이 양 손에 신장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강 상궁도 하반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맨 앞줄 정 중앙 형틀에 묶여 있었다.

박 나인은 열십자로 형틀에 묶여 있는 강 상궁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엎드린 채 볼록 솟아 있는 강 상궁의 둔부는 새벽이라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둔부에는 닭살이 돋아 있었고 긴장했는지 가끔 파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보던 나졸이 신장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주상 전하만 볼수 있는 궁녀의 볼기, 그것도 꽤 미색인 궁녀의 것을 가까이서 보는 이 나졸의 표정에는 일종의 배덕감 같은 것도 느껴지는 듯 했다.

"시작하라!"

중전의 신호를 본 위관 중 하나가 고신의 시작을 알리자 일곱 개의 신장이 위로 동시에 올라갔다.

딱-

짝-

따악-

겹치는 듯 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댓수가 정해지지 않은 신장이기에 나졸들은 숫자를 세지도 않고 연이어 매를 휘둘렀다.

나인들의 비명소리와 신장이 여인의 보드라운 엉덩이를 후려치는 소리가 추국청에 울려퍼졌다.

신장은 일반적인 곤장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기껏해야 태, 심한 경우에도 장을 맞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궁인들에겐 무지막지한 형벌이었다.

궁인들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듯 연신 비명을 질러 댔다. 손발이 형틀에 묶인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은 그나마 자유로운 상체, 정확히는 몸통을 활처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볼기를 좌우로 흔드는 것 뿐이었다.

나졸들은 마치 양쪽에서 큰 톱으로 박을 써는 농민들처럼 일종의 리듬에 맞춰 신장을 휘둘렀다.

한대 한대 매가 늘수록 승은을 입을 날만 고대하며 온갖 속곳이며 속바지 속치마 깊은 곳에 숨기던 하얗디 하얀 볼기짝은 붉게, 푸르게 변해 갔다.

박 나인은 이 잔혹한 광경에 몸서리쳤다. 저들이 나가떨어지면 다음은 자신 차례가 될 것이었다.

대식을 한 동료들이 내수사에 끌려가 장을 맞고 내쳐지는 것은 종종 보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짜악-

"악-!"

딱-

"어헉-"

어느덧 매질이 시작된 지 몇 식경이 넘어가자 실신한 궁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은 궁인의 얼굴에는 바로 찬물이 뿌려졌고, 정신을 차라지마자 신장이 떨어졌다.

딱-

"악- 아아악-!"

쩌억-!

"까아악!"

"다 말하겠습니다!"

매 치는 소리, 궁인들의 비명소리, 자복하라는 위관의 호통을 뚫고 한 나인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튀어나왔다.

위관이 손을 들어 고신을 중지하란 신호를 보내자 매질이 멈췄다.

일순간 지옥같던 추국장이 조용해졌다.

"그래, 자복할 마음이 들었구나. 어서 말해라. 최 숙의가 중전마마를 저주한 것이 맞느냐?"

"그것이.. 그것이.."

"네 이년!"

날카로운 목소리가 자백하려던 나인의 입을 막았다.

강 상궁이었다.

신장이 이미 여러 번 매만져 볼기가 터져 형틀 밑으로 선혈이 뚝뚝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네년이 마마께 은혜를 입었거늘 어찌 주인을 음해하려 하느냐!"

"이년이!"

"잠시만요 대감, 좀 들어 봅시다."

발끈하는 위관을 중전이 제지했다.

"어차피 여기서 거짓으로 실토해도 대역죄인이 되니 너희도 참형을 면하지 못 할 것이다. 끝까지 버텨내 숙의마마를 지켜내는 것이 너희가 살 길이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강 상궁의 일갈에 거짓 자백으로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던 궁인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은 듯 조용해졌다.

강 상궁이 말을 마칠 수 있게 해준 중전은 이 상황이 꽤나 흥미로운 듯 보였다.

"이제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하세요."

"다시 치랍신다!"

딱-

"아학-"

짜악-

따악-

다시 가혹한 매질이 시작됐다.

강 상궁에게도 무수한 신장이 쏟아졌다. 역시나 곤장질의 베테랑인 의금부 나졸다웠다.

나졸들이 휘두르는 신장은 볼기의 정 중앙과 아랫부분을 번갈아 후려쳤고, 덕분에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맞아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던지 하는 험악한 일은 생기지 않고 있었다.

모르는 자가 보면 나졸이 자비를 베푼 것으로 보이겠으나,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었다.

정해진 댓수의 형벌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몇 대를 쳐서라도 자복을 받아내야 하는 신장을 곤장 치듯 마구잡이로 휘둘렀다간 죄인이 금방 죽기 마련이었다.

자복을 받기 전에 죄인이 죽어버리면 나졸 역시 이래저래 곤란해질 터.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들은 나름의 고급 기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매 치는 부위를 미세하게 바꾸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매를 치되 볼기 속이 상하지 않게 겉만 치는 것이다.

볼기에 전해지는 고통이야 비슷하겠지만, 속이 상하거나 살점이 떨어지지 않으니 장을 맞다 죽을 확률은 확연이 떨어진다.

죄인의 입장에서는 고통이 더 길어지니 고역이고, 나졸은 팔뚝이 상해 고역이다.

그런 나졸의 속사정을 강 상궁이 알 리가 없었다.

딱-

"아악!"

신장이 강 상궁의 볼기를 강타했다.

어느새 실금까지 한 강 상궁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형틀에 몸을 비비적댔다.

단단히 동여매진 손목이 밧줄에 쓸려 새빨게졌다.

강 상궁은 상궁들 중에서 꽤나 젊은 편이었기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지만 나이가 있는 다른 상궁들이나 연약한 나인들 중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 하는 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 상궁의 바로 옆 형틀에 묶여서 신장을 맞고 있던 다른 상궁이 푹 쓰러졌다.

나졸은 익숙하게 물을 끼얻았지만, 상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군관 하나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거칠게 상궁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어올렸고, 상태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죽어서야 형틀에서 끌어내려진 상궁은 거적떼기로 덮였고, 형틀 하나가 비자 곧바로 속곳만 입은 나인 하나가 나졸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왔다.

나인은 울며불며 발버둥쳤지만 우악스러운 나졸들의.완력에는 어쩔 수 없었다.

나졸들은 나인의 옥문만을 겨우 가리고 있던 속곳을 뜯어내 나체로 만들어 형틀에 집어던졌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나인을 나졸 한 명이 그녀의 위에 올라타다시피 해서 형틀에 잡아매었다.

형틀에 매이자마자 매질이 시작돼었고, 나인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때 추국장의 뒷문이 열리고 의금부 군관 몇이 흰 소복을 입은 여인과 함께 들어왔다.

흰 소복과 버선도 신지 못한 맨발 차림이었지만 기품 있고 단아한 여인의 풍모는 그녀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려주는 듯 했다.

"숙의마마!"

박 나인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에게 최 숙의는 자신들을 이곳에서 구해줄 보살처럼 보였다.

"아 최 숙의 왔는가? 이쪽으로 앉으시게."

중전이 비릿한 미소를 띄며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 옆 마룻바닥을 가리키자 최 숙의를 끌고 온 의금부 군관들이 최 숙의를 그곳에 꿇어앉혔다.

"어찌 죄 없는 나인들에게 이런 끔찍한 짓을 한단 말입니까."

최 숙의는 추국장의 광경을 보고 충격을 먹은 듯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저 나인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주인을 잘못 만난 것이 죄라면 죄지. 자네도 궁인 출신이니 잘 알지 않는가?"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은 와중에도 매질은 계속되는 중이었다.

부러신 신장이 점점 늘어났고, 벌써 첫 번째로 끌려나온 일곱 명 중 세 명이 명을 달리했다.

딱-

"아아아악-!"

빠직-

"허억-"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나인 하나가 또다시 엎어졌다. 아까부터 몇 번 실신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했던 이 나인은 모진 곤장질에 엉치뼈가 부러진 듯 했다.다행히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할 것이었다.

엉치뼈가 부러진 나인이 끌어내려진 형틀에 아까부터 줄곧 자기 차례만 기다리던 박 나인이 끌려왔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동료들의 끔찍한 모습을 본 박 나인은 겁에 잔뜩 질려 있는 상태였다.

박 나인 역시 속치마와 속곳이 찢겨졌다. 형틀에는 앞서 이 형틀에 엎드려 있었던 나인의 실금과 피가 흥건했지만, 나졸들은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형틀에 엎드린 박 나인의 둔덕에 그것들이 닿자 박 나인은 잠시 섬칫했으나, 곧 신장이 날라들어 그런 사소한 찝찝함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3

"모두 밖으로 끌어내라!"

궁궐 내의 나인 처소, 평소 같으면 교대 근무를 준비하는 나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잠에 든 평온한 밤이었겠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느닷없이 들이친 의금부 군졸들의 손에 곤히 잠자던 나인들이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로 끌려나왔다.

"박 항아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나도 영문을 모르겠네."

동료 나인의 물음에 조심스레 답하는 박 나인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8살에 궁에 들어온 후 15년동안 궁궐 생활을 해 온 그녀의 직감은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외쳐댔다. 보통 궁녀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감찰상궁에게 회초리를 맞거나, 대식-동성애- 수준의 큰 사건이라도 내수사에서 다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박 나인을 비롯해서 십수명의 나인이 잠자던 복장 그대로 모두 처소 마당으로 끌려나왔다. 대다수는 소복 차림이었지만 개중엔 속곳 하나만 겨우 걸친 나인들도 있었다.

군졸 하나가 손에 검게 옺칠이 된 화살을 들고 건물 뒤에서 나왔다.

"이것이 대청마루 밑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저것이로군, 여봐라! 죄인들을 당장 포박하라!"

군관의 호령과 함께 군졸들이 붉은 오랏줄로 나인들을 굴비 엮듯 줄줄이 묶었다.

군졸들이 두 팔을 뒤로 잡아채 거칠게 묶는 와중에도 박 나인은 궁 안의 많은 나인 처소 중 이 처소 건물을 제외한 다른 곳은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 나인을 포함해 이 처소에서 사는 궁녀들은 모두 최 숙의를 모시는 나인들이었다. 군졸들이 이 처소만 덮쳤다는 것은 분명 최 숙의를 노렸다는 것이었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위로는 상감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아래로도 두루 존경받는 최 숙의였기에 박 나인은 이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의금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것은 분명이 대역죄가 확실했으나 최 숙의같은 온후한, 순진하다는 평까지 듣는 위인이 대역죄를 저지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박 나인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사이 줄줄이 붉은 오라에 묶인 나인들은 어느새 궁을 나와, 청계천 너머 의금부로 향했다.

점점 의금부에 가까워질수록 통금 시간 한양의 고요한 밤과 어울리지 않는 비명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의금부에 끌려간 이상 몸 성히 나오기는 이미 틀렸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나인들의 낯빛 이 눈에 띄게 새파래졌다.

나인들은 곧바로 의금부 본당에 마련된 추국청으로 끌려갔다.

거칠게 추국청 마당에 던져진 나인들은 엉거주춤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박 나인은 살짝 고개를 들어 분위기를 살폈다.

자신들의 의금부 문을 넘으며 들었던 끔찍한 비명소리를 만들어낸 형구들이 넓은 마당의 사방에 널려 있었고, 인두가 살을 지질 때 나는 누린내, 피비린내가 추국청에 가득했다.

넓은 추국청 마당을 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거대한 횃불들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고, 그 횃불이 일렁이며 의금부 관원들의 붉은 옷을 일렁이며 비춰 마치 야차를 보는 듯 했다.

의금부 본당의 대청마루 위의 높은 의자에는 추국을 담당하는 붉은 관복을 입은 위관 여러 명이 염라대왕처럼 앉아 있었고, 그들 뒤에는 발이 쳐저 있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아마 그가 이 추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자일 것이다.

본당 밑 마당에는 한 차례 끔찍한 고신을 당한 내관들과 나인들이 끔찍한 몰골로 실려 나가고 있었다.

주리를 틀렸는지 뼈가 부러져 다리가 꺾인 내관, 윗옷을 모두 벗은 채 등에 인두로 지진 화상을 입은 나인, 결국 유명을 달리해 거적으로 덮여져 실려가는 시신,

쳐다보기도 끔찍한 그 궁인들은 대부분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최 숙의를 모시던 궁인들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슬슬 추국청의 정리가 끝나가던 중, 다른 사람이 몇 명 더 끌려왔다.

최 숙의를 모시는 상궁들이었다.

박 나인은 그들 중 강 상궁과 눈이 마두쳤다. 갓 서른의 젊은 나이로 상궁이 된 것 뿐만 아니라 평소 엄격하고 단정하기로 유명한 강 상궁 역시 자다 끌려 나왔는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상궁들까지 끌려나온 것을 보아, 어린 견습나인을 제외하고 최 숙의를 모시는 모든 궁인들이 이 추국청으로 잡혀온 듯 했다.

"상궁마마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박 나인은 목소리를 낮춰 강 상궁에게 속삭였다.

"나는 잘 모르겠구나. 혹시 무슨 일로 잡혀왔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

"군졸들이 나인들 숙소에서 검은 화살을 발견하더니 저희를 추포했습니다."

"검은 화살? 그것은 저주에 쓰이는 화살이 아니더냐?"

"최근에 나인 몇 명이 몰래 궁 밖에서 점을 보러 다니긴 했습니다만..저주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얼마 전에 중전마마께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에 걸리셔서 사경을 헤메시다가 며칠 전에야 간신히 기사회생해셨다던데, 설마..!"

이 사건의 가닥을 잡은 강 상궁의 추리를 위관의 근엄한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죄인들은 고개를 들라!"

그의 손에는 아까 처소에서 나온 검게 옺칠된 화살이 들려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나인들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자 이내 위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째서 저주에 쓰이는 물건이 궁녀의 처소에 있단 말이냐!"

추상같은 위관의 위용에 눌려 나인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기극에 대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 숙의와 네년들이 공모해 중전마마를 저주했다는 고변서의 내용이 틀림없으렸다!"

"대감, 억울합니다!"

강 상궁이 고개를 번쩍 들고 위관을 노려봤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의 투서와, 화살 한 쪽만으로 어찌 이러십니까?"

위관은 자신에게 따박따박 대드는 이 젊은 상궁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가 대청 밑에 금부도사를 향해 손을 까딱하자 금부도사와 군졸들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 한 명과 화려한 수가 놓인 옷을 들고 나왔다.

"너희들이 접촉한 무당이 이미 중전마마를 향해 살을 날렸다고 자복하였다. 또! 이 무당의 거처에 최 숙의의 당의가 있는 것은 어찌 설명할 것이냐!"

박 나인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분명히 만신창이가 된 무당은 억지 자백을 했을 것이고 당의는 훔치던지 새로 만들던지 해서 나인들의 숙소에서 나온 화살처럼 던저놓았을 것이다.

어설픈 증거였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어설픈 증거만으로도 추국이 열렸다는 것이었다. 왕의 허락 없이 추국을 할 수 없으니, 이는 곧 왕이 최 숙의를 버린 것을 의미했다.

"억..억울합니다!"

"믿어 주십시오, 대감!"

사태를 깨달은 나인들은 급박하게 위관에게 매달렸다.
이런 중대한 혐의를 인정하면 최 숙의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렇게 증좌가 명확한데 끝까지 발뼘을 하는구나! 네년들이 정녕 주리를 틀리고 압슬을 당해 다리뼈가 으스러져야 사실을 말할 생각이냐! 여봐라! 당장..!"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대감."

짙게 쳐진 발 뒤에서 나는 목소리었다. 여인의 목소리지만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먹물처럼 깊고 흡입력 있는 목소리는 추상같던 위관을 순식간에 양처럼 만들었다.

"하명하시옵소서 중전 마마."

"아까 내관들을 형문하는 것을 보니, 건장한 내관들도 온갖 혹형에 견디질 못하고 자복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물며 이번에는 전부 여인들이니 아까처럼 고신했다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어찌 하는게 좋겠나이까?"

"신장으로 볼기를 쳐서 자복을 받아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중전이 세자빈 시절부터 나인들의 품행을 문제삼아 중궁전에서 수시로 나인들 볼기를 친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었다. 아예 중궁전 마당에는 언제나 형틀이 놓여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비가 살아 있을 적에는 궁인들을 너무 가혹하게 대한다며 불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지만 중전의 자리에 오르고, 대비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에서는 아무도 그녀에게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향간에는 근래 들어 미색이 빼어난 나인들을 골라 갖은 트집을 잡아 형틀에 묶고 동료 나인들에게 매를 들려 볼기를 때리며 그 광경을 보며 술을 즐긴다는 괴소문이 돌곤 했다.

최 숙의를 포함한 여러 후궁들도 상감의 승은을 입기 전엔 꽤 자주, 입은 후에도 알게 모르게 형틀에 엎드리곤 했다.

이러한 중전의 기행 때문에 주상과 상감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조정 곳곳에 고관대작 외척들이 포진하고 있는 중전은 그 자체로 막강한 정치 세력의 수장이나 다름없어 상감은 이번 최 숙의의 일에도 그저 최 숙의의 고신을 금지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형틀과 신장을 꺼내오라!"

중전의 말이 떨어지자 위관이 눈에 띄게 호들갑을 떨며 군사들을 재촉했다. 의금부 당상관인 위관들의 호령에 나졸들이 형틀을 꺼내오려 바삐 뛰어나가는 사이 다시 중전이 입을 열었다.

"아, 형판 대감."

"예, 중전마마."

"최 숙의를 이곳으로 데려 오세요."

"하오나 마마, 이전에 전하께오서 최 숙의는 고신하지 말라는 명을 내렸사옵니다."

"고신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나졸들은 기계처럼 형틀을 추국청 마당에 늘어놓고 있었다.

앞줄에 세 개, 뒷줄에 내 개. 총 일곱 개의 형틀이 차려졌다.

좌르륵 소리와 함께 곤장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조금 작은 크기의 신장이 바닥에 쏟아졌다. 적게 잡아도 수십 개는 되는 듯 했다.

저게 다 우리 볼기 위로 떨어지겠구나, 박 나인은 아찔했다.

스물 한 명의 궁인들 중 첫 번째로 형틀에 매일 불쌍한 일곱 명이 끌려나갔다. 강 상궁도 그들 중 하나였다.

나졸들의 거친 손은 끌려나가지 않으려 부질없는 발악을 하는 나인들의 머리채를 둘둘 휘감았다. 속곳밖에 입지 못한 나인은 속곳이 뜯겨나갔고, 속치마를 입은 나인도 하의가 찢겨지듯 벗겨졌다.

대역죄에는 남녀가 없다는 국법 하에, 철저하게 순결과 단정함을 요구받던 궁인들의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의에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궁인들은 형틀에 내던져졌다. 개중에는 상의를 미처 입지 못한 궁인들도 있었던 탓에 아예 나체 상태로 형틀에 엎드리는 자도 있었다.

온갖 고신의 달인인 의금부 나졸들이 나인들의 팔을 벌려 형틀에 묶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곧 이팔 청춘 항아부터 불혹 상궁까지 형틀에 묶였다.

형틀의 양 쪽에는 매질 경력만 십수년에 이르는 의금부 나졸들이 양 손에 신장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강 상궁도 하반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맨 앞줄 정 중앙 형틀에 묶여 있었다.

박 나인은 열십자로 형틀에 묶여 있는 강 상궁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엎드린 채 볼록 솟아 있는 강 상궁의 둔부는 새벽이라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둔부에는 닭살이 돋아 있었고 긴장했는지 가끔 파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보던 나졸이 신장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주상 전하만 볼수 있는 궁녀의 볼기, 그것도 꽤 미색인 궁녀의 것을 가까이서 보는 이 나졸의 표정에는 일종의 배덕감 같은 것도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곤장질의 프로답게 엄격한 얼굴로 돌아왔다.

"시작하라!"

중전의 신호를 본 위관 중 하나가 고신의 시작을 알리자 일곱 개의 신장이 위로 동시에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