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오늘도 바르고 건전한 성문화 전파에 힘쓰는 NoMatterWhat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4회차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여러분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은 크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가져와 봤습니다. 바로 비잔티움 제국의 테오도시우스 삼중 성벽입니다.


중국 송나라에서 발명된 화약이 유럽에 전래되기 이전까지, 중세 성주들의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습니다. '얼마나 단단하고 높게 성벽을 쌓을 수 있는가?' 물론 방어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해자나 여러 엄폐물도 있었지만, 결국 기본은 성벽의 견고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절대로 함락될 수 없는 성은 어떻게 하면 지을 수 있을까요? ㅈㄴ 간단합니다. 성벽이 하나 밖에 없어서 불안하면 성벽을 더 많이 만들면 되죠!


성벽을 만들기 시작해서 그냥 마니 만들엇읍니다ㅡ


저걸 본 공격군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진짜 ㅈ같겠죠. 가장 높은 안쪽 성벽이 14m.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참호 깊이는 10m, 폭은 20m. 게다가 저기 서있는 감시탑은 96개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런 성이 쫙 둘러져 있으면 어딘가는 부서지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죠. 보통 성처럼 사면이 다 성벽이면요.



짜안! 지상 성벽은 한 쪽 밖에 없네 ㅅㅂ? 네 그렇습니다. 테오도시우스 삼중 성벽의 두 면은 바다와 접해있습니다.


물론 바다 쪽의 성벽은 삼중이 아니긴 하지만, 그게 어딥니까. 배에서 대포도 못 쏘던 시절인데. 보스포루스 해엽에서 인근의 해류가 좀 강력해야 말이죠. 그냥 항해도 힘든데 언제 대포를 쏘겠습니까.


그럼 저 성벽의 가장 큰 약점은 저기 만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를 골든 혼, 즉 금각만이라고 하는데, 저 위치라면 해군이 근접해서 공격이 가능했고(해류의 영향은 없다시피 했죠) 육지 쪽에서도 지원 사격이 가능했죠. 그래서 저 만의 앞부분은 거대한 쇠사슬로 막혀있었고, 저 안쪽에는 항상 동로마 해군이 상주해 방어하고 있었죠. 이렇게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내던 성벽은 제 값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 유명한 아틸라가 저 성벽을 보고 공성을 포기했다고 하죠. 20번에 달하는 공성전 중 단 한 번도 정공법으로는 넘어간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재래식 성벽의 황제라 할 만 하죠. 근데 이쯤되면 한 가지가 궁금해집니다. 테오도시우스 2세는 왜 이렇게 병적일 정도로 단단한 성벽을 만들었을까요?


제가 첫번째 성교육인 터키의 성교육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https://arca.live/b/city/721594?mode=best&p=1), 콘스탄티노폴리스는 그 위치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동•서무역의 센터이자 보스포루스 해엽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최고의 위치였죠. 단, 제국이 강대할 때는요. 동•서무역의 센터라는 이야기는 달리 말하면 서쪽과 동쪽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죠. 



수도의 동쪽에 위치한 아나톨리아는 대대로 제국의 군사력을 책임지던 곳이었고, 그래서 군사력을 제공하는 귀족들의 세가 강했습니다. 근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력이 컨트롤이 안되면? 반란이죠. 실제로 동로마는 나라가 유지되는 내내 이들의 반란을 신경써야 했습니다. 


수도 서쪽은 동쪽보다 더 암울합니다. 동쪽은 그나마 바다로 갈라져라도 있지 여기는 그딴 거 없습니다ㅡㅡ 저기 보시면 아드리아노플(에디르네)가 있습니다. 저 아드리아노플이 돌파되면 그 뒤부터 수도까지는 거의 평지입니다(요 부분의 지리에 대해 잘 아시는 세계 지리 덕후 분께서는 댓에 설명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스타를 해 본 사람은 알지만, 아무리 앞마당을 튼튼히 했다고 해도 본진 수비가 개판이면 드랍 한 방에 가버리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이게 제국 수도의 성벽이 징그럽게 튼튼한 이유입니다. 


여튼 그걸 감안해서 튼튼하게 지었다고는 하지만 참 변태같을 정도로 튼튼합니다. 여담이지만, 저 성벽이 가장 그 빛을 발했던 순간은 역설적이지만 제국이 무너지던 그 순간이 아닐까합니다. 겨우 8천의 군대로 대포까지 동원한 15만 오스만 제국군을 두 달 가까이 막아낸 그 순간. 


2200년, 찬란했던 로마가 역사의 뒤로 저문 순간.


음... 다음 성교육은 일단 책 추천 한 편 하고 그 담에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당. 크고 아름다운 테오도시우스 삼중 성벽 사진 몇 장 띄우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도 유익한 성지식 얻어가셨는지 모르겠네요ㅋ




현재 남은 삼중성벽. 우르반의 거포도 받아내었던 몸도 세월 앞에서는 별 도리가 없나보다.
다시봐도 거지같은 삼중성벽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