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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다마스-라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마스-라보라...많은 분들이 아는 그 차들입니다.

대우자동차 시절의 마지막 증인 중 하나이자 대한민국 현역의 최장수 스테디셀러, 서민들의 소중한 발이자 밥줄인 그런 차들이죠.

그래서인지 단종 고비도 두 번식이나 넘겼고, 한때 후속도 거론되고 은퇴식을 제안해보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였지요.

 

다마스와 라보의 후속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분들 있을겁니다.

대안으로는 기아 레이 밴도 있고, 중한자동차가 들여오는 빵차들도 존재합니다.

다만 단순히 이 차들만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란 뭔가 섣부른 판단입니다.

 

......

 

1. 다마스와 라보는 1985년식 스즈키 에브리/캐리를 기반으로 30년 이상 플랫폼을 사용해온 차들입니다.

워낙 오랫동안 기초적인 변화가 없다보니 안전 테스트 결과도 거의 없고, 안전을 보장하기도 힘들며 그걸 보완하기도 곤란해졌지요.

따라서 차라리 다마스/라보를 단종시키자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 레이 밴이 등장한 후에는 차라리 수요를 그쪽으로 몰아주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레이 밴은, 기존 고객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선택이라서 다마스/라보가 아직까지도 수요를 유지할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왠만한 안전은 보장하는 편이다보니, 일시 단종까지 시켜가면서 법규 적용을 늦워 지금까지도 생산 중인 다마스/라보에게 불리한 곳도 있습니다.

따라서 레이 밴보다 실용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그런 차가 이들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 필요합니다.

 

 

2. 현재 한국지엠은 GM의 소형차 개발+생산기지에서 소외되는 중입니다.

한때 오펠과 같이 유럽에서 판매될 쉐보레의 차들,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 판매할 소형차들을 꾸준히 대 주었던 곳이,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제는 차량 개발도 오펠에게 밀어주면서 소외되고 있고, 생산 규모도 줄어들더니 왠만한 라인업은 북미 쉐보레에서 받아오거나 기존 라인업을 우려먹는 중입니다.

심지어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그 입지가 약화되었고, 신차 생산기지로서의 가치도 서서히 평가가 떨어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심지어 회사 내의 기술진들도 계속 퇴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국내 시장입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가격 정책과 노후된 라인업으로 경쟁력이 깎이고 있습니다.

만약 그 이유가 단순한 폭리 대신 GM에다 대는 로얄티 문제도 있다면, 로얄티를 물지 않아도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한국지엠만의 차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차를 개량해보든지 하는 식으로, 한국지엠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뭔가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김우중 회장의 실책으로 그렇게 비판받던 대우자동차 시절도, 1990년대부터 독자기술에 신경쓰면서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매그너스, 마티즈, 심지어는 레조와 라세티, 칼로스처럼 시대를 풍미하던 차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 뭔가 그런 시도가 있다면, GM 본사와 퇴직한 임원들의 입장에서도 조금이나마 한국지엠을 다시 볼 여지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3. 다마스와 라보는 여전히 한국지엠이 수요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시장 중 하나입니다.

레이 밴은 안전한 대신 다소 비싼 가격에 실용성이 부족하고, 중한자동차의 중국 빵차들은 가격대비 가치가 좋지만 부품수급 쪽에서 고민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하지 못한 낙후한 구성의 다마스/라보가, 그래도 싸면서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니 지금까지도 꾸준히 수요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전 법규를 늦춘 기간까지 계속 이대로 찍어내다가 단종시킨다면, 그러한 수요를 한국지엠에서는 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돈이 안된다고는 하나 그걸 버리자면 이미 낮아지고 있는 공장 가동율에도 영향이 갈 거고, 그 시장도 새 경쟁차들이 가져가는 걸 보고 있어야 되고요.

게다가 또다시 법규를 늦춰 계속 차를 생산한다면, 한국지엠에게 "법규 여러 번 늦추는 꼼수"+"차 우려먹기 논란"으로 논란을 키우는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최근 논란이 된 Nissan Tshru(닛산 츠루)처럼 국제 단체에서 강제로 차를 단종시키라고 요구하는 수도 있으니, 언젠가 후속 차종이 필요할겁니다.

 

이번 기회에 신차를 하나 내놓는다면, 국내 언론에서도 다마스/라보의 지위를 활용해서 스포트라이트를 꾸준히 띄워 줄 겁니다.

 

......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마스와 라보 후속의 개발을 제안하는 이유는 한국지엠의 지위 항상, 몇 안되는 선점시장 활용, 안전 등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등이 있습니다.

그러면 차를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 그 부분에 대한 해답도 필요할 겁니다. 한국지엠에서도 다마스/라보를 팔면서 돈을 벌진 못한다고 하니까 말이죠.

 

물론 다른 분들이 나은 제안을 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만, 제가 오랜 시간동안 구상해본 안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일단 GM과 협력중인 해외 업체와 손을 잡고 저가의 상용차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를 만듭니다.

한국지엠이 다마스와 라보 후속을 만들게 된다면, 그때는 충분히 저렴하면서도 안전을 좀 더 보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할겁니다.

하지만 그걸 한국지엠이 새로 개발한다면 비용이 증가할 것이고, 다마스와 라보의 강점 중 하나인 "낮은 가격"을 달성하기 힘들게 만드는 장벽이 될 겁니다.

 

제가 어떻게 다마스와 라보 후속을 만들 것인지를 구상해보면서 찾아 본 곳은, GM과 손잡고 차를 만드는 회사인 중국의 우링(Wuling)입니다.

마침 우링에서는 일명 "빵차"라고, 중국에서 한국의 다마스/라보와 비슷한 지위를 가진 경상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 차종인 우링 선샤인(Sunshine)과 홍투(Hongtu), 롱광(Longguang) 등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2002년과 2006년부터 만들어진 차들입니다. 그 중 선샤인의 경우, 전장은 이미 국내 경차 기준을 넘어가지만 전폭이 넘는 건 아니다보니, 굳이 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 없이 휠베이스와 차체 길이를 맞추고 견고한 차체 골격만 새로 짜 주면 될 겁니다. 구동계통도 다마스/라보처럼 앞엔진 뒷바퀴굴림 설계이고, 보닛이 나와 있어 충격을 흡수할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비교적 새로 나온 차이다보니 다마스/라보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차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폭 줄이는 일은 오펠 카를(Karl. 칼)을 기반으로 쉐보레 스파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지엠이 나름 해결지었으니, 플랫폼을 고려할 때 필요하다면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링과의 관계를 최대한 살려서 차기 경상용차는 우링과 공동 개발해보는 등의 기회도 잡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공동 개발함으로서 훨씬 경쟁력 있는 경차를 만들고, 신흥국과 개도국에서 입지를 살려 본다면 한국지엠에겐 있어선 1990년대 동유럽 및 러시아 등지에서 잡은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오펠과 같은 협력업체들과 연줄은 유지합니다. 오펠 등의 플랫폼을 손대면서 얻은 기술들을 반영해 새 플랫폼의 질을 높인다면 "중국차"의 인식 개선에도 한 몫 할겁니다.

 

 

2. 기본의 부품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안전하고, 새롭고, 쓰기 편한 디자인으로 만듭니다. 

새 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면 원가를 낮춰 판매가를 조절하는 데 유리합니다.

새 부품을 만든다면 일본차의 성공 비결이었던 "품질을 유지하는 비용절감"의 방식을 최대한 활용해보고, 필요하다면 기존의 부품들을 조합해가면서 개발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령 헤드램프와 후미등같은 조명류는 다마스/라보의 것을 사용하고, 앞문은 우링의 경승합차에서 가져다 사용하고, 엔진은 쉐보레 스파크 LPG의 것을 재생산하거나 개조업체에 외주를 맡기고, 자잘한 실내 부품들은 스파크와 다마스/라보의 것을 활용하는 식으로 비용절감을 이끌어낸다면 어떨까요?

 

기존의 부픔을 활용한다는 것은 기술자들과 디자이너들에게 일자리를 뺏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걸 완화해볼 방법은 있습니다.

1994년에 혼다에서 출시한 제 6세대 어코드를 개발할 때, 본사에서 내민 키워드도 비용 절감이었습니다. 이와쿠라 신야의 책 "혼다 디자인 경영"에도 기존 부품의 활용이 어떻게 보일 수 있는가를 정리했는데, 6세대 어코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 부품의 활용을 "새로운 조합의 시도"라는,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는 식으로 설득시킴에 따라 비용도 많이 절감하고, 어코드를 예전만큼 경쟁력 있게 만드는 데 성공했지요. 이 부품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기존 다마스와 라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시도가 엿보일 수 있을겁니다. 물론 부품 공유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그 부품들을 창의적이고 새로운 디자인과 최대한 조화롭게 융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 나와야 회사도 꾸준히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3. 수익을 낼 방안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을 만듭니다.

다마스와 라보로 수익을 낸다라, 한국지엠에서 이걸로 꾸준히 머리를 쥐어쌌을법한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다마스/라보의 후속에서는 뭔가 "좀 비싸도 충분히 팔릴 법한" 라인업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새로운 다마스를 만들면서 좀 더 RV나 미니밴 느낌이 드는, 승용차풍의 라인업이나 경캠핑카를 개발해서 판다면 나름 틈새를 만들 수 있을겁니다.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캠핑카는 싸봐야 5천 만원이 넘고, 경차 기반의 캠핑카는 한국에선 소수 업체들만이 조금씩 개조해주는 정도입니다.

한국지엠이 다마스 후속을 만들면서 이런 수요를 잡아 본다면 어떻겠습니까. 대우자동차 시절에 티코와 다마스/라보로 경자동차 시장을 선점해본 경험처럼 말이지요. 만약에 캠핑카 버전을 만든다면 수많은 개조업체들 중 한 곳과 손을 잡고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작을 맡겨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개조 업체들에게 새 다마스와 라보를 베이스로 제안하면서 업체들이 그걸 베이스로 차를 만들어 팔아보라는 식으로 설득하는 식의 방법도 써볼 수 있을 겁니다.

 

RV 버전을 만들 경우에는, 승용차인 스파크나 모닝, 레이에서 고를 수 있는 장비들을 투입하고 가능한 한 승차김이나 실내와 마감 등을 세련되게 잡을 수도 있을겁니다. 만약 디자인이 소위 "스타크래프트밴"같은 느낌이고 뒤 끝까지 밀 수 있는 뒷좌석이 주어진다면, 은근히 패션카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아이디어들은 개인적인 제안이고, 직접 다마스와 라보를 손대 보신 한국지엠 측에서 훨씬 나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해볼 수 있을 겁니다.

 

......

 

이상은 제가 지금까지 생각해 본 부분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이 발상들이 뭔가 부족한 부분도 있을 테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여러분 모두가 꾸준히 이 발상을 보완할 여지도 있고,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이를 꾸준히 보완할 생각입니다.

 

또한 다마스와 라보의 후속을 제안하고, 그걸 한국지엠이 직접 모든 방도에서 적극적으로 주도한다는 방안은 나름의 카드가 될 수 있는 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성도 안전도 맞추기 힘든 차들을 오히려 그럭저럭 안전하고 저렴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도 있는 차로 바꿔 보자는 제안, 적어도 지금의 한국지엠의 입장에서는 과삼한 시도이자 제안 하나가 될 겁니다. 이거를 한국지엠에서 납득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꾸준히 보완하고 정리해본다면, 다마스와 라보를 사던 고객들은 훨씬 나은 대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한국지엠의 입지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해당 업체들의 노사들은 자신의 자리를 부장받을 수 있는 건 물론, 대한민국의 자동차시장과 자동차문화에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한국지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과연 지금의 상황을 바꿔 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가입니다.

적어도 한국지엠 측에서 이러한 방안들을 보고 조금이나마 그런 의지를 얻게 하는 것, 적어도 그게 이번 제안의 목적 중 하나라고 믿어 의심치않습니다.

 

이 글을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지엠 임원 분들도 한번쯤 읽어 보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