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주의: 글이 다소 깔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작년 8월부터 성별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민이 있던 22세 지정성별 남성입니다. 

고민의 배경은 유튜브에서 한 성전환 남성이 운영하는 채널을 접한 것에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트랜스젠더에 관해서 모르던 때라 성전환 후에도 이전 성별의 모습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처음 봤을 때 성전환자인지 몰랐을 정도로 그냥 남성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당시에는 선명하지 않았지만, 어릴 적에는 제가 여자가 되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큰 혼란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남성적인 것을 피하려고 하고 여성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해 오긴 했습니다. 

비록 막상 구매할 때는 가족들과 함께 사기 때문에 이루지는 못하지만, 만약에 독립을 한다면 여성과 같은 옷을 입고 싶었습니다. 

머리도 기르고 다녔고 긴 머리가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하긴 했지만, 남성적인 체형을 만들기는 싫어서 유산소 운동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왜 그런 표현을 선호해왔는지 초기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의상도착인가 생각했을 때는 여성적 표현 선호가 성적인 욕망에 근거하지도 않고, 그저 이렇게 생각한지 오래되었다는 것만 알고 있던 것입니다. 

제 과거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와 혼란이 매우 컸지만, 이와 관련된 근원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는 느껴져서 계속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단서를 모으면서 어릴 적 기억을 종합해 본 결과, 대략적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등학생 고학년일 때는 남자가 치마를 못 입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고, 제가 여자가 되는 것에 관한 생각이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성역할에 있어서도 남성적인 역할에서 멀어지려 했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울대뼈가 튀어나오는 게 남성적이라 싫었다든가, 가슴에 털이 나는 게 불쾌했다든가, 허리가 잘록해지고(혹은 골반이 넓어지고) 싶었다든가, 변성기로 목소리가 깊어지는 것이 불편했던 것처럼 지금 생각하면 성별 불쾌감이었나 싶은 기억도 있습니다. 

콧수염이 나기 시작할 때도 '여자들도 이 정도는 날 수 있다'며 합리화 하던 것도 기억납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머리 스타일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지만 가끔 사람들이 여자로 인식할 만큼 머리가 길어지자 여성적인 모습이 좋아서 짧은 머리를 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22년 2월에 심각한 우울 증세가 시작되어서 정신과에서 종합심리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SCT 하면서 "남자에 대해 무엇보다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이란 질문에 "치마를 입지 못 하는 것"이라고 적은 것이 기억나고, 남성 성역할과의 거리감이 반영되었는지 MMPI-2 5번 척도의 T점수가 71이었고 심리평가지에서도 이 부분을 짚어줬던 것이 기억납니다. 

교육실습이 다가오면서, 저는 자르기 싫었지만 억지로 기른 머리를 자르게 되니 다시 남성적으로 보이게 되어 우울해졌습니다. 

실습 후에 다이어트도 했었는데, 체형이 다소 남성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 뒤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접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성별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너무 사소한 것들이라 이 정도만 적겠습니다. 

결국 여성적 표현에 대한 갈망은 여성이 되고 싶었던 소망이 바탕이 되었던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과거를 알아내고 나니 왜 제가 여성이 되고 싶어 했던 건지 의문이 들었고, 여성적 표현에 대한 진심도 의심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만약 여자로 태어났다면 내가 생각하던 대로 평범하게 살았겠지만, 남자로 태어났으니 그럴 수 없어"라는 생각에 잠겨 있고, 현재의 혼란은 여기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저 착각에 빠진 시스젠더 남성이라며 설명하는 데 붙일 수 있는 말은 강박적 사고, 신체 이형감, 어릴 적의 병역 기피, 여성 불편감, 페티시즘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만일 태어날 때 선택이 주어진다면 여자로 태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남성 성징과 외면에 불편감이 조금 있고 여성으로 표현할 때의 만족감을 보여왔기 때문에 목소리를 연습하고 갑상연골 축소나 심지어는 HRT도 고려해 보았지만, 해당 조치의 무게를 생각하니 제가 맞는 것일지 의문이 들어서 그냥 독립해서 옷만 여성적으로 입으면 안 되냐, 그냥 남성 젠더에 순응하면 안 되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남성으로 아예 못 사는 것도 아니라 그저 제 자신을 속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막상 트랜지션을 시작하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정신과 의사도 "모든 생각이 진실일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강박적 사고를 의심하는 것 같은데, 어릴 적에도 그런 모습이 있긴 했으니 강박장애일 수도 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저 착각에 빠진 시스젠더 남성일까요? 

어쩌면 논바이너리 정체성이 더 맞을 수도 있을까요? 

아니면 의료적 트랜지션은 안 하더라도 내면에서라도 저를 여성으로 인정하는 것이 나을까요?

으아아아 무서워 그냥 버튼 누르고 도망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