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아악!”


새들이 비명소리에 놀라 날아갔다.


소녀는 있는 힘껏 마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뒤를 맷돼지가 잇는 힘껏 쫒아가고 있었다.


소녀의 부츠가 마도구인 덕분에 소녀는 맷돼지에게 붙잡히지 않을 수 있었지만, 소녀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고 한들 쓰는건 사람이듯, 소녀는 평소 집에 틀어박혀 있었기에 체력이 좋지 못했다.


체력이 점점 바닥나자 속도는 느려졌고, 맷돼지와의 거리도 좁혀져 갔다.


소녀는 눈물이 났다.


이 상황이 너무 무섭고, 억울해서.

죽일 듯이 달려드는 멧돼지, 그 멧돼지의 어금니에 걸려있는 가방, 엉망이 된 옷.


모든 상황이 서운했다.

소녀는 눈물 콧물을 흘려가며 도망갔다.


“앗..!”


소녀는 발이 꼬여 중심을 잃었다.

달려가던 속도를 주체 못하고 몇바퀴나 굴렀다.


하지만 그 덕분에 뒤에서 달려오는 멧돼지의 돌진을 피할 수 있었다.


멧돼지도 속도를 주체 못하고 바위를 들이 박았다.

그러자 바위는 금이 가더니 조각이나서 무너져 내렸다.


“히익…!”


자신이 저 돌진에 부딧칠 뻔 했단걸 알자 소녀는 겁에 질렸다.


뒤돌아 자신을 노려보는 멧돼지의 모습에 다급히 도망가려하지만, 다리가 꼬여 다시 넘어질 뿐이었다.


멧돼지는 소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고, 소녀는 기어서 멀어지려 했다.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고, 멧돼지는 소녀를 향해 돌진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소녀의 다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피할 수 없고, 마도구들은 멧돼지의 어금니에, 주변에 도와줄 사람조차 없다.


‘엄마 미안해요…’

어머니의 말대로 숲은 매우 위험했고, 소녀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엄마의 말을 잘 듣는 것인데.

소녀는 뒤늦은 후회를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에 소녀는 곧 자신에게 닥쳐올 충격을 예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녀의 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소녀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조금 떠보니 한 소년이 등을 보이며 서있었다.

소년 너머에는 흰자를 보이며 뒤로 뒤집힌 멧돼지가 보였다.



단숨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녀는 구해진 것이다, 눈 앞의 소년에게.


목숨을 구해졌다는 안심감에 다리에 힘이 풀린 소녀는 주저 앉은채로 소년의 등을 응시했다.

소녀는 묻고 싶은 말과 해야 하는 말들이 정리되지 않은채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내려가고 있었다.



소년은 상황이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긴장을 풀었다.

머릿속에서는 드디어 호위대상인 소녀를 찾았다는 기쁨과,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심이 공존했다.



소년이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뒤를 돌자, 그제서야 소녀는 소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녀는 소년에게 고맙다고 말하려 했다.

나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이 은혜는 잊지 않고 반드시 갚겠다고.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


그러려고 했는데, 하려고 했던 말들은 소년의 모습을 보자 입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어어…”


꼭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잘생긴 남자였다.

저번주에 읽었던 ‘마녀를 위한 기사’에 주연으로 나올 것만 같은 외모였다.


빠르게 달려온 탓인지 얼굴에는 땀을 흘리고 있으며, 숨은 약간 거칠었다.

나뭇가지에 너덜너덜해진 상의의 틈새 사이로 잘 발달된 근육이 보였다.


소녀는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는게 느껴졌다.


방금까지 달려서 그런건가 싶어도 갑자기 빨라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원인을 고민해보려고 해도 눈 앞에 소년에 자꾸 신경이 끌려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소년은 소녀를 부축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굽히며 손을 내밀었다.

소년은 책에서 읽었던 것을 기억하여 행동한 것이지만, 그 모습은 마치 기사가 마녀를 위해 맹세했을 때의 장면과 비슷했다.


소녀는 자신의 상태에 의문을 가졌다.


평소보다 심장이 배는 더 빨리 뛰며, 몸에 특히 얼굴에 열이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도 평소보다 맹한 느낌이다.


가장 이상한 현상은 소녀가 아직도 소년의 모습에 넋을 놓고 있다는 거였다.


소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가슴 쪽이 따뜻하고 간지러운 감각.


소녀는 지금 처음으로 사랑을 경험하고 있었다.


“어어…?”


그 모습에 소년은 의문을 품었다.


왜 아무 말도 안하지?

설마 어디 아픈건가?


얼굴이 붉은채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 소년은 걱정이 되었다.


소년은 소녀가 내상을 입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어디 부상을 입은 곳이 있는 겁니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소년은 재빨리 소녀의 곁으로 다가가 소녀를 살피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다가와 소녀를 살피는 소년의 모습에 소녀는 몸이 더욱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자신의 옷이 산길을 달리느라 엉망이 되었단 것을 눈치채자 마음 속에 수치심이 꽃피웠다.


수치심과 난생처음 느껴지는 감각에 소녀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고…고…”


“네?”


소녀는 소년을 밀치며 빠르게 일어났다.


그리곤 몸을 돌려 마을을 향해 전력으로 달아났다.



“고맙습니다아아아!!”


그것이 소녀가 최선을 다해 내뱉은 말이었다.



소년은 빠르게 달려가는 소녀를 보고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방금 도망치던 것과 비슷한 속도로, 어쩌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아.”


소년은 멧돼지의 어금니에 가방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녀는 마도구 덕분에 금방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마을을 지켜주는 장벽이 나타났음에도 소녀는 계속해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오! 우리 귀염둥이 공주님! 원하던 재료는 다 찾았니?”

“네! 그리고 죄송해요, 지나갈게요!”



경비병의 친근하게 부르는 소리에 소녀는 간단하게 답한 뒤 검문소를 빠르게 지나쳤다.


소녀는 멀뚱히 쳐다보는 경비 아저씨를 지나친 채 마을 안 쪽으로 달렸다.



차오르는 호흡 탓에 멈춰선 소녀는 분수에 걸쳐 앉아 방금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심장이 이상이 생긴 듯 했고, 몸도 뜨거웠다.


마치 내가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의문이었다.

언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이런 증상은 병이라기 보다는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못해서 소녀는 광장의 한 가운데서 혼자 머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소녀는 평소에도 무언가 잘 생각 나지 않는 것이 있으면 자주 이 분수에 앉아 생각하곤 했다.

마도구를 만드는 데 실패해 옷이 엉망이 되더라도 신경쓰지 않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이 날때 까지 고민했었다.


그 탓에 주변 사람들은 소녀의 모습에 익숙해서, 조용히 생각하게 냅둬 주었다.


그 덕분에 소녀는 아무 방해 없이 집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방해하고 있다.


“저… “


“......”


“저기요?”


“...........”


“저…”


“...네? 아, 네. 저요?”


소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을 부른 사람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가방을 두고 가신 것 같아서요.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바로 자신을 구해준 그 소년이었다.



멧돼지의 어금니에 걸려 있던 가방을 소녀에게 돌려주기 위해 소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것은 소녀에 대한 배려였지만, 정작 소녀는 갑작스러운 소년의 등장에 눈이 흔들렸다.



“그곳에 있던 모든 물품을 전부 챙겨왔습니다. 자, 여깄습니다.”


소년이 마치 보물처럼 품속에 조심히 들고 있던 가방을 건넸다


단순히 사용자가 원치 않으면 안 열리는 기능만 있는 다른 마도구를 보관하기 위한 가방 형태의 마도구.

그것은 소녀가 엄마와 함께 만든 첫번째로 만든 추억이 깃든 마도구였다.


마도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추억은 다시 만들 수 없었다.


소녀는 가방을 건네받고 그것을 소중히 품에 안았다.



만약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기억은 소녀의 가슴 속에 남아 계속 후회하게 되었을 거다.


소녀는 멧돼지로부터 구해주고, 소중한 가방까지 찾아준 소년에게 무척이나 고마움을 느꼈다.



소녀는 소년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대화를 하기도 전에 소녀가 도망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저…제 이름은 니나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은요?”


“아, 저는 베르다드이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벨이라고 불러주세요.” 


둘은 그렇게 뒤늦게나마 자기 소개를 하였다.


그 뒤로 둘은 서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방금은 왜 그렇게 달렸냐고요? 어…ㄱ,급한 일이 있어서…하하…”



“저보다 1,2살 나이가 더 많으시네요? 그럼 저에게 편히 말하셔도 되세요. 네? 저도요?”



“기사단에 입단하여 이곳으로 온지 얼마 안 되었다고? 아…그,그렇구나…”




벨은 대화를 할 수록 기묘한 끌림을 느꼈고, 니나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다시 소녀의 얼굴은 붉어져갔고, 소년은 그것을 발견했다.


“...역시 어디 다친거 아니야?”


“응? 어, 응…?”


“...역시 상태가 안 좋아보여. 잠깐, 실례할게.”



숲은 위험한 장소였다.

외견적인 부상이 없더라도, 모르는 사이에 환각독같은 중독의 위험이 있었다.


니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마도구로 대비했지만, 그것을 모르는 벨은 걱정만 되었다.


그렇기에 벨은 니나의 동공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환각독에 중독당한 사람은 눈동자의 초점이 자꾸 움직인다.


그렇기에 눈동자를 확인하는 것은 기초적인 진단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니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다.


갑작스럽게 다가와 자신을 빤히보는 벨의 모습에 니나는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그 탓에 눈동자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벨은 더욱 접근 했고, 니나의 얼굴은 기하급수적으로 빨개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를 버티지 못한 니나가 벨을 밀쳐서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키더니,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가방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련된 신체능력으로 가까스로 넘어지는 것을 면한 벨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닳았다.


아무리 의료행의가 목적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들이밀다니.


성희롱으로 위병을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벨은 생각했다.


사과를 하고 싶어도 사과를 받을 대상은 저 멀리 도망치고 있어서 벨은 그 방향을 멍하니 처다보았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와중 소녀는 깨닳았다.


자신이 벨과 대화를 할때마다 이상해 졌었다,


특정 조건이 맞춰질 때마다 상태가 이상해 졌었다.


그 증상은 마치 저주에 걸렸을 때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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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정도



잘 써보려고 했는데 잘 못 썼네

이상하거나 어색한 문장있는거 알려주면 시간 될때 최대한 읽어볼께


초보가 쓴 글이라 귀엽게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