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네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는 나를 내 아이돌이라고 했지

내 우상이고, 나는 네 첫 번째 팬이고, 나는 네 노래가 좋다고 했다


내 전공은 노래였다

너는 날 처음 봤을 때 내 목소리가 좋다고 했고

내 첫 번째 팬이고, 너는 내 첫 번째 지지자였다


나는 끝없는 자기혐오 속에 살았어

고음이 안 올라가는 보컬, 끝없이 한계에 부딪히는 보컬

대학에 가면 변할 거라 생각했었던 모든 일들은

그저 내겐 더 나아지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맞닥뜨리게 하는 모든 이야기였어


너는 나를 좋아했다

난 그걸 친구였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난 외면했어

너는 내 이상형이 아니었고

나는 그때 내 이상형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나는 군대를 다녀왔고

세상 모든 일들이 내 마음과 내 바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절망했고

나는 망가졌고

나는 부서졌어


그렇게 부서져도 너는 옆에 있어줬어

언젠가 단 한 마디를 들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네가 다른 남자친구를 만난단 얘기를 들었고

네가 힘들다는 이야길 들었어

난 너랑 처음 본 지 5년이 되어서야  깨달았던 것 같아

그 자리가 나였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줬을텐데

더 많이 좋아해줬을텐데


내가 너한테 품었던

그 모든

질투와 감정과 배려와 사랑은

널 친구로 봐서가 아니었던 거야

그냥

널 좋아했던 거야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해

눈치 없고 바보같은 남자친구여도

늘 사랑해줘서 고마워

이제 곧 1000일인데



앞으로 몇 번의 1000일을 맞이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해

취한 김에

네가 여기서 이 글을 못 본다 해도

언젠가 보여주고 싶어

진짜 좋아해


곧 1000일이니까

잔뜩 취해서 감정 가득한 글을 썼어

그래도 사랑해

늘 좋아해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보낸 1000일도 아름다웠으니까

평생

앞으로 평생 보낼 날들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고마워


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