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교도소 수감 당시 수감기록물에서 일부 발췌

 죄수번호 14561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문화성 부부상 한경태.
 피폭 후유증으로 이틀에 한 번씩은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등 신체 상태가 건강하지 못함.
 설사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잇몸에서 출혈이 발생하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괜찮은 날에는 감방에 박혀 수첩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음.
 간혹 감방에서 "사회주의 혁명 만세!" 등을 외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데, 원폭 피해 현장을 목격함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으로 보임.
 1953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패망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교도관에게 제지되었음.
 전후 재판이 예정되어 있음. 특히나 몇 안되는 생존한 북한 내각의 관료이므로 특별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됨.

 매천재판소에서의 재판 내용을 기록한 기록물 중 일부 발췌

 문 : 피고의 신분을 밝히시오.
 답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문화성 부부상 한경태요.
 문 : 피고 본인은 남침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였소?
 답 : 남조선 해방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었으나, 구체적인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소.
 문 : 북괴의 남침을 해방전쟁이라 일컫는데, 이는 피고 본인의 한국전쟁에 대한 입장이오?
 답 : 그러하오. 해방전쟁이오.
 문 : 왜 그리 생각하오?
 답 : 남조선의 대통령은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았고, 또 제주도에서 양민들을 학살하는 등 인민들에게 큰 죄를 지었소. 또 남조선은 미제의 전진기지에 불과하며 미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립을 위협하려 했소. 그러하였기에 고통 받고 있는 남조선 인민들을 해방하려 하였소.
 문 : 그러나 북괴는 기습적으로 남침을 감행하여 수 많은 양민들을 학살했소. 또, 민주적 정부가 수립된 우리 대한민국과는 달리 민주적 정부가 수립되지도 아니하였소. 우리의 반격은 정당했으며, 오히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이였소.
 답 : 평양에 원폭을 투하한 것도 그렇게 설명할 것이오? 미제와 남조선 정부는 미친 것이 틀림 없소. 8년 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터뜨려 그 수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갔음을 잘 알고있음에도 평양에 원폭을 투하하였소. 이 자리에 서야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미제의 대통령과 사령관, 그리고 이를 동조한 남조선의 대통령이오.

 (중략)

 문 : 이에 따라 다음 주문과 같이 선고함. 피고 한경태를 사형에 처한다.
 답 : 사회주의 공화국 만세! 혁명 만세!

 한경태의 사형집행확인서 내용에서 일부 발췌

 일시 : 1954년 2월 3일 오전 11시 25분
 장소 : 매천교도소 사형집행실
 사형수 신원 : 한경태 (52, 남)
 죄목 : 반란 및 내란에 대한 처벌
 유언 : "공화국 만세! 사회주의 혁명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