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20 AM 기상
젠장
아침이다
알람보다 일찍 눈을 뜬다



05 45 전투복 환복
샤워 세면 후 출근 준비를 한다
멀리서 부대의 총기상 15분전 소리가 들린다
조뺑이까라 ㅋㅋ



06:00 출근
관사 문을 잠그고 현관을 나선다
운전병이 태우러오지는 않는다
아니 오지 말라고 했다
아침 구보 한다 셈치고 20분정도 걸으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게 내겐 더 낫다



06:25 부대 위병소 통과
위병조장 이새끼 목소리가 잠긴게 왠지 잔거같은데 넘어가준다



06시 30분 사무실 도착
애들은 아침 구보를 하느라 분주하다
뛸까 하다가 자체구보를 했으니 생략하자
내일은 꼭 아침구보를 뛰어야지
CP병 무득찬 해병에게 간밤에 별일 없었냐? 같은 시덥잖은 소리를 한다
간부들이 출근하려면 아직 멀었다



07 30 조식
주계장은 분주하다
아침은 미역국이다
북어 해장국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싫어하지...
오늘 미역국도 소고기가 안들어갔다고 죄다 버리고 있다
배때지가 불러 터졌지 소리가 목구멍까지 넘어오는데 한소리 할까 하다 그냥 말았다



08 00
커피를 한잔 타 마시며 하루 컨셉을 생각한다
풀어줄까? 조여볼까?
에이 괜한짓 하지말고 그냥 늘 가던대로 갈굴때만 갈구는 컨셉으로 가야겠다



08 15
아침체조
노인네들마냥 흐느적거리는게 저게 체조인지 죽도시장 말린 오징어 좌판인지 알수가 없다
아침결산 할때 잔소리에 추가할까 생각해본다



08.30
아침 상황보고
당직사령으로부터 부대 담장의 철조망이 일부 타절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우리부대 담벼락은 벽돌담 외에도 통문 비슷하게 철조망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한때 차가 들고나가는 통문으로 쓰다가 사고가 발생한 후로 막아놓고 쓰지 않는 부분이다
이건 전투배치까지 갈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작전과에 지시해 상황 확인 후 10시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09.00
아침 일과 시작
컴퓨터를 켜고 온나라 접속 후 업무처리와 함께 각 부서별로 올라온 보고서를 검토한다
지난 혹한기훈련 결과 보고서, 동성 성군기 문란범죄 예방 교육훈련에 대한 결과 보고서, 이번 상반기 부대 운영 계획안, 춘계 상륙훈련 계획보고서 사이에 풍출남자고등학교 병영체험 해병대 캠프 계획보고서가 끼어있다
부하들 사이에서는 내가 전임자보다는 낫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조용히 이야기를 하지 전임자처럼 집어던지고 지랄하지 않는다나.
좋은건지 나쁜건지.



09.30
주임원사 황봉필 원사 사무실에 들어가 커피 한잔.
주임원사가 손녀와 영상통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릴때 은정이 어릴때 생각도 나고 귀엽다.
근데 세상에, 마흔일곱밖에 안됐는데 나보고 할아버지란다
하긴 할아버지 옆에 있으니 나도 할아버지라고 했겠지
"하하하 그래 대장 할아버지다" 하며 웃어줬는데 주말에 대구 집에 갈때는 염색약을 좀 사가야겠다



10.00
전역자 면담
김영섭 해병과 조문하 해병이 전역을 한다
서로 처음이었던 작년 이맘때 일병 계급장을 달고 새 대대장에게 겁이질려 내 앞에서 머뭇머뭇하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전역을 한단다
경례를 받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0세 시대에서 사람의 인생은 이제 백년의 세월을 넘어 백 수십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저 두 사람이 앞으로 남은 삶을 살면서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부디 좋은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 기억중에 나도 끼어있기를 바라면 과분한 생각일까?
내 자차로 전역자들이 가장 먹고싶어 했다던 부대 밖 중국집에 같이 나가 짜장면을 곱배기로 시켜주었다
짜장면과 시킨 탕수육에 눈이 휘둥그래지는걸보니 애는 애구나 싶다  
근데 아침 먹은 직후 짜장면을 곱배기로 때려박으니 너무 더부룩하다
돌아오는 길에 의무대에 가서 손수희 해병에게 위장약을 얻어왔다
조식을 조금먹을걸 그랬다.



10.47
처음으로 화를 냈다
작전과장 흠딸춘 소령 이 새끼가 진급안하고 싶은가보다
아침 철조망에 대해 보고하랬더니 현장도 확인을 안하고 대충 삭아서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간만에 오도라도 됐는지 볼펜을 집어던지며 정신병자냐고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 한번 가봐야겠다
철조망을 보았다
녹이 나서 까맣게 죽어있다 말대로 삭아서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안해 딸춘아.. 근데 니가 말을 잘했어야지..
이참에 해당 지역 철조망을 없애고 담을 쌓아 바꿔야겠다



12.00
중식
아까 짜장면을 일찍 먹어 결식
중국식 볶음밥에 계란팟국이란다



1.00 PM
오후일과 시작
오후는 연대본부로 출장이 있다
가기 전에 수송대를 가서 수송관 마갈곤 준위랑 커피 한잔
기리까시한 해병 출신인데
이 양반도 젊었을때 오도깨나 부렸을거다



1.05
연대본부로 출발
1호차 운전병 김유정 해병은 사회에서 승합차 운전을 해본 적이 있어 눈썰미가 좋고 운전을 아주 잘한다



1.55
연대본부에서 계획안에 대해 보고후 따로 해야할 일을 하달받는다
연대장 박정봉 대령
나보다도 더한 해사 꼴통에 백령도에 있을때 술집 아가씨 머리채를 잡고 때려 해병의 해병에 의한 해병을 위한 백령공화국에서도 아주 소문이 자자했던 인간이다
능력도 없으니 매일 보고서 꼬투리잡아 갈구는게 일이다
어떻게 대령을 달았는지가 미스터리 아닌가 싶다
아구창을 꽂아주고 싶지만 참는다
부하들도 내가 보고서를 지적하면 이런 감정을 느끼겠지?
나와보니 유정이는 운전대에 기대 자고 있다
김유정 해병님! 필승! 했더니 깜짝 놀라는 모습이 웃긴다
너그럽게 잘잤냐고 한마디 해주곤
편의점에 들러 유정이먹일 커피와 무난한 주스 세트 박스를 산 다음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3.45
풍출남자고등학교에 들러 교장선생님과 행정실장님께 병영체험 해병대 캠프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고 차 대접을 받았다
운동장을 나가보니 고딩들의 체육시간이 한창이다
오와열이 맞지 않은 모습에 순간 오도될뻔 하였으나 여기는 부대가 아니지
얘들아 공부 열심히 해라
안그러면 아저씨처럼 바닷가만 떠돈다



4.00 부대 복귀
미처 못한 업무들을 마저 마무리 짓는다



5.00 체력단련
간만에 웨이트를 하고 났더니 개운하다
중량치기가 중령치기로 들리는데 기분탓일까?
간단하게 끝내고 뒷동산에 가서 황봉필 원사와 나물을 캤다
냉이가 올라오는 걸 보니 이제 슬슬 봄이 오긴 오는것같다



5.30 일일결산회의
오늘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들을 나눈다
아까 갈군 작전과장 흠딸춘은 오늘도 특근이다
흠딸춘에게 수고해 하며 아까 편의점에서 사고 남은 투플러스 원 커피를 하나 건넨다
이걸로 사과한셈 쳐라...ㅎ



5.45
퇴근
이제 내가 늘 이기지 못하는 싸움인 외로움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기러기아빠 생활이 10년을 넘어가는 지금도 외로움은 점점 날 갉아먹는 기분이다



6.45
집에 들렀다가 장을 보러 가는길이다
나를 감싸는 갑갑한 전투복을 벗어버리고 싸제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근처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다 작전과장 마누라를 만났다
어머 대대장님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에 안녕하십니까? 하는 인사말과 절도있는 경례로 답한다
그냥 안녕하세요 할걸. 아 씨발 쪽팔려.
사실은 말예요 오늘 낮에 당신 신랑을 좀 갈궜어요
근데 어쩔수가 없었어요
이해해줄거죠?
대충 찬거리와 소주 한병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계산을 한다



8.05
드라마와 함께 저녁식사 겸 혼술 한잔
요즘 진심을 담아 웃지 않은지 좀 된것 같다
집에 전화를 해본다
애는?
자?
아니 나는 뭐 별일 없지
주말에 내려갈게 걱정하지말고..
늘 형식적인 멘트만 하다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11.00
자야겠다
나는 오늘 무엇을 한걸까
낮에는 소리치고 밤에는 후회하는, 임관이후로 20여년 간 되풀이해온 삶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다



11.11
나물보따리를 냉장고에 안넣었던걸 깜빡했다
다시 넣고 잔다





05.20 AM 기상
젠장
아침이....
..


...


....


이게 보통 대대장 하루 일과임?




ㄹ데 이정도면 상위 몇%냐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