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은 항공모함이 없던 시절 해군력의 상징이자, 동시에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병기였다. 바다를 통해 전세계 어디든 파견되어 해안선을 초토화시키고 항구를 봉쇄해 적국을 고사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전함은 국력의 상징이었고, 열강들에게는 필수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그만큼 전함은 건조하고 유지하는것 자체로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게 했다. 상대국이 전함을 만들었다고 그에 대응하는 전함을 일일히 건조한다면 그 전함이 적의 해안선을 초토화시키기 전에 자국 경제부터 초토화시킬 것이 자명했다.


그 결과 체결된 것이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5개국의 주력함 건조를 제한해 서로를 견제함과 동시에 경제를 지키기 위한 조약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 수많은 거함들이 진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강력한 설계안중 하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사우스다코타급이다.


지구상 최고의 맵핵 국가 미국은 20세기 초 별다른 갈등을 겪지도 않았고 누군가 약빨고 본토로 닥돌해온다 쳐도 양대양이라는 강력한 방패가 있었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직접 해외에 해군력을 투사할 일이 많은것도 아니었다. 


그러한 환경적 이유로 미국은 21노트로 최대속력을 억제하는 대신 보다 뛰어난 공방능력을 가진 표준형 전함들을 건조해 왔다.

이 전함들은 모두 14인치 함포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영국은 15인치 고속전함을 뽑고 있었고


일본은 한술 더 떠서 16인치 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미국은 기존의 저속 표준함들로는 이런 타국의 신형 전함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화력과 속력을 증강시킨 강화된 설계의 전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화력의 경우, 나가토급 전함에 대응하기 위해서 16인치 50구경장 Mk.2 함포를 장착하기로 했다. 


이 포는 953kg 중량의 Mk.3 철갑탄을 포구초속 810m/s의 속도로 40600m까지 날려보낼 수 있었으며(사진은 육군용 Mk.2로 탄은 동일하지만 신관이 다름)


기존 콜로라도급의 16인치 45구경장 함포가 같은 탄을 770m/s의 속도로 34~35000m까지 날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가히 당대 최강의 함포라 불릴만 했다.


참고로 이후 아이오와급에 탑재되는 16인치 Mk.7은 Mk.2를 기반으로 경량화한 것이며 스펙 또한 거의 동일하다.


부포도 전통적인 5인치 대신 6인치 포를 장비했으며, 사진에서 보듯 오마하급 순양함과 동일한 함포였다.


기관의 경우, 뉴멕시코급부터 장비한 터보일렉트릭 추진체계를 유지했으나, 도합 6만 축마력(Shaft Horsepower)을 내는 새 기관을 장착해 기존 함정들보다 배수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오히려 2노트 빠른 23노트를 낼 수 있었다.


더 강한 포를 장비한 만큼 장갑 또한 강해졌다.사우스다코타급의 주장갑대는 13.5인치(약 340mm)이며 흘수선하로 연장되며 8인치(203mm)까지 얇아지는 구조를 가진다.(사진은 1942년의 고속전함 사우스다코타급. 주장갑대 형태만 유사하고 기타 구조와 수치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


갑판 장갑은 각 1.75인치(44mm) 두께의 니켈강과 STS강을 덧댄 1차 주장갑과 그 아래 1.25인치(35mm) STS강으로 구성된 스플린터 데크(Splinter deck)로 구성되었으며 보일러는 9~13.5인치 장갑으로 보호되었다.


포탑은 정면 18인치(457mm), 측후면 9-10인치, 천장 5인치 두께의 장갑을 둘렀으며 바벳은 13인치 두께의 장갑으로 보호되었다. 사령탑은 측면 16인치, 천장 8인치의 중장갑으로 보호되었다.


사우스다코타급이 건조되던 당시 최강의 전함이던 나가토급, 그리고 그 후속함급인 키이급과 주요 부위의 장갑을 비교해 보자면







사우스다코타나가토키이
주장갑대8~13.5''3.9~12''11.5'' 15°경사
갑판3.5''5.7''4.7''
주포탑9~18''7.5~12''9~11''
바벳13''12''9~11''
사령탑16''14.5''14''

전반적으로 사우스다코타급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다만 나가토는 장갑구조 자체가 구식이며 키이급은 30노트급 고속함임은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중장갑을 두른 덕에 사우스다코타급은 만재 48500톤의 거함이 될 예정이었고, 일본의 키이급이나 영국의 G3급에 비해 가벼움에도 방어력은 키이보다 앞서며 G3와 비교해도 크게 처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다만 방어력 면에서 새장형 마스트의 유지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가볍고 저렴했지만 외력에 약했기 때문이다.


사우스다코타급은 미 해군 표준전함 개발의 정점이었으며, 미 해군이 설계한 전함중 몬태나를 제외하면 가장 화력이 강력한 전함이었다. 당대의 그 어떠한 동급 설계안도 사우스다코타급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는 아마도 2차대전기의 전함 상당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양양함대법에서 콜로라도급 4척, 사우스다코타급 6척, 렉싱턴급 순양전함 6척까지 14척의 16인치 포 장착 주력함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아마도 미국은 대공황이 터지기 전까진 이 전력을 유지할 능력이 있었을 것이고, 대공황이 터진다 한들 (당연히)구식함을 더 많이 처분하면 처분하지 이 함급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88함대가 일본 경제가 감당할수 없는 계획이었음을 비교할 때 워싱턴 군축조약이 없었다면 미 해군과 일본 해군의 격차는 더욱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평화는 거함에게 우호적이지 않았고,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에서 신형 전함의 배수량이 35000t로 제한되며 한창 건조중이던 사우스다코타급은 전량 취소되고 말았다. 


16인치 함포는 하와이에서 해안포로 쓰이게 되었으며


보일러들은 플로리다급, 와이오밍급, 뉴욕급 전함 6척을 현대화하는데 쓰였고


장갑판도 다른 전함들의 개수에 사용되었다.


지금 이 함급은 메릴랜드 주 애버딘 박물관, 그리고 워싱턴 DC의 미 해군박물관에 16인치 함포 1문씩을 남긴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