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써야할까 고민할만큼 쓸 소재는 많았다.


우선 당시 많은 도움을 주신 타부대 급양관님에게 감사한다.


뭐랄까... 윗분들의 사정에 의하여 단급으로 소속이 다른 두 부대가 같은 취사반을 쓰게 됫는데,

동시에 비편제보직으로 급양관을 만들고선 내가 거기 끌려갔음.

참고로 포병만 파던 놈이라 취사, 군수는 전혀 모르던 놈이라 뭘 어째야할지 진짜 막막했고, 생전 해본 칼질이라곤 소세지 다져서 볶음밥해먹은거 말고는 해본적도 없어서,

취사반에서 내가 처음가서 할수 있는 일이라곤 딱 2가지.

트럭타고가서 부식(음식재료-채소, 고기등)받아오는것과, 취사병들 면담하기. 이거뿐인 막막한 내 상황에서 저쪽부대의 급양관님(원사님)은 한줄기 빛이요, 큰 기둥이였음.


문제는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알게모르게 우리부대 취사병과 급양관님사이의 의견충돌도 좀 있었는데..

그중 한 사례로 이사건 이후로 우리부대 취사병도 급양관님을 의지하는 쪽으로 기운 사건이자, 병력의 식사 퀄리티도 올라간 사건이다.

나는 이걸 계란찜사건이라 부른다.


당시 한 취사반을 쓰면서 생긴 혼란이 취사병 2명~3명이 60명취사가 취사병13명이 500명취사로 바뀐게 컷는데,

이과정에서 조리방법도 크게 바뀔수 밖에 없었음.

취사병마다 같은 음식도 조리방법이 제각각이였고, 조리마다 그 조리방법에 의견충돌이 생겼는데, 그중 계란찜이 있었다.

각부대 방식으로는.

1. 계란 스크램블형-계란물을 솥단지에 넣고 볶는다.

2. 끓인 계란물형-계란물을 솥단지에 넣고 저온으로 익힌다.

3. 찐 계란물형-계란물을 밥솥에 넣고 돌린다.

정도였다.


주로 쓰던건 2, 3번이였는데 급격히 증가한 식수인원에 2번을 타버리고 3번역시 힘들어진 상황에서 별수없이 1번을 하나 그 역시 타기 일수였다. 부대원의 원성이 올라갈때쯤 계란찜의 탄맛에 결국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이태 급양관님의 중탕이 제안됫다.

솔직히 밖에선 계란찜을 중탕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푸딩처럼 식감이 살기 때문.

문제는 이 방법을 재시했을때 그게 말이 되냐는 충돌이 있었고 그 선봉이 우리취사병이였다. 기구도 없고 시간도 없기에 말도 안된다는 것이였다.

이에 급양관님의 방법이 제시됫으니.

4. 밀봉 계란중탕.

솥단지에 물을 끓이고 미리 간을 맞춘 계란물을 비닐봉지로 봉해서 중탕시키는 방법이였다.

결과는 상상초월. 계란찜의 식감이 살며 부대의 베스트반찬으로 변모하고, 솥단지는 설걷이 필요도 없어지며, 끓인물은 청소에도 사용됫고, 계란찜의 부대별배분도 간편해졌다(많은곳은 2봉지, 적은곳은 1봉지 처럼)


이처럼 계란찜 사건 이후 취사병들의 불신과 의혹없이 따르게 되었고, 나는 한가지 교훈을 얻었다.

"능력있는 간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급식의 퀄리티는 올라간다. 짬밥의 맛은 간부의 관심하기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