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대 소속이지만 사실상 하는 거라고는 군대의 행진 때 돌을 박자에 맞춰 두들기며 흥을 돋우고 대열을 유지하는 것밖에 없다.

별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그러던 어느 날 흰개미가 속을 파먹은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신기한 모양이라, 강물에 깨끗이 씻어 가져와 어디에 쓸까 생각해 보았다.

속이 비어 있어서 지팡이로 쓰기엔 약할 테고, 너무 굵어서 독침 발사기로도 어려울 것이다.

일단 바깥에 세워 두었다.


밤중에 바람이 세게 부는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느닷없이 낮은 휘파람 같은 소리가 들렸다.

들짐승인지 도둑인지, 나가 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공포에 질려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다가, 바람이 불 때 속 빈 나뭇가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나 해서 속 빈 나뭇가지에 바람을 불어 보았다.

역시 자세를 적절하게 취하면 소리가 난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늘은 이만 하고 돌 두들기기 연습이나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