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부터 생물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문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소를 신성히 여기는 인도와 돼지를 불결히 여기는 아랍권과 이스라엘, 짐승의 지방덩어리를 고급 부위 취급하는 러시아와 몽골 등. 지구촌 곳곳의 다채로운 문화는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지구촌 대부분의 문화를 둘러보던 중 우연히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대형 가축들 중 돼지의 젖을 거의 유일하게 먹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왜 먹지 않는 것일까? 돼지의 젖이 맛이 없는 것일까? 하물며 말 젖도 몽골에선 술로 발효해 마시는데? 그리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미스테리는 중학교때 우연히 본 잡지에서 드디어 풀렸다.


1. 젖꼭지 개수.

다른 가축들에 비해 새끼를 많이 낳는 돼지는 젖꼭지가 무려 14개에 달하는데 젖을 소비하는 가축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소가 4개고 젖을 소비하지 않고 젖꼭지가 많다는 개도 8개에 불과하다. 젖꼭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젖을 짜기 불편하다는 뜻으로 젖을 짜기 불편한 돼지 대신 널려있는 염소 같은 다른 가축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였을 것이다.


2. 젖이 나올 수 있는 시간

소나 염소을 비롯한 보통의 가축들은 한반 젖을 짜면 1~2분 정도는 나와준다고 한다. 허나 돼지의 경우 한번 젖을 짜면 고작 30초 동안 나오다가 끊겨버린다고 한다. 한 곳에서 오래 짜는게 일일히 14개나 되는 곳에서 받아놓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편한 것은 당연지사.


3. 돼지에 대한 인식

대부분의 문화권에선 돼지를 부정적으로 본다. 당장 우리나라 에서도 돼지를 게으르고, 게걸스럽게 먹고, 뚱뚱하고, 시끄러운 짐승 취급하며 아랍권이나 유태교를 믿는 지역에선 돼지를 아무거나 집어먹고 습한 진흙탕이나 배설물에 뒹구는 모습을 불결하다며 혐오하는 문화가 있어서 돼지의 젖은 짜 놓아도 먹을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