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 특히 물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 '천재들의 학문'으로 포장되어 있다고 생각함

물론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있고

나도 일하다 보면 뭔가 그런 넘사벽 천재들이 업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도 분명 들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과학에 대한 인식이 위대한 과학자들의 지적 놀음 정도로 생각되는 게 안타까워

 


일단 이런 인식이 일반인들의 물리에 대한 접근 자체를 방해하는 것 같어

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다~고 해서 자기 학교 물리 선생님을 제물포라고 부르곤 했잖아

수포자처럼 물포자들이 많은데, 교육과정의 문제나 교사의 역량 문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인식이 베이스로 깔린다고 생각함.

‘어차피 머리 좋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나 같은 머글은 해도 안 돼’라는 생각이나 ‘과학 해봤자 어려운 문제 두고 씨름하고... 난 그런 거 못하겠어’ 같이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경우가 꽤 많음.

이런 경향은 대학 가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지니까

내 친구들은 과학의 ‘과’만 꺼내도 머리 아파하더라 나름 머리 좋은 애들인데도


사실 하는 일이라고는 자연 현상에 대해 가설 세우고 계산하고 실험해서 검증하고 맞네 틀리네 하는 게 끝이잖아? 

기본 골자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수학을 다 빼고 정성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부분도 꽤 많은데

과학에 대한 엘리트주의? 신비주의?(라고 써야하나.. 적당한 표현을 못 찾겠네)가 관심 갖고 있는 일반인들의 접근부터 어렵게 만들어

이러니까 점점 제대로 된 과학 내용이나 정상적인 과학자나 교양서적보다

유튜브로 '5분 만에 이해하는 상대성이론' 이런 거나 보고 사이비가 되는 거라고 생각함.

기초적인 수준의 상대론은 고등학교 수학이면 충분한데도 보려는 노력이나 시도조차 안 하게 되니까


 

그리고 이게 피라미드의 정상부만 주목시키지 그 아랫부분을 잘 보이지 않게도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음

아까 대중화 글에서 과학자가 하는 일이 탑 위에 돌멩이 하나 얹는 거라고 했잖아? 물론 존나게 힘들기는 하지만... 

그치만 이보다 앞서 이뤄진 모든 시행착오들이 그저 ‘어느 천재의 업적’ 정도로 치부되는 걸 보는 게 안타깝더라

말하자면 결과에 과정이 묻히는 것 같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아이디어가 획기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마이컬슨, 몰리, 로렌츠나 민코프스키나 푸앙카레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지금보다 더 늦게 나왔을 거 아냐 

분명 나 같이 물리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함.

누군가는 직관으로 뽑아낸 식이라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이고, 그런 부분 조금씩 땜빵하는 일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는 않잖아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서 위대한 발견이 있을지 who knows...


와인버그 선생님이 오히려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라 mess처럼 보이는 분야니까 그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

오히려 그 분야일수록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고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그런데 이런 인식 때문에 오히려 그런 분야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

 

다들 캡스톤만 바라보고, 바라보게 시키고, ‘나도 에디슨을 본받아 위대한 발명가가 될래요!’ 같은 꿈을 꾸게 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을 좌절시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자라나는 싹부터 자르는 느낌이고...

 


일하다가 빡친 상태였는데 재밌는 떡밥 있어서 맨날 눈팅하다가 처음으로 글 써봄 

너무 중언부언하고 횡설수설 했는데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 지 모르겠다 ㅎㅎ;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고 나 아는 거 조또 없으니까

아니다 싶으면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라 ㅎㅎ 미안 물챈 사랑해 


+ 쓰고나서 봤는데 밑에 스노비즘 비판하는 글도 적극 동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