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임 전후에 제게 석달 임기를 두고 힘드시지 않겠냐고 질문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때 답했지요. 이 자리는 일주일 단위로 멘탈이 갈리는 자리라고.


말이 씨가 되었나 봅니다. 정말로 그 주기가 되돌아왔어요.


백모래 1대 국장님의 예하에서 부국장으로 일하다가 그 주기가 왔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제 능력은 정말로 일천합니다. 옳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걸 상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 할 능력은 한 없이 모자랍니다.


다시 한 번, 백모래 국장님 시절에 부국장을 사임할 때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을 해봅니다.

너, 그 총권자 직함을 네 스스로의 만족이나 영광이 아니라 진심으로 정사챈을 위해 달았느냐.


이제는 그 질문에 답합니다. 이 직함에 만족이 존재 할 수 있습니까. 영광이 존재 할 수 있습니까.

아뇨...어차피 불가능해요. 채널에 사람은 몇백 단위를 넘나 들 것이고, 관리진도 열명 가깝습니다. 이 직함을 달고, 다른 동료들이나 상사들과 , 수 많은 이용자들과 부대끼면서, 개인의 만족, 개인의 영광을 추구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가능한 이루기 위해 힘쓸 뿐이지. 만족이란 없습니다. 영광도 무관합니다.


질문을 바꿀 때가 왔습니다. 너는, 현재 이 채널의 총권자...아니, 행정권자인 너 Gleaves는, 이 시점에서 이 채널을 위해 이후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무엇을 할 수 있긴 하느냐?


하아. 고작 엿새 지났어요. 고작 엿새가 지났다고요. 달포는 커녕, 보름, 한 주도 지나지 않았어요. 그 동안 제가 한 일은 이용자 분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의견을 모아 투표에 붙이고, 그 투표를 집계하고, 집계된 결과를 기록하고...그 외엔 명백한 사건 사고에 대해 단편적인 대처를 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요. 지금 현재 제가 요청하여 모신 수많은 대테러 대응팀원 분들이 제가 없을 때라도 잘 해주고 계신 것처럼. 그건 굳이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총권자라는 직함을 달고, 제가 먼저 책임 져야 할 첫번째 책무가 바로 이번 국장님의 초법행위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실패로 끝나 버렸습니다.


여러분. 지금 제 머리 속과,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국장님에 대한 서운함이 아닙니다. 다른 운영진 분들에 대한 아쉬움도 아닙니다. 그건 바로 드러나 버린 제 능력의 부족에 대한 창피함입니다.


이용자 여러분, 저는 그다지 특출남도 뛰어남도 없는 하나의 보통 이용자입니다.

다른 어떤 사람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더 깨끗할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다시 한번 중차대한 책임을 갖는 이 자리에 올라와, 여러분들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평범함과 무능함을 지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용기는 만용이었고, 자신감은 오만함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제가 꾸던 꿈은 그대로입니다. 꿈이 아니라, 제 능력이 끝을 보였을 뿐입니다.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여러분들께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이 제게 한 투표에 석 달 동안 스스로의 지원의사에 책임을 지고 성실히 책무에 임할 것을 요구하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음을 압니다. 그렇기에, 지난 번처럼 책임의식 없이 독단적으로 여러분이 보여주신 기대를 배반하는 행위를 저지르기엔 이미 지난 번에 자행한 배반 행위가 너무나 명백합니다.


그러나, 여러분께 제가 약속했던 이 기본적인 원칙을 확립 하는 일을 여러분께 실현해 드리지 못했다면, 그 이후에 Gleaves라는 인간을 여러분이 어떻게 믿고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신뢰를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를 믿고 투표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를 올립니다.


저를 투표하지 않으셨더라도 제가 당선 된 이후 저를 믿고 따라 주셨던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를 올립니다.


전대 국장 시절부터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던 현 부국장 윤파란, 시순님에게도 고개 숙여 사죄를 올립니다.


제 초청을 받고, 어렵고 힘들며 눈이 고통 받는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고 계신 대테러 대응팀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를 올립니다.


제 지원을 흔쾌히 받고, 투표까지 손수 해주셨던 현 국장님. 현 국장님께 납득이 될 만큼의 설득을 해드리지 못해 사죄를 올립니다.


저는 지극히 범용하고, 무능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