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폴ー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추일서정이란 말은 말 그대로 가을날의 감정이라는 뜻이다.

이 시가 쓰여진 시대가 일제강점기인데 작가는 나치 독일에게 점령 당해 항전하던 폴란드를 보고 식민지 조선의 처지를 비추어 보았던 것 같다.

모의고사랑 수능에 단골로 나오던 지문인데 동생 국어 가르쳐주다가 갑자기 이 지문을 보고 추억에 잠겼지.

이렇게 아름다운 시인데, 있는 그대로 감상하면 참 좋은데

이걸 가지고 그냥 점수 따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단어 한 자 한 자 분석을 하고 있었으니 시 전체가 그냥 수학문제처럼 다가왔던 거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건 이런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