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제로 5:5로 할당하자는건 나도 반대한다. 지나치게 여성이 적은 분야에서 여성들을 지원하고 가산점을 주는 정도라면 모르겠는데 그 이상은 안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할당제를 하더라도 전체 비중에서 25~30%를 못채우면 할당하는 방식이고 그 이상이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할당제 자체도 그렇게까지 크게 마음에 드는건 아니라서 점차로 가산점 형식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2.물론 여기서 정영진은 "그럼 학력별-소득별로도 할당제 하시게요?" 라고 말했는데 애시당초 논점에서 벗어난 것이다. 논의하고 있는건 성별간 혹은 여성이 겪는 불합리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이지 소득과 학력의 차별에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지구온난화 얘기하는데 오존층파괴 얘기 꺼내는 것과 동일한 급이라는거다. '환경보호 하신다면서요! 그럼 오존층 파괴도 얘기해야지 왜 지구온난화만 얘기해요?' 라고 말하는 격인데 말이안되는 일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미 학력-소득별의 각종 사회지원정책들이 존재한다.

 

3.이준석은 "남녀차별이라는 틀의 시효가 지났다. 이미 점진적으로 여성임원수 증가하고 있지않냐?" 라고 말했다. 물론 점진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허나 그 점진적이라는 것이 500대기업 임원 3%이고 가장 여성이 높다는 직종에서의 고위임원 수가 20~25%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크다는 것. 간단히 말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데 그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역사로 봤을 때 서양은 120년이고 한국은 50년에 이르는 기간인데 그 동안 바뀐것이 한자릿수 정도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것이다. 이를위해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별의 틀의 시효가 지났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닥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아마 흥분해서 딴지거느라 바빠서 그런듯하다.

 

4.이준석은 여기에서 여성고위임원이 많을수록 수익률이 높아졌다라는 것에 대해서 "그건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지 않느냐? 하버드대학 연구에서는 여성임원이 많을수록 시장가치는 떨어졌다" 라고 말한다. 일단 자신이 말한 것을 스스로가 잘못을 범하는 장면을 목격이 가능한데,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원래 완벽한 인과관계 추적이 매우 힘들다. 그런관계로 남의 연구를 상관관계로 격하시키면서 자기연구는 마치 인과관계인양 말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 자가당착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5.더불어 이준석이 말한 하버드 연구를 추적해봤는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CGS Report 2012년 8월호에 따르면 "연구결과는 여성의 이사회 참여로 인해서 이사회의 효율성이 감소한다는 증거는 없으나,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여성이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하는 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됨" 이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한다고해서 기업이익률이 증가하거나 하락한다는 결과는 도출되지 않지만, 왠지는 몰라도 기관투자가들은 여성이 많은 기업에서는 지분을 빼더라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고려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어쩌면 사회적 편견이 작동한거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는 연구결과라는 점이다. 사실 CGS 리포트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거꾸로 독일 튀빙겐 대학의 연구에서는 여성임원비중이 30%가 넘으면 기업수익률이 개선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와 별개로 IMF에서는 여성 임원비중이 증가할수록 수익률이 개선된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김지예 패널쪽에서 인용한 것도 이 연구)

 

흠...관점에따라 다르겠지만 하버드는 10년전 연구인데다 IMF가 하버드보다 좀 더 공신력이 높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적어도 경제학에 대해서는) 뭐 이거야 개인적인 생각이니 접어둡시다.

 

6.여성이 많은 분야에서 할당제를 시행할 것이냐는 말에 최태섭과 김지예는 말을 제대로 못하면서 '그 분야는 남성들이 그냥 안가는 분야잖아요' 라고 말하거나 '그것과는 다르다' 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렸는데 굉장한 자가당착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단 최태섭은 그 이전에 성평등 정책으로 성별 할당을 맞추기위해 공무원 임용중에서 남녀모두 혜택을 보고 있고, 남성할당이 더 많이 이루어진 때도 있다라고 말하면서 여성우대정책이라고 말하는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성이 절대적으로 적은 곳에서도 성평등의 일환으로 어느정도의 할당이나 가산점이 필요할 것이다. 안그러면 대체 왜 성평등 정책을 취하는것인가? 성별간의 불합리한 편견과 대우를 벗어던지기 위해 하던 것이 아닌가? 남자라고 애를 못돌볼 이유가 있는가?

 

7.남녀간의 선천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지극히 자극적인 발언을 한 시청자패널이 존재했는데, 이것이야 연구결과를 따지면 일정 특정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남녀간의 본질적인 호기심 및 지적능력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가 현재 학계의 중론인 상황에서 선천적인게 마치 확실히 증명된 것인 마냥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시청자 패널이니 모를수야 있다 치더라도 김지예의 파시스트 발언이나 거기에 흥분해서 다음부터는 토론을 할 준비조차 안된 이준석 둘다 마음에 안들었다.

 

8.이준석이 흥분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나치게 오랫동안 비아냥대는 발언을 해서 사회자가 제지를 할 정도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한다. 100분 토론이 아니라 막장정치인 경연장을 방불케하는 불쾌한 행위였다. 비슷한 토론을 많이해봐서 흥분하는건 이해하는데 그것은 잠깐 흥분하고 말아야하는 것이고, 사회자가 제지할 정도면 생각을 두번정도 거치고서 말해도 되는 것을 끝까지 난장판을 만들어내어 서로 얼굴 붉히게 만든다. 이준석이 토론을 배운 곳에서는 그런게 맞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웬만한 토론의 룰에선 그래선 안된다고 분명히 가르친다. 사실 이게 비형식적 오류이기도 하고 말이다.

 

9.마지막으로 토론내용 외적으로 육아-가사 관련된 경력단절부분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점이 제일 아쉽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여성들이 겪는 가장 주요한 문제는 경력단절문제이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주가 되어야할텐데 피상적인 능력별 채용이니 5:5 강제할당이니 같은 논의만 이어나가니 아무런 진전이 없다가 결국엔 감정싸움까지 번지는 끔직한 결말을 보고 말았다. 성차별 관련 이슈 토론에서는 항상 감정싸움으로 퍼지며 피상적 내용만 다루고 끝내는데 제발 언젠가는 자료와 연구와 논리로 싸우는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