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는데 글쓴이는 일뽕이 아니며 그런 부류의 인간들을 존나 한심하게 본다

그렇다고 혐일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복잡한, 가깝고도 먼 사이인 것은 맞지만 합리적인 비판과 충고는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보며 무조건 일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저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누르면 된다 그런 편협한 인간과는 이 책을 논할 가치가 없으니까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일본 로비스트 이케하라 마모루(池原守)가 쓴 책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출판됐으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에 나왔음.

이 책 41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국을 남성 중심 사회라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얼른 보기에는 남자들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남자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여자들이다."

 


 

"한국에는 여성 상위 사회라고밖에 볼 수 없는 측면이 많다.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일본은 물론 미국보다 더 여성의 힘이 센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른바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유교적 이데올로기는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이것은 결코 역설이 아니다. 궤변은 더 더욱 아니다."

 

"역사적으로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여성들이 보여 준 억척스러운 힘은 남자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임진왜란 때 평범한 여염집 아낙들이 앞치마에 돌덩이를 실어 날라 일본군을 물리치는 데 앞장섰다는 이야기며, 적장의 허리를 껴안은 채 동반 자살한 논개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다. 물론 일본의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저자가 일본 사람인걸 기억하자)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나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여자들이 있고, 대형 사고에 여자들이 관계된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배후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한국에서처럼 여자가 전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며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나라는 거의 없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까지 내다보신듯 ㄷㄷ)

 


 

"한국 남자들이여, 제발 힘을 내라. 그리고 한국 여자들, 그대들은 남자의 뒤를 따라가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책이 나온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당연히 워마드나 페미나치 이딴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이다. 이미 그 시절에 미래에 한국이 어떻게 될지 내다보고 이런 글을 쓴 혜안에 감탄해서 젠더갈등 극에 달한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참고로 이 책 저자는 혐한이 아니며 오히려 한국에서 20년을 넘게 살았고 한국의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데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까지 말한 친한파다. 책 내용에 의하면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으나 친한 한국 사람 중 법조계나 연예계, 금융계에서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모양.

 

책을 쓴 의도도

"우리 닛뽄은 이래서 위대한데 니들 조센징은 이래서 안됨 ㅇㅋ?" 이런 게 아니고

"한국은 지금도 대단한 국가이고 장점도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이러이러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러이러하게 고쳐 나간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다 실제로 책 끝은 '그래도 한국의 미래가 밝은 이유'라며 희망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함

 

물론 20년 전에 쓴 책인만큼 지금의 한국과는 안 맞는 내용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 박찬호랑 박세리를 꼽았다던가(지금 썼다면 김연아나 손흥민 등을 꼽았을 것) 지금 한국이 일본 문화산업을 전면적으로 개방해서 수용한다면 한국 문화산업이 전멸할 가능성이 있으니 30년 정도 후에 개방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던가(이 당시에는 케이팝 문화가 생겨나기도 전이었음)

물론 저 내용 자체도 한국 문화산업이 일본 발끝 때도 안된다고 폄하하는게 아니고 나름대로의 근거를 들어 합리적으로 설명했음. 읽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 정도로. 그렇지만 대부분은 지금 읽어봐도 다 맞는 말임.

 

지금 같이 암울한 시기에 시간 내서 한 번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 남라에 소개하고 싶었다

20년 전 책이니 당연히 절판된지 오래라 구하기는 힘들겠지만 시립 도서관이나 대학교 도서관 같이 큰 도서관 가면 한두권 정도는 있더라

그러니까 집 주변에 그런 곳이 있으면 한 번 찾아 읽어보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