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 채널

2일차도 역시 날려먹었다.

공부는 3시간밖에 못했으며, 흡연 줄이기와 금욕도 실천하지 못했다.

특히 오늘은 완전히 제대로 좆된 날이다.

수요일에 반의 급훈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 반은 6조로 이미 나누어져 있고

쌤이 4일의 연휴 동안 그 조끼리 알아서 토의하여 추천할 급훈 후보를 정해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 바로, 우리 조의 단톡방에서

내가 금요일 오전에 논의하자고 카톡에 올렸고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내가 제안한 그 회의에 대해 나만 불참했다.

사유는 훨씬 더 병신같다.

자느라 그랬다.

11시에 일어났고, 그때는 이미 10시 반에 조원들이 회의에 모였다가 흩어진 뒤였다.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알아챈 건 2시가 넘어서였다.

급하게 톡방에 사과문을 올리고, 내가 참신한 안을 생각해서 바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우리 조장은 그냥 내일 하자라는 모호한 의미의 답장만을 남겼고,

나머지 조원들은 그마저 무시했다.

적당한 급훈 후보는 생각했지만, 내일 조원들에게 이야기해도 그들이 나에게 좋은 반응을 보일 리 없다.

그동안 내가 사이버 강의를 하면서 몇 번의 미약한 불성실 태도를 보였지만

'등교개학 하면 잘하면 되지'라고 자위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친구들은 나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으로 인해, 그나마 남아 있던 나의 이미지까지 완전히 내 손으로 무너뜨렸다.

소문은 퍼질 것이고, 난 앞으로 영원히 우리 학교의 전설적인 개새끼로 남을 것이 뻔하다.

등교개학을 해서 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에게 친근하고 음악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도

나의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너무 화가 나고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래서인지, 내가 발작을 일으켰었다고 가족들이 말한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핸드폰을 집어던진 것 같다.

그러자 그동안 몇 번 집어던져졌음에도 깨지지 않았던 핸드폰이

완전히 박살이 나고야 말았다.

나의 정신병과 불성실함으로 인해

나의 핸드폰은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2일 남았다.

만약 그 동안에도 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내일은 내 손목,

모레는 내 목숨의 차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