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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게임=서형욱] 주말 유럽 축구 관련 뉴스 중 유독 눈에 띄는 단어는 '인종차별'이었다. 하나는 나폴리의 수비수 쿨리발리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공격수들인 손흥민과 이승우에 관한 씁쓸한 사연이다. 
 

토요일 나폴리에서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와 볼로냐의 경기에는 출전도 하지 않은 선수의 얼굴과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앞선 경기에서 퇴장당해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다. 나폴리 팬들은 쿨리발리의 가면을 쓰거나, 그의 사진과 격려 문구가 담긴 펼침막을 들고 입장했다. 쿨리발리의 팀 동료인 파우지 굴람은 경기 전 워밍업 때 쿨리발리의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인종차별 피해자' 쿨리발리 향한 응원

 

나폴리 팬과 동료들이 징계로 결장한 선수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은 남다른 사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테니 간략히 정리하면, 쿨리발리는 26일 밀라노에서 열린 인터밀란과의 세리에A 원정 경기에서 후반 37분께 두번째 옐로 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이 과정이 좀 간단치 않은데, 쿨리발리는 경기 내내 인터밀란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 야유를 받아야 했다. 이에 나폴리의 안첼로티 감독은 여러 차례 경기 중단을 요청했지만 주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쿨리발리는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범해 옐로 카드를 받았고, 그 참에 (홈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묵과한) 주심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동작을 취해 추가 옐로 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이 사건은 경기 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쿨리발리가 퇴장을 감수하며 항의성 행위를 한 사연이 널리 알려지자 전방위적 지지 분위기가 형성됐다. 바로 다음 경기였던 볼로냐전에 수 많은 팬들이 '내가 쿨리발리다'라고 말하듯 그의 가면을 쓰거나 그를 지지하는 메세지를 내보이며 입장한 것은 그래서다. 

안첼로티 감독과 나폴리 시장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가 있었다. 경기는 중단되었어야 한다"며 격노했고, 당시 경기를 직관했던 밀라노 시장 쥬세페 살라는 공개적인 사과문을 통해 "부끄러운 행위"가 있었다는걸 인정하며 쿨리발리에게 용서를 구했다. 안그래도 인터밀란 팬들은 경기 전 나폴리 원정팬들이 탄 버스나 밴을 다양한 흉기를 동원해 공격해 충돌을 야기시켜 큰 비난을 받던 터였다.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가 서로를 경멸할만큼 커다란 지역감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어떤 형태의 폭력으로든 용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인터밀란 팬이 사망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인터밀란에게 향후 홈 2경기를 무관중 상태로 치르도록 징계를 내렸고, 29일 인터밀란을 홈으로 불러들여 세리에A 경기를 치른 엠폴리는 인터밀란 팬들에게 원정석을 아예 폐쇄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가브리엘 그라비나 회장은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세리에A 중단까지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축구장이 각종 인종차별 행위의 무대가 되고 경기장 안팎 폭력이 격화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는 분위기다. 

손흥민과 이승우 향한 인종주의 

한편, 영국 런던에서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능멸한 인종차별 사건이 있었다. 놀랍게도 토트넘팬을 참칭한 이들은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인 손흥민을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조롱하는 SNS로 큰 물의를 빚었다. 토트넘 측은 이들을 곧바로 추방 조치하며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한국팬을 비롯한 축구팬들 다수는 몰지각한 행위로 논란을 자초한 이들에게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바다 건너 이탈리아에서도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적 제스쳐의 대상이 되어 논란이 일었다. 베로나와 포지아의 경기에서는 이날 멋진 골을 터뜨린 이승우를 향해 포지아 선수 마제우가 두 눈을 옆으로 길게 찢는 행위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국 축구팬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마제우의 인스타그램으로 달려가 비난의 댓글 공세를 퍼부었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축구계는 이러한 행위를 한 자들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깊숙이 뿌리박힌 인종차별 의식과 이에 관한 문제 의식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까닭에, 근본적인 근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차이'를 폄하하거나 비꼬는 정도로는 인종차별이 아닐거라는 안이한 인식도 광범위하게 존재하는게 사실이라 문제가 쉽게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종주의와 혐오표현을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하지만, 축구를 매개로 한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여기서 비롯된 혐오표현들이 유럽에서만 만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차별적 언행과 폭력에 분노하는 우리들 안에도 그런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아시안컵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그 못난 모습들이 자칫 더 강하게 표출될 지 모른다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중국이나 북한과 관련된 기사에 달리는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들이 그렇다. 특히 중국에 관한 과감한 폭언은 우리 안의 혐오주의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다른 인종(이 경우엔 다른 국적/문화지만 이 모두가 타고난 차이에 의한 차별주의라는 점에서 racism의 다름 아니다)이라는 이유로 그 집단을 통째로 폄하하고 혐오하는 언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해당 국적/인종의 누군가가 잘못된 언행을 했다면 그건 그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 집단 전체로 근원을 확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용납될 수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각 개인의 선택이 아닌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차이를 근거로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다수의, 혹은 더 힘이 있는 자의 일방적 폭력이다.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문제삼고, 그것이 스스로를 그 대상에 비해 우월하다 오인하며 혐오 표현을 일삼는 행위는 배척되어야 한다. '짱깨' 같은 단어가 횡행하는 뉴스/커뮤니티 게시글들에 담긴 '중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뿐." 같은 표현이 익명의 다수에게 호응을 얻고 농담처럼 회자되는 것에 관대한 태도를 취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선수들을 향해 동양인 비하 언행을 일삼는 이들에게 분노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다른 나라 선수를 특정 단어나 표현을 통해 혐오하는 행위 역시 분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 언어를 통해 되풀이되는 혐오 표현은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또는 익숙한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는 점에서 몹시 위험하기 때문이다. 

쿨리발리와 손흥민이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에 노출되었을때 두 사회가 보여준 강경한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 기관의 법적 조치 유무가 아니라, 팬들과 동료들이 혐오표현의 피해자를 앞장서서 감싸는 모습은 그 사회가 이 사태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또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혐오 표현은 당장의 직접적 위해를 가한 것이 아니라하더라도 그 자체로 비난과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유럽이 그들 안의 인종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안의 혐오표현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제공 서형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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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더 덧붙일 말이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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