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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골키퍼 김진현(32·세레소 오사카)은 요즈음 축구 선수로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 8강 탈락으로 끝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결심한 가운데 코칭스태프와의 논의만 남겨놓은 것이다. 

김진현은 지난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빗셀 고베와의 J리그 개막전이 끝난 직후 ‘스포츠경향’과 만나 “후배들에게 국가대표 골키퍼라는 영광을 물려줄 때가 됐다. 아직 코칭스태프와의 논의가 우선이라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마음의 결정은 내렸다”고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했다. 

김진현은 화려한 선방 능력과 빼어난 경기 운영으로 한국 축구의 수호신으로 불렸던 선수다. 그는 2012년 2월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래 8년간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4년 전인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선 준우승을 이끌면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김진현에게 불운이라면 축구 선수로 전성기를 보낼 무렵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만났다는 점이다. 김진현은 김승규(빗셀 고베)와 조현우(대구) 등 쟁쟁한 후배들의 등장에 그라운드와 벤치를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현은 언제나 훈련에 최선을 다하며 베테랑으로 모범을 보였다. 김진현은 “경기를 뛸 때도, 벤치에 앉아있을 때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며 “이젠 그 역할도 끝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웃었다. 

김진현이 골키퍼로는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대표팀에 처음 뽑혔을 때부터 태극마크는 언제나 영광이었다. 이젠 그 영광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라며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최고의 기량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선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근 기성용(뉴캐슬)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진현까지 은퇴를 고려하면서 대표팀은 이제 세대 교체가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그러나 김진현은 세대 교체의 리스크는 인정하면서도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손흥민(토트넘) 등이 중심을 잘 잡아주면 큰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진현 스스로 국가대표 은퇴가 대표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겼기에 은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김진현은 “대표팀 전체가 아닌 골키퍼만 따진다면 승규나 현우는 충분히 믿고 떠날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며 “두 선수가 서로 경쟁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그럴 만한 실력과 인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진현이 코칭스태프와의 논의 아래 은퇴를 확정해 발표한다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후배들을 응원하게 된다. 비록, 자신이 뛰지 못해도 한국 축구가 카타르월드컵에선 팬들을 웃게 만들기를 바란다. 김진현은 “국가대표로 뛰면서 언제나 행복했다. 경기를 뛰지 못할 땐 힘들었지만 한국 축구가 잘 되는 것에 기뻐하며 인내했다”며 “태극마크를 내려놓더라도 그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