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기록 채널

어디선가 본 듯한 운석은 '시공의 폭풍'으로 알려진 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로고와 닮았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운석이 다가오는 즉시 공터를 향해 달음박질을 시작했는데, 워낙 주변이 어수선하고 혼돈스러워서 쉽지가 않았다. 살인이 정당화되고 아버지까지 죽은 걸로 드러난 세상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대피하는 게 쉬운 일이던가...달리다보면 건물에서 뭔가가 튀어나오고, 차가 엎어지며, 가로등이나 가로수가 쓰러지는 일은 흔히 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사람이 덮쳐오거나 내 쪽으로 날아가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남은 친척을 만날수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쉬지않고 달렸고, 내 옷은 여기저기서 튄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공의 폭풍은 곧바로 내가 있던 곳을 고대로 집어삼켰고, 나는 시공의 폭풍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주변 반경에 있던 모든 것들이 빨려듯어갔고, 때문에 나는 시공의 폭풍 속에서도 날아오거나 떠다니는 것들을 피하느라 조금도 쉬지 못했다. 그렇게 폭풍에서 빠져나오고 나자, 내 주변은 또다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난장판 속에서 나는, 뭔가 익숙한 것들을 보았다. 우리 부모님의 것으로 보이는 카니발 리무진, "별설구 의원"이라는 이름이 --세--새겨진 명찰, 어디선가 날아온 문과 거기 붙어있던 희생자 리스트. 희생자 리스트를 보니 우리 아버지, 즉 '별설구 의원'이라고는 나와 있었지만 정당이 다르게 표기되어 있었다. 무슨 의미인 걸까? 그리고 공터에 구르고 있던 카니발에서 튀어나온 세 사내와 어린아이도 꽤 익숙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엄마아빠는? 다들 괜찮아? 살릴 수 있어?? 대답해줘!!!"

"모르겠는데, 워낙 난장판이라서 대피소로 갈 길도 못찾겠어. 거기 별서...에이 모르겠다, 별 의원! 당신 대피소에 대해 아는 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