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얃


 결투. 엘프에게 있어서 명예와 자존심이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엘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리고 그 명예와 자존심을 겨루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자 싸움의 형태가 의례의 형태로서 정립된 것이 바로 엘프의 풍습인 결투였습니다. 수많은 엘프들이 명예의 이름으로 자신의 숭고함을 더럽혔다 생각되는 이들을 처단해왔으며, 또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변호하고자 술식을 외우며 장렬히 스러져갔습니다.


  그러한 수준의 의미와 무게,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엘프의 결투입니다. 그리고 고위층의 결투가 될 수록 엘프 사회에서 그 파급력은 참으로 큰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전 주에 엘리아가 원로원 내의 21인의 장로에게 갑자기, 그것도 한 번에 던진 결투선언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입소문을 듣고 말 그대로 엄청난 인파가 엘리아가 결투를 신청한 깊은 숲 속의 거대한 공터로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결투 하루 전에는 아예 조그만 임시 촌락이 생겨날 수준이였습니다. 수 시간 전부터 웅성이던 소리는 이제 결투의 주인공들이 입장하며 조용해졌습니다. 21인의 장로의 이름을 참관인이 호명하였으며, 마지막에는 엘리아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며 결투장에 입성하였습니다.



21인 장로, 즉 반엘리아파의 수장인 "드라이차"가 어깨에 1,000년 전, 그가 잡았던 요호妖虎의 머리를 어깨에 걸친 세련된 마갑주를 입고 중무장한 20인의 장로들 앞에 당당히 서서 엘리아에게 호령했다.


"엘프령 참파의 태수 엘리야여, 우리 21인의 장로는 호기롭게 우리 전부에게 한 번에 결투를 신청한 그대의 용기를 대단히 여긴다! 그러나 그대가 황제가 되겠다는 것은 우리가 있던 세계에서 우리를 걱정하시고 계실 황제 폐하에 대한 반역! 역도의 행위이다! 그것을 어찌 우드엘프의 황제의 신하된 자로서 잘못되었다 말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대의 용기만은 가상히 여긴다! 당장 태수직을 내려놓고, 이 세계의 황제로서의 야심을 내려놓는다면 우리 기꺼이 그대를 우리 사회에서 편안히 살게 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