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환상들이 테스트 1

사실 환상들이하고 맞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는 각설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그래도 선택지에 따라 옳은 길과 아닌 길이 나눠지는 ‘게임 북’ 형식의 소설이니 참고.

그렇게 길지도 않으니 한번 도전해보세요. 정말로. 혹시나 말해두겠지만, 포인트는 걸려있지 않으니 먼저한다고 좋은 점은 없답니다. 이런,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어쨌든 도전! (상업성 멘트, 적응 안된다;)




Main Story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한 [플레이어].

[플레이어], 당신은 우연히 바깥 세계에서

환상향으로 떨어진 수많은 민간인 중 한명으로서

언제나처럼, 하쿠레이 신사의 무녀로 하여금

원래 세계로 보내졌어야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아무리 시도해도 보내지지 않는

괴현상과 더불어 대결계의 불완전한 상태를 느낀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는 전전긍긍하던 와중,

당신, [플레이어]는 그 이유를 아는 듯

무녀에게 입을 때려던 그 순간······.


하쿠레이 신사로 누군가 덮쳐오는데······!



Side 1

바깥세계. 어느 도시 안.


이런, 약속 시간에 지각이다!

나는 헐레벌떡 중고 핸드백에다 이것저것 평소 외출할 때마다 넣고다니는 각종 소지품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서둘러 집에 나선다. 조신한 요조숙녀가 점잖지 못하게 새로 산 원피스를 펄럭이며 뛰어가다니, 자전거라도 있었다면 폼이라도 살았을 텐데······ 하지만 늦잠으로 지각한 내게는 그런 호화로운 선택권은 기각! 일어났을 때 뭔가 기분이 뒤숭숭 했는데, 괴물들이 튀어나와 송곳니를 들이대던 악몽을. 발 언저리가 무척 아팠던 것 같기도······ 이런 구실을 들어 변명을 해봤자 야단만 맞겠지만.

특히 이번 약속에 지각을 하면 나로서도 절대 용납지 못할 일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은 어릴 때 먼곳으로 이사 가버렸던 나의 어릴적 절친을 오랜만에 재회하는 경사스런 날이었기 때문이다. 헌데 평상시의 게으름 때문에 이런 중대 기로에 늦잠꾸러기로 낙인 찍히는 것은 나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짓일 터다. 통화선에서 벗어나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자리에······ 핸드폰의 시각을 응시했다.

으악! 얼마 안 남았다! 중간에 버스를 타야 하나? 약속 장소가 집 인근이라서 너무 오만했었나?! 현찰이라도 두둑히 챙겨올 걸. 정말 자전거라도 타고 갔으면! 그렇지만 난 자전거를 못 타는

······어?


•••


약속 장소. 도시 시가지.


 “아! 여기야, 여기! 지금 오면 어떡하니? 약속 시간이 벌써 반나절은 지났을 거야!”

 “헥헥····”

겨우 도착했다. 약속 장소, 친구, 그것도, 예정된 시간에서 살짝(?) 초과된 상태에서. 이거, 미안하게 돼버렸다.

 “으이구! 오락가락하던 성격은 어디 안 가는구나. 덜렁거리는 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

 “우우, 미안미안····.”

 “그러게, 어제 통화했을 때 제대로 새겨들었어야지! 정말, 내 친구가 아니었으면 그자리에서······ 어? 왜 그래, 어디 아파? 머리는 감싸쥐고····.”

 “아, 아니야. 괜찮아. 잠이 들깬 것 같아. 아닌게 아니라 꿈자리도 사나웠던 것도 있고····.”

 “그래도 안색이 안 좋아보여. 심한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악몽.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심하다고 한다면 그것도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친구 앞에서는 애써 침착하며 뒷말로 얼렁뚱땅 넘겨야 했다. 친구에게, 아니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아봤자 믿지 않을 게 뻔하다. 내 착각이다. 응, 잠깐 환영이라도 본 거겠지. 일단은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간만에 재회한 절친과의 즐거운 분위기를 이렇게 망칠 순 없으니까, 기각이다, 기각!

 “악몽정도는 아니고~ 아마도···· 그래! 너 만나려고 어제 열심히 일을 뛰었거든. 피곤에 쩌들어서 잠을 깊게 자서 그런지 현실하고 혼동이····.”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니! 일은 쉬엄쉬엄해. 밥도 든든히 먹고 다니고! 오늘은 내가 쏜다고까지 그랬잖아!”

 “먼곳에서 찾아온 수고스러운 친구를 어떻게 빈손으로 맞이할 수 있겠어. 그리고.”

꼬르륵.

 “빈손으로 올 수 없어도, 배는 빈속으로 올 수 있다. 너 급하게 나오느라 아침밥도 거르고 나왔구나?”

 “····헤헤, 들켰나~?”

 “후우, 너답다. 좋아. 그 배짱을 봐서라도 네 목까지 찰 때까지 때려넣어주마. 풀코스로 다가.”

 “에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얘가 생색은. 넌 표정에 다 드러나거든. (피식) 아, 그렇지. 내가 통화로 공지한대로, 내가 이사간 동네에서 사귄 새 친구도 데려왔어. 자, 인사해.”

 “그래그래. 제 별난 친구를 데리고 다녀줘서 거듭 찬사를 돌리며, 아무쪼록 저까지 싸잡아 잘 부탁드립니다요~”

 “얘가! 또 이상한 소릴!”

그렇게 서로서로 마주보며 인사와 소개를 마쳤다. 그렇다. 아까부터 뒤에서 우두커니 서서 내 특유의 말장난에 드문드문 미소를 보여줬던, 타지에서 우정을 나눈 절친의 친구. 그의 이름은 [플레이어].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어찌보면 나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눈빛에서 선뜻 호감을 산 것 같지만. 절친이 사귄 친구라 해서 혹여나 외계인이나, 요괴 부류는 아닌가, 우스갯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의외로 수수하고 괜찮은 아이인 것 같다. 내자리를 뺏기는 거 아닌가 내심 신경도 쓰였는데, 다행이야. [플레이어]. 왠지 나와도 친하게 지낼수 있을 것 같아, 괜스레 안심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당장 음식점으로 향해갔다.


•••


한참뒤. 어느 건물 앞.


 “후와~ 맛나게 잘먹었다!”

끄윽~

 “그래도 창피하게 바깥에서 적나라하게 트림은 하지말아 줄래. 먹은 거 티낼 일 있어!”

 “엉? 나 아닌데? 거기 [플레이어]가 그런 거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릴 해! 음식점에 들어가서 우린 제대로도 못 먹었거든. 혼자서 우리가 시킨 거에 3배치는 폭식했으면서! 허겁지겁 먹어대니까, 오히려 소식한 기분이라고. 그러다 죽어서 식귀 되겠어.”

 “너무 많이 먹었나? 헤헤, 보기좋은 친구가 2명이나 있으니까 입맛이 배로 늘었나봐ㅋㅋ”

 “으이구, 말이나 못하면. 어쨌든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들 있어. 요 건물 화장실 좀 들렸다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사갖고 돌아올 테니까.”

 “어째 나보다 적게 먹었다면서, 사실 나 만나기 전부터 둘이 뭐 먹고 있던 거 아니야? [플레이어], 내 말 맞지?”

 “정말!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플레이어]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빨리 갔다가 돌아올 테니까!”

 “알겠다구! 일처리 잘하고, 또 손은 깨끗이 닦고 사오는 것도 잊지마!!”

 “큰 목소리로 말하지마! 내가 창피해서!”

킥킥. 소녀티를 벗어던졌어도,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건 그쪽이라구. 놀리는 맛도 그대로고ㅋㅋ 아아, 오늘은 정말 재밌게 보낸 것 같아.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가긴 하는구나. 이렇게 다같이 보내니까 더 뜻깊고 가치있게 추억을 쌓아갈수 있었다. 왠지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런데 이시간이 언젠간 끝난다니 왠지 아쉬운 걸.

주말이 끝나면 또 일하러 가야하고 말이야. 아아! 이대로 세계가 멈췄으면 좋겠다! 이런 날 만이 계속됐으면 좋을 텐데. 아, 그 일은 또 겪기는 싫지만. 진짜 괴상했지, 응응, 잠시 오락가락한 걸 거야. 그래도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면서 저절로 잊혀진 걸 보면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던 거겠지. 그냥 그거대로 나쁜 일은 묻어버리도록 하자.

 “으흠!”

좋았어, 지금에만 직시하자. 그리고 즐기자! 카르페 디엠! 그래, 지금 나와 [플레이어]가 같이있는 상태. 이렇게 절친 없이 친구의 친구와 고립되는 상황은 좀처럼 흔치 않다. 그렇기에 이러고 가만히 서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어색’하다. 만나지 얼마 안됐지만, 이건 너무 어색하지 않나! 누구하나 말도 걸지 않고! 뭐, 솔직히 상대는 이런 분위기가 대수롭지 않은 것 같다만, 난 그렇지 않다고!

뭐라도 화재로 내세울 만한 화려한 입담으로 첫 시작을 끊어야 해! 그래, 그러자, 뭐가 좋으려나. 음, 역시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멋쩍게 있는 것도 그러니까, 친목을 다지는 의미로 꼭 나중에 벌은 톡톡히 치를 게. 죄송. 나무아미타불.

 “혹시 그거 알아? 사실 내 친구가 옛날부터······”


꺄아아악!!


그때였다. 난데없이 어디선가 커다란 괴성들이 곳곳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들었을 때, 그저 연예인이라도 거리에 배회라도 하는 줄만 알았지만 두번째 소리가 들려왔을 땐, 사람들은 건물 옥상을 일제히 올려다 봤다. ‘저기도 있다니’···· 어떤?

그리고 모두가 단말마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한참 있다 나는 건물의 유리문을 응시했다. 어째서···· 어째서····!! 진정하자. 뭐가 어떻게 돼가는지는 몰라도 난 이 상황이 어색하지 않다, 전보다 확실히. 하여튼 저 안에 친구가 있어.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살벌하게 다가오는 ‘저것’들을 피해갈 수 있을지 미지수야. 어떡하면 좋지!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10초. 이제 결단을 내려야 돼! 나는······



<건물로 곧장 달려들어간다>


<당장 이 곳에서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