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심해 탐사 리뷰 모음

https://novelpia.com/novel/248169

초록빛 머리에, 갸냘프고 여리여리하면서, 손에는 영문 모를 하얀 지팡이를 쥔, 귀염뽀짝한 소녀.

주인공은 클리셰적인 마법소녀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아니, 클리셰적인 마법소녀처럼 보여야 합니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 주인공은 스스로의 존재를 지켜야 하니까요.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계는 참 비정상적인 세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일상적인 세상은 어느덧 나타나기 시작한 비일상들과, 그것을 증폭시키게 된 누군가들에 의해 밀려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비일상을 설명한다는 어떠한 규칙도, 오래 살아남지 못하죠. 이제 이 세상의 사람들은 핏줄, 문화, 민족, 국가와 같이 스스로를 의탁할 구시대의 문화는 사라지고, 새로운 시대의 집단 속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세계의 마법사라 불리는 족속들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녀의 몸을 하고 있죠. 그리고 기껏해야 비일상성을 다루는 정도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존재 자체가 비일상적이게 된 나머지, 주인공은 끊임없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고 있어요.


몸의 구성 물질이 끊임없이 흩어지려 하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유지시켜야 하죠. 그리고 소녀의 몸이 된 주인공이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방법은 하나 있죠.



"당신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마법소녀 비리디스☆버르단트 모나, 이곳에 등장!"



구호를 외치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생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참 매력적인 소설이에요. SCP 태그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망해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소설과는 다른 점이 있어요.


 그리고 이 소설에서 존재하는 네 가지 부류, 마탑, 폐허, 만신전, 학교 들도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어요. 비일상을 반기면서 이를 가속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마탑, 반대로 이전의 질서잡힌 세상을 그리워하면서 비일상을 정형화시키고, 규칙을 만들려는 연구소들이 있는 폐허, 각자의 종교적 믿음을 유지해오는 집단들의 모임인 만신전, 영원히 일상이 이어지는 학교, 추가로 자신이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하는, 서버들과 여기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로 모인 웹까지, 신선한 설정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여기에 대응하는 주인공과 마스코트의 티키타카도 좋았어요. 마법소녀라는 컨셉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마스코트와 그걸 가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주인공이 인상깊었어요.

예를 들면 이 컨셉을 하기 싫다는 주인공에게 이걸 안하면 남자와 엮여야 한다고 겁주는 것처럼 말이죠.




어쨌든 이 소설은 재미있는 소설이에요. 문체가 조금 읽기 힘들 수 있고, 아직 14화밖에 되지 않았어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주인공이 관심을 더 많이 받아 삶을 유지하도록, 연재 중단이라는 형태로 소멸되지 않을 수 있도록 응원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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