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궁금한게 있었는데

너는 왜 그리 노는걸 좋아하는거야?"


친구의 손이 멈췄다



"..이름 모를 아이를 만났어


그 얘는 약하고 가볍고 심적으로 불안했지만

마음은 강한 아이였지


남을 위해주는,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아이는 생을 마감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난 그 아이의 동심을 지키고 싶어"



친구는 다시 놀기를 반복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만들어주지 말걸 그랬다






체감상 114년



"너의 새 가족이란다"

"...."


"야"



발로 찻다



"말하면 대꾸를 해야지. 왜 무시해?"


배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웃는다



"그래 그래

서로 사이좋게 대하면 좋잖아"


이번엔 나온 생은 약간 회색빛이 감돌았다




"방해하지 말랬지"


흰 공이 계속 낑낑대기에 또 다시 차주었다

"지금 주인이 열심히 집중하는거 안 보여?"


몸과 바닥이 빨갛게 엉겨붙는다

일어서려는데 지가 흘린 피에 미끄러지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기본적인건 쳐 들어야할거 아니냐고. 넌 쓰레기가 아니잖아"



"..네"





체감상 149년


정신적 해탈을 한지 2주일 째. 주위를 보았다

이제 내가 안 해본게 남아있던가?


아 그렇지.. 하던게 있었지

내가 원하는걸 이루는 마음을 기억해내며 다시 구상을 한다





체감상 170년


난 지금 고지능자가 되어가는건지

저능아가 되어가는건지..


점점 안 좋은 기억만 차며  좋은 기억은 사라져간다

이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에게 느껴지는 이 상황은 위험하다 생각되었다

지금도 생들은 나를 넘어가고 있다





체감상 192년


"너의 몸은 나에겐 안타까움보단 분노가 된단다

그러니 내 말 들어"


생을 거꾸로 매달았다


"평소처럼 나에게 잘 보이라고

그럼 되잖아? 그게 어려워서 그러는거야?"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표정

그러나 숨겨진 매우 언짢은 감각



"웃어"

"....."


"웃으라고

..


...


넌 내가 그동안 고생해서 만든게

기쁘지 않은거냐?"


아무 말도 없다. 오직 바닥에 떨어지는 핏소리만 울릴 뿐



"역시 너도.. 실패작이었던 거냐"







"자 여깄어 얘야"



생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럼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 너도 쟤처럼 다시는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

알았지?"



"네, 주인님"



내가 가리킨 방향에는 실패작의 가죽이 벗겨져 있었다






체감상 230년


그 새끼는 나에게 가르켜줘도

내가 못 할까봐 안 가르쳐준걸까?



"나 같으면 가르쳐주었을거야"



"..좀 만 더 빨리 알려줬으면

기억 속에 있을 가족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난 처음부터 줄곧 무시, 모욕

그리고 간음을 당했었구나"



"..그래 보이네"



"히히


그 시발놈은 나에게 가르쳐봤자 달라지지 않을거라 생각한거야


처음부터 날 비아냥 댔던거였지

히지만 난 그 이루지 못했던걸 이루어내고 말았어


내말 맞지?"



"맞아"



"오물이 자꾸만 내 기분을 자꾸 더럽히는거 있지?

이러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야"




내 주저 없는 심은 끝내 친구를 오염시켰다






체감상 283년



"애들아, 기분좋지?


드넓은 동산 아래

기억의 건축물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덩달아 좋아해댄다


하지만 정작 기쁜건

내 생들이 저렇게 웃음을 보이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잠시라도 이 공간에 빠져나올 수 없을 두려움,

그에 연류된 생각을 없앨 수 있는

광적 광경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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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걸 만들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궁금했던 말을 먼저 꺼내다니

얘기하고 싶은 맘이 생긴 듯 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데

인간은 그런게 아닌가봐

욕심이 너무 많은 존재야"


"너 그거 나한테 하는 소리냐?"


"사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데"


"....."



참았다



"생은 왜 이리 썩어빠진걸까?.."


"그만하자"


"지금 이 상황에 만족을 못 해

더더욱 갈증만 일으키고

그저 사회의 악이야"



계속 인형만 만지작 거리면서도

잘도 지껄인다



"좀 더 만들어줘"


이번엔 주방용품을 원하는 친구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참아내고

말을 들어주었다


새로움에 정신이 팔린 듯, 지긋이 물건을 본다

그러고는, 또 자신만의 연극이 시작되었다



분위기에 맞지 않았으며, 그의 성격에 나오지 못할 소리를 해대지만

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기억이 스치며 일단은 대꾸없이 들어보았다


더 이상은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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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건 현실인데

기억은 틀리다 말을 한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누가 혼잡하게 변화시켰냐. 기억아?

이제 날 놔줄때고 됐지 않았냐고



"내 말이,

너는 남들과 다른 이상한 무언가가 있다니까

그래서 자꾸 삼이 아닌 사차원이 되려는거야"


내 생각을 어찌 알았는지

나도 갈팡질팡거리는 정신을 요리조리 캐치하는 녀석



"누가 기억을 조작하기라도 한건가?

"넌 그게 가능할거라 생각해?"


...


맞는 말이다. 내가 무슨 소리를

헛소리일 거 뻔히 아는데



"좀 있다 끝나고 뭐 먹으러 가자. 출출하지?

너도 우리랑 같이 가자고"

"출출하다..고?"




어디선가 온 듯한 느낌


데자뷰인가?


그것과 달리 이는 단순한..



"콜!!!"


"아 씨 깜짝야

놀랐잖아!"


"너도 당연히 할거지?.."

"뭐를..??"

"얘도 한대!!"

"??.."


뭘 먹기는 해야하는 그들에겐 크나큰 결정이었나



"그럼 결정된거지?

하나! 둘!"



해괴망칙한 만큼

알 것도 같지만


답답함에 둘러싸여저선

더 이상 길게 생각은 못하겠다


하지만 요근래 없어지지 않는 이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단서를 집을만한걸 찾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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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 공간에 맞춘건

초자아와 기억의 근원


또 그 근원으로의 창작법을

현실의 세계가 겪어간 문명의 갈고리처럼 견주려진 것과 같으니

나에게 비롯된 것이라 세계를 가장한 공간은 그렇게 말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줘"


스스로 나를 청중삼아 말을 한다



"왜 이렇게 내 이상에 맞게 생명체를 만드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지?"


궁금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완벽주의자라서 그런게 아니야"


알고있다


아무리 잡다한 기억을 그림자처럼 가린다 한들, 반쯤 사로잡은 야망은 없어지지 않기에

그 때의 미친 폭주는 또 다른 자아가 한 행패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 의심의 여지를 생각하는 것까지 오게 된 것은 자신의 책량에 따른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를 부정한다



"단지 기억이 더럽혀지는걸 막기 위한 것

그 뿐이야"


결국 나이든 간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며

계속 말을 이어가는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