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소설은 가상국가 채널 6기의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서, 가상국가 채널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대한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정소월은 거울 앞에 서서 옷 매무새를 정돈했다. 옷차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그녀였으나, 국정조사가 있는 날인만큼 신경을 쓰기로 하였다.
 정석현이 그녀의 옷차림을 보더니 말했다.
 "오, 누나.. 역시 누나도 꾸미면 꽤 괜찮구나?"
 "이게 죽을려고.."
 그녀가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자 정석현이 웃으며 말했다.
 "빨리 와 누나, 아니.. 우리 정 의원님. 이러다가 늦으시겠네."

 국회에 도착한 정소월은 정석현과 함께 본회의장으로 걸어갔다.
 "국정감사가 몇시지?"
 "3시인데 지금 시간이.. 2시 50분. 아슬아슬하네.."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김명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대표님!"
 "어, 명희야.. 아니, 우리 김 비서실장.."
 그녀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낮췄다.
 "저희도 이제 막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뵙네요?"
 "저기..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요즘 너희당이랑 사이가 좀 안 좋아서.. 당분간은 거리를 두자고..!"
 "아, 맞다.. 그러셨죠.."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소월 대표님."
 뒤따라온 개성시 부시장이 정소월 대표에게 악수를 건넸다.
 "아, 네.. 정말 반갑네요..^^"
 그녀가 손을 꽉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답변 준비는 잘 되가십니까? 저희 당에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해명이 하루빨리 이뤄지면 좋겠는데요..^^"
 "아이구, 사회민중당의 의혹 제기는 저희 대한공산당이 철저히 검토해서 답변할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계속되자, 정석현과 김명희가 나서 두 사람을 말렸다.
 "누나! 사람들 많은데서 이런 짓 좀 하지 마아..!"
 "부시장님.. 이제 그만하시고 얼른 시장님 답변 준비하러 가시는게.."
 부시장이 목례를 건네고 자리를 비키자, 김명희가 다짐을 받아내려는 듯 말했다.
 "저희 김립 시장님.. 괜히 곤란한 질문해서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그러고선 부시장을 따라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정소월은 벌써부터 피곤한지 눈을 비비며 정석현에게 물었다.
 "아이고.. 벌써부터 죽겠다.. 지금 몇시야?"
 "55분. 아직 5분 남았으니깐 숨 돌릴 시간은 있어.."
 그 때, 한 여대생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실례지만 방청석 입구가 어딘지 아세요? 몇 십분째 헤매고 있어서.."
 "저쪽 끝 복도에 가시면 계단이 있어요. 그 계단을 오르시면 방청석이 나올거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정 대표님.."
 "몇학년이에요?"
 "아, 아직 1학년.."
 정석현이 감탄하듯 말했다.
 "오, 대단하시네요.. 벌써부터 이렇게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지시고.. 앞으로 큰 정치인이 되시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정소월이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름 좀 물어봐도 될까요?"
 "아.. 저는.. 백설하..라고 합니다."
 "음, 그래요. 오늘 방청 잘 보고 가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걸음을 바삐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석현아, 지금 몇시라고?"
 "57분. 이제 가야돼."
 "좋아.. 그럼 가보자고!"
 그녀는 본회의장의 문을 벌컥 열었다. 이미 본회의장에는 많은 의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같은 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녀의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앉았다.
 "지금부터 대한제국의회의 국정감사를 시작합니다. 모든 의원분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참석해주신 황제폐하께 인사를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정소월과 대한공산당의 의원들만이 일어나지 않은 채, 다른 모든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장석 옆에 위치한 상석에 앉은 황제폐하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윽고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정부 관료들의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길고 지루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다음은, 개성광역시장 김립 시장님에 대한 국정 감사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시장님은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정소월은 빛나는 두 눈으로 정석현이 준비해 준 문서들을 눈으로 읽으며 질문 내용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이윽고 그녀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다대고 말했다.
 "김 시장님, 지난 개성공단 노동자 파업 당시에 개성경찰청에서 파업 참여 노조원 김모씨를 불법으로 감금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부시장과 김명희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녀가 말한 '곤란한 질문'에 해당하는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정소월은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김립 시장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네.. 그게.. 이.. 문서를 보시면.."
 "말씀을 좀 똑바로 하세요! 국민 여러분들이 지켜보고 계시잖습니까!"
 "아, 네! 똑바로.. 하겠습니다!"
 방청석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젊은 시장의 긴장한 모습이 우스웠기 때문이였다.
 "어.. 그것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일로, 개성시경찰청장을 해임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고.. 또.."
 그 시각, 백설하는 정소월과 김립 시장간의 대화를 꼼꼼히 수첩에 필기하며 두 사람의 대화에 감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긴장하여 말리는 듯 보였던 김 시장도 침착하게 답변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고, 그에 맞서는 정소월 대표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아닌 실제 정치를 체험하며 큰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김립 시장의 국정감사도 끝났고, 모든 국정감사가 끝이 났다.
 새벽녘이 다 된 시간이였다.
 정소월은 장석현과 함께 주차장을 걸으며 말했다.
 "어우.. 석현아.. 누나 죽을 것 같다.. 아이구.."
 "어이구,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놓고선 왜이래?"
 "인마, 늙어서 그래.. 늙어서.."
 그 때, 누군가가 정소월의 어깨를 쳤다.
 뒤를 돌아보니 화가 난 표정의 김명희가 뒤에 서 있었다.
 "정 대표님!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보나마나 그녀가 김립 시장에게 한 질문 내용에 대한 항의였다.
 "아이구.. 좀 봐주라. 우리 지방선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렇게 해서 노조원들한테 눈도장 좀 찍어야지.."
 "그래도.. 상도덕이란게 있잖아요! 저랑 정 대표님 인연이 얼만데.. 그러시기에요!"
 "아이고, 미안해, 미안해.. 다음번에는 너희 김 시장님 칭찬도 좀 해줄게. 응? 화 좀 풀어.."
 그 때, 누군가가 정소월의 어깨를 조심스레 두들겼다.
 뒤를 돌아보자 아까 아침에 본 여대생이였다.
 "저.. 대표님.. 혹시 저 기억하세요? 아까 아침에.."
 정석현이 말했다.
 "기억하고말고요! 백설하 학생 맞죠?"
 "아, 네.. 저기.. 죄송한데 제가 지금 버스가 끊겨서요.. 혹시 저 기숙사까지만 좀 데려다주시면.."
 "저희 차 타실래요? 정 대표님은 뒤에 또 스케줄이 있으셔서.."
 김명희가 그녀에게 말했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뭘요, 약속 안지키는 정치인보다는 저희 시장님 차에 타시는게 나으실거에요."
 "너 은근 뒤끝 있다?"
 김명희가 미소를 지어보이곤 백설하를 데리고 그녀의 차로 갔다. 장석현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아이고, 정 의원님. 이제 차에 타시죠. 아직 하실 일이 남았잖습니까.."
 "아이고.. 내가 괜히 당대표를 해서.. 피곤해 죽겠네.."
 "어쩌겠어요, 다 숙명이지. 빨랑 타요, 이러다 또 늦을라."
 정소월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에 올라탔다.
 이렇게 그녀의 하루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밤거리를 달리는 그녀의 차를 밝고 큰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