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천사인 것이냐. 아니면 악마인 것이냐.
너의 검은 날개는 무엇을 의미하느냐?
 
 
 
- 세상에게서 등을 돌린 자 - 
 
 
 
세상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 후, 에메랄드의 빛은 서서히
꺼져가기 시작했다.
선이 점점 검게 물들어간다.
그게 나 자신이었다.
악마들에게 속기만 해서.
지금의 이 모습이 되었다.
마음이 무너져내려간다.
 
전혀 기쁘지 않아.
하지만 기쁨을 제대로 느껴본 적도 없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으니깐.
내가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참 후회스럽다.
 
- 나의 내면 깊은 곳 어딘가에서는
아직 착해지고 싶다는 그런게 남아있다.
하지만. 불가능하겠지. -
 
너무 많이 떨어졌어.
이젠 올라갈 수도 없어.
 
-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물을 흘리는 것 뿐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기도 했다. -
 
< 울어줘. 울어줘.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
 
< 네가 그렇게 슬퍼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거야. >
 
< 끝없이 울어줘.
그게 악이 원하는 거야.
그리고 그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야. >
 
 
식물은 물이 있어야 산다.
내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이 꽃은
내 슬픔을 먹고 산다.
악은 살기 위해서라면 남을 이용하기도 한다.
남을 속이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속아버렸다.
 
 
- 너는 속아도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
 
 
- 네 미래가 정말로 어떻게 바뀌든.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 없는거야? -
 
 
. . .
 
 
망가지기 싫어.
나는 그런 누더기 인형 같은 삶은
원하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머리속을 뱅뱅 돌다가
꽃이 다시 뺏어갈 뿐이었다.
선은 잊도록.
이제부터 너는.
악의 길을 걷도록.
 
 
-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져버린 한 천사가
세상에게 소리친다. -
 
 
신이시여!!!!!
저도 절대로 아무도 믿지 않을겁니다!!
저의 잠긴 문을 열어주는 자가 아닌 이상은
절대로 믿지 않을겁니다!!!
 
내면 속에 얼어붙은 선함을
꺼내주는 자가 아닌 이상은
절대로 저는 친절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시여.
당신이 저를 도와준 적은 있나요?
 
 
이 모습이 되기 전에도 저에게
아무런 응답도 안해주시고!!
남들은 보살펴주시면서
왜 저는 보살펴주시지 않았던 겁니까?!
당신이 저를 만들었지 않았습니까?!
저도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옳은 길로 이끌어줬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겁니다!!
 
 
목이 터져라 소리쳐본다.
앞이 완전히 흐려질때까지 소리내어 울어본다.
 
이곳은 이상해.
내가 울면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난다.
이런 모습은 절대로 재미있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아.
대체 무엇때문에.
나를 보며 비웃는 것이냐.
 
 
이 악마들.
 
 
- 하얗고 빛이 나며 깨끗했던 하얀 날개는
갈수록 지저분해져간다.
완전한 검은색으로. -
 
 
< 이곳에 그렇게 오기 싫었으면.
우리에게 속지 말던가. >
 
< 그렇게 지저분해진 날개로
어떻게 날아오를 수 있겠다는 말이야? >
 
< 이곳에 온 이상 더 이상 천국으로 못 돌아가.
네 날개는 이미 악으로 더럽혀졌거든. >
 
< 떨어지면 계속 더 떨어지는 방법 밖에 없어. >
 
< 네 루비를 보여줘. >
 
<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이 나는
너의 루비를 보여줘. >
 
< 완전히 악으로 물들어버린 너를 보여줘. >
 
 
- 신에게 증명해. -
 
 
- 선도 악으로 떨어질때는 매우 쉽게 떨어진다. -
 
- 허나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
 
- 심한 경우. 불가능하다. -
 
 
 
나는 올라가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발이 이 꽃의 줄기에 계속 묶여있다.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웅크린 채로 슬퍼하기만 할 뿐이다.
 
.
 
 
.
 
 
.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굳게 잠겨져 있는 마음의 문을.
암흑만으로 뒤덮힌 이 지옥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리고 있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저 밖에는 무엇이 있을지.
저 밖에 있는 자는 누구일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 과거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 어째서 꽃은 나의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거지. -
 
- 그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
 
여러 고양이들에게서 얻은 안 좋은 기억들만
내 머리속에 맴돌았다.
두려워진다.
 
쿵쿵 소리가 계속 들려오자,
나는 고개를 젓다가 문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 그만해! 듣고싶지 않으니까!
여긴 아무도 못 들어와! -
 
-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을꺼면 가줘. -
 
-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꺼면 가줘. -
 
- 악을 원하지 않는다면 가줘. -
 
- 나는 네 속마음을 전혀 모르겠어. -
 
- 나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 -
 
- 아무도 보고 싶지도 않아. -
 
- 세상마저도 보고 싶지 않아. -
 
- 아예 등을 돌려버릴래. -
 
 
그래. 나도 알고 있어.
계속 나는 피하기만 하고 있어.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나 때문에 피해 받게 하지
않기 위해서.
아무도 믿고 싶지 않아서.
그저 말없이.
이곳에서 계속 눈을 감고 있을 뿐이야.
 
 
 
 
- 그러니 제발. 가주겠니....? -
 
 
 
 
 
 
- 나를 더 울게 만들지 말아줘 -
 
 
 
 
 
 
 




 
 
- 계속 떨어져가는 나를 붙잡아주지
않을 꺼면. -
 
 
 
 
- 나에게 다가오지 말아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