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계속 들린다.
나는 계속 외친다.
오지 말라고.
제발 오지 말라고.
 
 
- 얼어붙은 자 -
 
 
 
< 왜 그래? 무섭기라도 한거야? > 
 
꽃이 속삭인다.
 
<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나보지?
너도 고양이인데 말이야. >
 
...그만해. 너도.
난 그냥..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
 
< 어째서..? 설마...아직도
너 자신이 악이라는 걸 인정하지 못한거야..? >
 
< 정말로 웃긴 녀석이구나 너. >
 
 
내가 언제까지 이 녀석의 말을
들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날 이해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단순하게 위로도 건네주는 것도
아니면서. 대체 뭘 도와주겠다는거야..
아무리 속아도...난 더 이상은
참기가 싫어.
 
 
- 미움만 받기 싫어. -
 
 
서서히 냉기가 느껴진다.
 
- 여긴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해. -
 
저 밖에서는 계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옆에서는 꽃이 속삭인다.
거슬려.
이런 어두운 곳도 질렸어.
 
이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 그냥 날 좀 혼자 제발
내버려두라고!!! -
 
결국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냉기가 급속도로 이곳을 채웠고,
어둠마저도 냉기가 집어삼켜버렸다.
 
.
 
.
 
,
 
 
- 조용하다 -
 
- 천국엔 빛만이 존재하고,
지옥에는 어둠만이 존재한다. -
 
- 나는 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 가만히 서 있다. -
 
 
꽃은 한순간에 냉기를 못 이겨
시들어버렸다.
검게 물들어버린 날개도 결국엔
얼어붙어 부서져버렸다.
모든 것을 난 버렸다.
아무것도 필요없다.
서서히 얼어붙기만 할 뿐이다.
아무말 없이.
 
 
그렇게 조용해지나 싶었지만
다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너는 날 가만히
냅두지 않는거야.
오지마.
다가오지마.
 
- 너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오려는 거야. -
 
- 나를 만나도 좋은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
 
 
문 밖에 있던 누군가는
나의 냉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듯 해보였다.
오히려 점점 더 큰소리로
문을 쾅쾅 두드린다.
 
- 딱히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
 
- 분명 다시 깨어나면
내가 겪었던 것들을 다시 겪어야겠지. -
 
- 시간이 멈추든 흐르든
절대로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을꺼야. -
 
- 그런데도 어째서 너는
포기하지 않는거야. -
 
- 네가 누군데. -
 
 
자신이 만들어낸 추위에
몸을 천천히 떨며,
앞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문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린다.
미세하게 들린다.
허나, 대답을 할 힘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물어.
 
시선은 곧 아래로 향한다.
 
난 그 누구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보고 싶지도 않아.
신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를
누가 좋아해주겠어?
그 어떤 고양이도 좋아하지 않아.
 
< 사랑해주지도 않아. >
 
- 죄와 벌을 무겁게 짊어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이 이야기의 끝을. -
 
 
- 이 이야기의 비참한 엔딩을. -
 
 
.
 
 
 
.
 
 
 
.
 
 
 
 
쾅-
결국엔 문을 박차고
이곳으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 들어와도 이곳엔 별 다른 것은 없었다. -
 
- 그저 날개 잃은 타락한 천사가
얼어붙어있었을 뿐이었다. -
 
그녀의 표정에서는 그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
그리고 그녀에게서 강한
냉기가 뿜어져나왔다.
 
 
- 찢어져버린 커튼은 그녀를
완벽히 가려주지 못했다. -
 
- 그녀의 눈물이 얼어붙은 것을
가려주지는 못했다. -
 
 
 
 
 
 
 




 

 
- 너는 내 슬픔을 아니..? -
 
- 모두에게 미움만 받고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알고 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