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대체 뭘 안다고 그러는 건데!"

수소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극심한 절규가 흘러나왔다.

"수소야..."

"됐어! 이제 다 틀렸다고! 네가 대체 뭘 안다고 그러는 건데? 우리는 완벽해질 수가 없다고!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데?"

"아니야. 너는..."

"그래. 그렇다고 치자. 염소의 경우에는 나트륨에게 전자를 하나 주면서 서로 완벽해질 수 있어. 그런데 우리끼리는, 우리 수소들은 그럴 수 없다고! 우리는 전자가 하나밖에 없어! 이건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거라고!"

"그게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건데? 우리가 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것도 모르면 그냥 내 앞에서 입 좀 다물라고!"

"다물어야 할 건 너야!"

수소의 절규를 듣고 있던 수소가 힘껏 부인하며 외쳤다. 경멸하던 수소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 우리는 전자가 하나밖에 없어.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의 전자 수를 2개로 만들어서 헬륨과 같은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하지. 그런데 염소랑 나트륨 걔네들도 하는 걸 우리가 못 할 것 같아?"

"그래! 우리는 전자를 잃으면 원자핵만 남아! 더이상 완전한 원소로 살아갈 수가 없다고! 그렇다고 다른 놈을 죽여서 전자를 하나 거 가져와? 그건 안 되잖아!"

"그래. 다른 놈들을 죽여서 전자를 하나 더 가져올 순 없어. 그건 법에 위배되니까."

"그러면 뭘 어쩌겠다는 건데?!"

수소는 아직까지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비췄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있던 원소의 말은 뜻밖이었다.

 

"...네가 지금까지 수소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알아?"

"아니. 뭔데?!"

"진실을 하나 말해줄게."

"뭔데?!"

"나도 너랑 똑같은 수소야. 나도 전자가 하나밖에 없어. 그래서 불완전한 원자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어째서 안정한 수소로 남을 수 있었던 거지?"

"그, 그건......"

수소가 한참을 생각하다 대답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 모르겠어."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처음에는 나도 지금의 너랑 똑같이 절규했었지. 그런데, 한 가지 사실을 알고 그 의문이 풀렸어."

"...계속 말해봐."

그의 경멸은 점점 호기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너 나 좋아하지?"

"어.....가 아니잖아! 잠깐! 그, 그게, 그러니까...."

경멸하던 수소가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맞네. 그리고 그렇게 얼버무리지 않아도 돼. 나도 널 좋아하니까."

그녀가 당황해서 제 혀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에게 수줍으면서도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는 이제 거의 모든 사고가 정지될 지경이었다.

"에, 자, 잠깐... 뭐? 거, 거짓말이지? 응?"

"아니. 나는 널 좋아해.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해왔어. 한 시도 빠짐 없이 계속 너랑 있고 싶고, 네 생각이 나고, 네가 좋았어. 심지어 너랑 같이 있을 때도 더 가까이 더 오래 있고싶었어!"

처음에 경멸하던 수소는 이제 어버버하며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게되었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신이 나고 하늘을 날 것만 같았어. 나의 사랑이 너에게 닿아 이루어졌다는 것을 안 그 때가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었어."

"에, 그러니까.... 그, 그..."

 

"그 뒤로 한 가지 의문이 풀리더라고. 우리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안정한 수소로 남을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그는 이제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으로 이어져있었어. 그러니까, 전자를 서로 공유했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반쪽이 되어준다... 이거 정말 멋지지 않니?"

"그러면 설마..."

"그래. 우리들이 서로 전자를 공유하면서 헬륨이랑 똑같이 전자껍질의 전자 수를 2개로 맞출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언제나 너의 반쪽이 되어줄테니까."

"수소야..."

"어때, 내 고백을 받아줄 마음이 생겼어?"

그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 경멸하던 그는 감동과 사랑의 눈물과 함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당연하지!"

수소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의 눈 옆으로 기쁨의 눈물이 맺혀 흘렀다.

 

서로의 모든 전자를 공유하여 빈자리를 메꾸는 수소의 예외성은, 다른 원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