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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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은 불의 낙원으로 가셨습니까?


 굴로 들어간다. 마른 자리에 몸이 끓는 아버지를 뉜다. 굴에 비축해 둔 약초는 다 떨어진 데다, 바깥에 있던 것들은 며칠 전부터 심해진 눈보라에 다 얼어 죽었다. 


 얼어붙은 땅을 판다. 몸이 식은 아버지를 뉜다. 족장이 주술을 왼다. 흙으로 다시 덮는다. 


 이 추위는 언제 끝나는가. 나의 아버지를 앗아간 이 추위는 언제 끝나는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바로 이 추위는 도대체 언제 끝난단 말이냐.


 몇 해가 흘렀다. 아비 잃은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부족은 한 달에 한번 거주지를 옮겼다. 청년은 수국의 달을 언제나 기다렸다. 아버지가 죽은 동굴로 이주하는 때였기 때문이다. 동굴에 도착하면, 짐을 풀어놓기에 앞서 언제나 무덤으로 찾아갔다. 족장은 말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수국의 달의 어느 날, 족장이 청년을 불러 세웠다.

 “네게 할 말이 있단다.”


 “그게 무엇입니까?”


 “우리의 바람이 곧 이뤄질 것이야”


 청년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어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얼어붙은 땅이 점차 녹아간다는 말이지.”


 족장이 한 들꽃을 가리켰다.


 “저 꽃을 보거라. 선대 족장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말에 따르면, 원래 저 꽃은 좀 더 나중에 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저렇게 꽃봉우리를 내밀었단 건 내가 말한 것처럼 날씨가 따뜻해진단 증거지. 다른 꽃이며 약초들도 확인해보니 이 추세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어.”


 “그런 족장들의 비결을 제게 왜 알려주는 것입니까?”


 족장이 청년의 손을 꼭 잡았다.

 “슬픔을 견딘 자만이 족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청년은 족장과 눈을 맞췄다.


 청년이 부족 설화 속 인물이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세월 속에서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다. 따사로운 햇발에 먹을 것이 풍족해져 부족민 수도 엄청 늘었다. 하지만 많은 입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은 곧 부족의 분열을 가져왔다. 그렇게 부족은 쪼개져 세 가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