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황금빛은 너울거리고 완공되지 않은 철창과 집에는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소녀는 올려다보았다.
 ‘아버지’ 뒤에 고향에 갔던 병사들보다 많은 숫자의 병사들이 경례하였다. 그리고 특정하게 앞치마를 두른 ‘하녀’와 ‘하인’이라는 사람들이 ‘하녀장’이라는 사람 뒤에 섰다. 사람이 많이 늘어져 있자, 뒤따라온 고향 사람들은 뒤에서 도대체 몇 명이냐고 수군수군 했다.
고향의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주위를 구경하느라 바빴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하인과 하녀들에게 지시하였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계속 만지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크게 ‘아버지한테 환영 인사를 하였고 ‘아버지’도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하였다.
 그리고 다가온 제일 선두, ‘하녀장’이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소피아라고 합니다.”
 소녀는 무릎을 꿇다시피 인사를 하는 하녀장에게 놀라 “왜 그렇게 인사해?”라고 물었지만, 하녀장은 그저 정중하게 “제가 모실 분이니까요.”하고서 말하였다.
 “가시죠.”
 딱딱하게 격식 차려서 소녀가 발을 뗄 때까지 기다렸다가 떼고 나서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소녀는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이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 놀 생각이 가득 차올랐다. 금방 있었던 딱딱하고 불편한 대화는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신난 걸음은 날아가듯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아버지’의 사람들은 이번에도 아가씨를 데려올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미리 줄 맞춰 인사하였다.
 그런 인사에 해맑게 손을 흔들며 “안녕.”하던 아이는 물었다.
 “오늘은 뭐 입어?”
 그러자 옆에 있던 하녀장이 말하였다.
 “오늘은 입을 게 많을 거예요, 아가씨.”
사실 많아도 괜찮다고, 자기는 오히려 그렇게 이쁜 옷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소녀는 방에 들어서고 나서야 그게 오산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의 옷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있었는데 “엄청 많다!”하고 감탄사를 내뱉던 소녀에게 하녀장은 상상도 못 했던 말을 꺼냈다.
 “이 옷들 전부 입어보셔야 해요.”
 “저ㅡ, 전부?”
 평생 다 합한다고 하여도 못 입어볼 옷을 갈아입었다. 보라색 옷, 노란색 옷, 빨간색 옷, 파란색 옷, 섞인 옷……. 다 다른 스타일의 옷들. 그것을 입고 신발까지 옆에 놓고 괜찮은지 꼼꼼하게 따진 다음 무슨 가루 같은 것까지 얼굴에 발랐다.
 “어머, 아가씨 너무 예쁘세요!”
 분명 전보다 예뻐진 것 같았지만 어딘가 핼쑥해 보이는 소녀였다.
 맨날 사람들 놀리고 뛰어도 녹초가 되지 않았는데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 기운을 북돋아 주고자 주위에서 손뼉을 치고 어떤 이는 휘파람까지 불어주었다. 그러나 소녀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한숨을 픽 쉬더니 말했다.
 “응, 응…….”
 아까 이쁘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구경하러 온 하인들까지도 마구마구 칭찬해댔고, 그 말에 소녀는 거울을 뚫어지라 보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 같으세요!”
 “고마워.”
 맨날 아버지가 그렇게 소녀의 행동을 혼냈던 걸 곰곰이 생각하며 그대로 실천했다. 마지막으로 씩 웃어서 사람들은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나 봐.’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소녀는 옷깃을 그대로 잡고 던져버렸다.
“됐지!!! 이 옷 너무 불편해!”
거울에 비춘 사람들이 다 정성스레 만들어놓은 인형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게다가 그것을 순식간에 벗어 휙 던지자 하녀들과 하인들의 눈이 붕 뜨는 옷에 갔다가 발가벗은 아가씨에게로 향했다.
 “아가씨!!!”
하인들은 그 모습에 후다닥 나갔고 하녀들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미 옷을 벗어 던지고 고향에서 가져온 옷을 입은 소녀는 하녀들이 옷이 격식에 하나도 안 맞는다고 소리 지르든 말든 칠한 얼굴을 쓱 문지르며 말했다.
 “격식이 뭐야?”
입가에 립스틱이 쓱 번졌다.
 소녀는 부모님께 배웠던 것처럼 인사했다. 사람들은 다시 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어 줄 생각이 없어서 발버둥 치고 난리를 쳤다. 하녀들과 소녀가 씨름하다가 결국 이대로는 완성 못 하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번진 얼굴을 지워야만 했다. 그리고 옅게만 화장한 뒤에야 아가씨가 만족스러워했고 신발도 편한 거로 바꿔 신었다. 그리고 소녀가 옷을 고를 수 있게 하니까 소녀는 활짝 웃으며 만족스럽게 옷을 고르고 입었고 사람들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내내 지켜보던 하녀장이 말했다.
 “이제 가요, 아가씨.”
하녀장은 뒷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허락의 표시를 하였고 소녀는 해맑게 말했다.
 “응!”


“이야, 저게 누구야.”
 “이데인이죠!”
 고향의 사람들은 생전 못 보던 옷에 눈이 커졌다. 감탄사를 한 것이지만, 소녀는 본인이 아닌 옷에 관심만 있는 것을 보고 심술이 나 톡 쏘아붙였다. 사람들은 껄껄 웃었다. ‘아버지’ 또한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하녀 장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래, 이데인이지.”
 그리고 그런 옷 좀 만져보자며 손을 뻗었고 소녀는 “뭐해요!” 하면서 도망다녔다.
“알았다, 알았어.”
 ‘아버지’는 다가온 하녀장에게 전달하도록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말을 전했다.
“아가씨가 제멋대로 옷을 벗고 화장을 지우셨습니다. 저희가 붙잡고 할 수 있었지만, ‘궁전’에 가는 시간이 늦어질까 염려되어서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에 제멋대로 늘 옷을 고르던 걸 떠올리는지 ‘아버지’는 소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하녀장은 고개를 숙인 채 기다렸다.
 이윽고 언제부터인지 제작했는지 모를 왕관을 꺼내 하녀장에게 건네며 말하였다.
“하지만 이건 씌우도록 하십시오. 특별 제작한 이 왕관은 값비싼 보석들로 치장하였으니”
 하녀장은 고개를 숙이고 그것을 공손히 받아들었고 호박이 박혀있는 왕관을 가지고
 “소녀가 받기 싫더라도 가져야할 것입니다.”
 소녀에게 갔다.
 하녀장은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무겁고 큰 왕관을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날은 ‘찬란한 나무’ 곁에 있는 ‘푸른 나무의 땅’답게 따스했다.
소녀는 팔을 들어 올려 끌려가는 것처럼 집을 나왔다. 얼굴은 불퉁했지만 더는 고집을 부려도 이 왕관을 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생떼를 부려봤지만, 하녀장도 물러나지 않았다.
 고향 사람들도 여기서는 웬만하면 소녀가 ‘아버지’의 말을 들어야 함을 잘 알았기에 ‘아버지’ 말에 동조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소녀가 간다는 궁전에 가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가 그것을 거부하며 한 말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그건 약속에 없습니다.”
 이 말은 갈 명분도, 합의도 없다고 알리는 꼴이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왔고 소맷자락과 치맛자락이 휘날렸다.
사람들은 얇은 옷을 입고 이 하늘을 자랑하듯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소녀는 ‘아버지’의 손에 잡힌 채로 전과 다른 길로 오고 있다는 것과 저 앞에 작던 건물이 점점 웅장하게 변하여 화려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경례하고 금색 문을 열어주었다.
 분수에서 물이 솟구쳤다. 병사들이 열에 맞춰 서 있었다. 녹색은 푸르렀다. 벌, 색색의 나비들이 날아다녔다. 길은 깨끗하고 네모난 돌로 죽 궁전까지 깔아놓았다.
이곳에 올 때 궁전에 가는 사람으로 뽑혔다며 한껏 좋아하던 하인, 하녀가 뒤에서 거의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들렸다.
궁전이라는 곳에는 그 정원을 가로질러 가야 했고 소녀는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천천히 살펴볼 시간 없이 재촉해서 어른의 걸음에 맞춰 휙휙 지나쳐야 했다.
 ‘궁전’에 들어가서도 긴 복도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관리된 조각상과 각종 그림.
그것을 지나고 반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며 뒤로 빠르게 지나치는 것을 눈으로만 좇다가 커다란 빨간 문의 테두리를 금으로 그려놓은 것을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은 조금 더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로 변했고, 병사들이 문을 열어주기 전 당부하였다.
"제 손을 놓지 마십시오."
 거대하고 화려하게 꾸며놓은 문이 열렸다.
 빼어나게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틈새로 솟구치다 확 넓어졌다.
소녀는 저 위에 있는 빛이 다채로운 샹들리에를 보았고, 앞을 보았다.
 깨끗한 흰 천을 덮은 탁자와 그 위에 놓은 자주색, 투명한 색 와인,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간단한 다과, 아름답게 타오르는 촛불, 알 수 없는 그림,
 호화스러운 사람들.
 보석이 번쩍번쩍 눈이 부시는 듯하였다.
그러나 당연히 가장 눈이 쏠리는 것은 ‘아버지’ 손에 끌린 소녀였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아버지’는 여유로운 듯 좌우에 있는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그리고 제일 높은 곳 무거운 왕관을 쓴 소녀의 잡힌 손이 들렸다.
 "여러분, 이분이 바로 '선택받은 자'입니다."
 소녀는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가, 아버지가 낀 금색 반지를 보고 큰 손에 먹힌 자그마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아래에 깔린 빼어난 사람들이 웅성이 는 것까지.
 '아버지' 입가에 누구보다 훌륭하게 재단한 미소가 어렸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알게 되겠지요."
 따라온 하인들과 하녀들이 소녀와 '아버지' 주위 양옆으로 섰다. 소녀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고 ‘아버지’에게 잡힌 손이 아파져 왔다.
 "이곳이 어떤 곳보다 번창하게 되리라는 걸 여러분들이 보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는 여유로웠다.
사람들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있는 소녀를 구경하고 싶어 했으며 질문을 퍼부었다. 그 질문에 ‘아버지’는 고향의 사람들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다만 이런 식으로 말했다.
 “’찬란한 나무’가 가장 처음으로 빛날 때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우아하게 펄럭이는 부채와 빛나는 장신구를 가진 사람들은 ‘찬란한 나무’가 휴식기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놀라워했다. ‘찬란한 나무’의 열매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따뜻한 힘과 요즘에 나타나는 신비로운 눈이 시릴 정도의 황금빛 색을 본 사람들은 무언가 나타난 게 분명하다고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소녀라니?
 게다가 그 소녀는 현재 ‘아버지’의 손에 잡혀있었다.
 “정말이라면 ‘아버지’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힘을 갖게 되겠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지금껏 소문만 무성했던 실체에 일부러 반신반의를 표했다.
분명 처음 발견한 만큼 그 힘을 독점하고 싶어 할 테니.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것을 독점할 만한 힘도 갖춰가고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아버지’와 대립하는 관계에 있던 사람들은 아예 부정했다.
 “만약 소녀의 힘이 사실이더라도 독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애초에 ‘아버지’ 앞에 나타난 것도 말이 안 돼요.”
 하지만 소녀의 힘이 진짜라면?
 그것을 본인들이 놓치게 된다면.
 말과는 다르게 ‘혹시’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탐욕 가득한 눈이 시시때때로 소녀에게 닿았다. 그것은 소녀에게 건네는 친절한 말 한마디와 귀한 장신구, 맛있는 음식으로 변했지만, 소녀의 손이 닿기 전 ‘아버지’가 끌어당겼고, 소녀를 대변하여 오히려 신사답게 거절하였다.
 “하하, 아가씨는 이런 것들을 부담스러워하십니다.”
 물론 그런 말 할 때마다 말끝에는 하나씩 이런 말이 더 달렸지만.
 “’아버지’도 멋대로 옷 줬잖아요!”
 그러나 그 정도의 말로 당황할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오히려 그 말에 기회를 잡은 듯 말했다.
“저는 아가씨 부모님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은 ‘벌써 아이의 부모님과 합의를 했단 말인가.’하며 더 웅성웅성했다. 그 반응에 ‘아버지’는 하나 티 내지 않고 아가씨를 향해 웃으며 살짝 숙였던 허리를 폈다. 드디어 그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이제는 가야 하겠지요.”
자신 휘하의 병사들과 하인, 하녀들에게 손짓하였다.
‘궁전’의 문이 열리고 밤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 열릴 것입니다.”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뜨던 소녀는 ‘아버지’ 손에 또다시 끌려갔다.


기이한 행진이었다.
‘아버지’ 양옆에 병사와 그 뒤로 명망 높은 집안과 부를 쌓은 사람들, 그들을 지키는 병사들과 하인, 하녀들이 ‘찬란한 나무’로 향했으며 그것은 사람 수가 많아 꽤 거대한 행진이었다. 그 행진은 ‘궁전’에서부터 이어졌으며 초대에 가지 않은 ‘푸른 나무의 땅’사람들도 구경을 나올 만큼의 드문 행진이었다.
 “이런 행진은 저도 처음 봅니다.”
 아직 무언가 빠져있는 철창을 열며 병사들마저 놀라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 수없이 많은 수군거림 가운데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푸른 나무의 땅’ 사람들의 인상은 단번에 일그러졌다.
 감히 ‘찬란한 나무’에 본인들 하인, 하녀를 붙이고 집까지 짓고 있겠다?
 아무리 그의 성공 신화가 유명무실할 정도라지만, 그의 신분과 부는 아직 이 모든 사람 앞에서 당당할 자격이 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이건 ‘찬란한 나무’를 본인이 소유하겠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게다가 ‘아버지’ 자신의 하인과 하녀를 나무 곁에 두고, 이상한 차림새를 한 이들까지 두어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파괴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그 광경을 보면서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었고 소녀를 ‘찬란한 나무’ 제일 앞까지 데려갔다.
 사람들의 옷자락이 흔들리고, 별을 박아놓은 밤 아래로 웅장한 ‘찬란한 나무’가 흔들렸다.
그 중심에 소녀와 ‘아버지’가 섰다.
 ‘아버지’는 고향 사람들을 차례차례 훑어보다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병사들 몇몇이 뛰어갔다.
 나머지 병사들은 주위를 지키듯이 섰다. 고향의 사람들도 가기 위해 레오미에게 전해들었듯이 손을 나무에 대었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커졌다. 저렇게 막 나무를 만지게 해도 되는 거냐면서 항의했고 그 말에 드디어 ‘아버지’가 중재를 나섰다.
 “저들은 소녀와 같이 온 자들입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분들이며.”
‘아버지’가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림자가 졌고 그 위에 미소가 덧그려졌다.
 “모두 함께 황금빛으로 물들 분들입니다.”
 ‘찬란한 나무’의 단단한 나뭇가지 끝 나뭇잎이 일렁였다.
 바람 소리가 들리고 ‘아버지’는 거의 졸린 듯이 투정부리는 소녀의 손을 움켜잡고 나무에 갖다 대었다.
가장 긴 가운뎃손가락이 닿자마자 옅은 빛이 주위로 퍼져나가고 확 달아올랐다.
모든 가지가지가 물들고 나뭇잎이 찬란한 금색으로 빛이 났다.
 그토록 질겼던 항의는 멈추고 모두가 ‘아버지’와 소녀를 바라보았다.
 주위 녹색 잎까지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드는 색.
 모두가 나무를 올려보았다.
 소녀를 보았다.
 ‘아버지’는 소녀를 놓고 병사들과 함께 사라지는 소녀 고향의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파동이 일어나 사라진 것까지 확인한 다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아버지’ 뒤에서 빛나는 ‘찬란한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든 것 같다는 착각.
 ‘아버지’가 계속 그래왔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세상입니다.”
 그들의 눈이 일제히 ‘아버지’를 향하였다.



 세계관은 짜 뒀는데 설정을 꼼꼼이 비교하며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오류가 간혹 있을 수 있습니다. 알려주셔도 되고 나중에 제가 고치게 될지도 모르죠. 내일까지 연재하고 아주 느린텀의 자유연재로 전환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