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이었는데 내용 조절에 실패해서, 단편 아닌 단편이 된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을 모르기에 일단 세 편으로 나누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빛과소금 @NoMatterWhat


줄리안, 할머니에게 듣자 하니 네가 이번에 군대를 가기로 했다는구나.

그래, 이 할아버지도 한때는 자랑스러운 프랑스군 소속이었지.

붉고 희고 푸른색의 깃발이 하늘 드높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면 아직까지도 용맹하던 우리의 장군님, 백마에 타고 모두를 이끌던 장군님이 눈앞에 선하구나.


사실은 너에게 고백할 것이 있단다. 지금까지 너는 할아버지를 나라를 위해 온 몸을 바친 용맹한 군인이라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자랑해 왔고, 나 또한 그런 말을 여러 번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가 군대에 들어간 이유는 너처럼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이기 때문이 아니었단다.

나는 돈을 위해서 군대에 들어갔어.

? 척탄병이 되기 위해서 애국심을 보일 일이 없었냐고?

그래, 나는 그저,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자면, 내가 척탄병이 된 것은 순전히 운이었단다.


상당히 놀라운 일이야.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고. 척탄병이 되기 전까지의 일 또한 몹시 놀라웠지. 지금부터 내 군대 이야기를 너에게 있는 그대로 들려줄 테니, 잘 듣고 앞으로 네가 군대에 가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잘 생각해 보려무나.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어. 땅도 척박하고, 날씨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돈조차 많이 벌 수 없었지. 그래서 난 결심을 했단다. 젊은 시절의 나는, 마음속으로 나와 약속한 일들은 절대로 어기지 않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단다. 모두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으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야. , 사실이고말고.


난 군대에 들어가서 월급을 가족들에게 보낼 생각을 했어. 참 무모하지? 아무리 돈이 없어도 군대에 들어간다는 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따낸다는 것과 같으니까 말이야. 차라리 풍족하지 않더라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편이 훨씬 안전하잖니.


그때 임신 중이었던 너희 할머니가 나한테 애원을 했단다.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기다린 다음 떠나 달라고.


그래서 난 세 번의 초승달을 맞은 다음, 작고 소중한, 갓 태어난 너의 엄마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축복하고 그 다음 보름달이 뜬 날 파리를 향해 떠났지.


몇 날 며칠을 걸어 도착한 파리는 상상과는 아주 달랐단다. 먼발치에서 혁명이란 게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기만 한 나로써는 그 혁명이란 게 도대체 무얼 위한 혁명이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거리는 더럽고 남루한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 사람들이 사는 집에서는 웃음소리보단 싸우고 깨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


그러던 중 어찌어찌 여인숙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 준 친구가 있었지.


여인숙 1층의 술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곳의 단골이던 군인들이 나에게 말을 걸더구나. 군대에 들어가기 위해 왔는지, 가족이나 애인은 있는지, 그러한 것들을 꼬치꼬치 물어보더니 누군가가 나에게


키가 크고 어깨가 넓네. 저 친구, 척탄병으로 딱 안성맞춤이 아닌가?”


라고 말하더구나. 그 옆의 콧수염이 달린 군인이 그 말을 듣곤 한 남자를 불렀지.


 "어이, 루이스! 어서 이리로 와보게나! 자네도 척탄병이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루이스라는 남자는 아주 멋진 미남이었어. 나처럼 삽질과 쟁기질로 만들어진 몸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다 어깨까지 오는 금발에, 푸른 눈이 아주 인상깊은 사나이었지. 반면에 나는 사투리를 쓰는 시골내기에다, 보잘 것 없는 짧은 검은 곱슬머리에, 탁한 초록색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니. 당연히 나는 주눅들었지만 다행히 루이스라는 사람은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었고, 꽤나 잘 사는 집의 아들로 모든 게 완벽한 남자였지. 내가 그에게 군대에 가려는 이유를 묻자,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더구나.


내 젊음은 오로지 나폴레옹만을 위해서 바칠 것이오!”   


나폴레옹이라면 너도 알고 있는 인물일테니 굳이 말하지는 않아도 되겠지. 그 다음 대화는 당연히 내가 군대에 가려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지. 나는 그의 푸른 눈에 대고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기에,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했지. 그는 실망한 기색을 보이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론 실망했을 게 분명해. 같은 척탄병 후보가 애국심에 불타는 자신에 비해, 이렇게나 하찮은 이유로 군인이 되려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