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저 군대 가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조가튼스키는 오이 로션 째로 병나발을 불던 걸 뿜어댔다.


"케켁!"


조가튼스키는 입에서 초록색 비스무리한 액체를 토하고는, 사레들린 목을 어찌 진정시키면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되묻는다.


"뭐라고?"


대부이자 양아버지인 알콜중독자의 술에절은 고약한 입냄새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볼스키는 의연하게 말을 계속 잇는다.


"저 군대 갈거라구요."


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같았다. 

내가 잘못들은 건가? 

아니면 알콜중독때문에 머리가 맛이 가서 저딴 소리가 들리는 건가? 

머리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다.

분노가 갑자기 치밀어 오른다.


"너 미쳤어?"


들고 있던 유리병을 스볼스키옆에다 집어던졌다.


'쨍그랑. 와장창.'


유리병이 요란하게 깨졌다. 

술로 해먹을 예정인, 바닥에 놓여진 산딸기 바레니예*(1)가 담겨진 유리병도 같이.


바닥은 피 색깔 비스무리한 잼으로 흥건해졌다.

산딸기의 상큼한 향기와 끈적하기 그지없는 알콜냄새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


"아저씨의 뜻은 잘 알겠다만, 저는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스볼스키는 전에 없던 진지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친구이자 양아버지인 조가튼스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양아들인 스볼스키의 눈망울이 너무나도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조가튼스키는 심히 당혹스러웠다. 


"..."


둘 사이에 침묵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조가튼스키는 맥빠진 채로 이마를 손에 기대어 겨우 말을 꺼냈다.


"일단 알았으니까 나중에 한번 더 대화해보자꾸나...응? 알았지?"


"그치만, 아저씨..."


조가튼스키가 다시 역정을 내며 큰소리를 질렀다.


"빨리 나가!"


스볼스키는 하는 수 없이 문 밖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조가튼스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망할 녀석...'


그러고는 목발을 짚고 오른 발의 의족에 기대어 방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조각을 손에 담는다.


한때는 절친한 친구의 아들이자 듬직한 전우 녀석의 아들의 입에 그 말이 나왔다.


손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혀 피가 흐르건만


"시발. 어떡하지..."


하염없는 근심에 통증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심장은 요동치고 알코올 기운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ps 

*(1)러시아에서 먹는 잼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