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드림 채널

바깥이다.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미형의 남성이 내게 말을 건다. 무언가 설득력있는 말이다. 나는 홀린듯이 끄덕이며 듣는다.

어느 나무로 된 집 안이다. 바닥과 벽의 반이 나무로 되어있다. 남성은 장기를 두며 오락을 하고 있는 두 오락 신의 주변에 분필로 삐뚤한 원을 그려 너희들도 오라고 한다. 두 신은 하나는 청록, 하나는 연주황의 옷을 입고 있다. 신라시대쯤 되는 복식의 옷이다. 얼굴에는 각자 한지가 붙여져 있는데, 각자 무슨 한자인지는 알아보기 힘들다. 청록은 필 발(發)과 비슷한 한자가, 연주황은 틀릴 특(忒)과 비슷한 한자가 쓰여져 있다.


00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물류센터가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니 한참 복잡하게 작업 중이다. 2~3 걸음 간격으로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되어 있다. 바닥은 검정색 편암 같은 타일이 있는데, 물에 젖어 있다. 천장은 햇볕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선으로 연결되어 아래로 늘어진 조명 외에는 빛날만한 것이 보이지 않음에도 천장이 훤하다.

청년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다. 175 정도 되어보이는 키다. 일하기에 좋은 회색 티셔츠 위에 땀 통풍이 잘 되는 그물망 무늬의 남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왼쪽의 명찰 같은 곳에 연두색 삼각형과 노란색 삼각형이 겹쳐져 있는 로고가 보인다. 로고 옆에 있는 자회사 이름은... 유한양갱이라고 되어 있다. 내가 기억나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은 계속 나에게 기억이 나도록 말한다. 분명 본적이 없는 얼굴이다. 약간 납작한 턱, 동그랗게 뜬 눈, 오똑한 코, 다부진 입술, 댄디컷으로 자른듯한 머리.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은 본 적이 없다.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나 00이야, 000"

나는 그제서야 아하, 하면서 그때 그 000이구나~ 하고 수긍한다. 나는 그때 그 000의 얼굴을 기억한다. 창백하고, 입술이 도드라지게 붉고, 눈이 특히 동그래서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뱀파이어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애였다. 생각보다 많이 변했다. 전혀 다른 얼굴형에 특히 피부 색깔이 다르다. 청년은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가는 mp3에 삐삐가 합쳐진 것 같은 물건을 내민다. 워키토키 같다고도 생각한다. 이것을 내밀며 청년은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한다. 나는 알겠다며 주머니에서 똑같은 물건을 꺼낸다.


랜덤박스를 오픈한다. 2000년대에 살던 아파트의 나무 식탁에 서 있다. 나는 스티로폼 박스에서 봉지를 꺼낸다. 금속 재질의 비닐 포장재가 있다. 이것을 스티로폼 박스 안에 들어있던 물 안에 넣는다. 드라이아이스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는 물이다. 이것을 넣자 부글부글거리며 포장재가 수축하고 아래쪽에 액체만 남는다. 어느새 언니(나레이터)가 와서 이렇게 하면 안된다며 포장재의 한쪽을 뜯는다. 액체 같은 것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나온 건 알약이었다. 흰색의 가루가 들어있는 알약 한 알이 내 손 위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