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거 아무래도 ㅈ된것 같다.


"야... 이게 다..."


나는 교실 한쪽에 거의 내 키 만큼 잔뜩 쌓여있는 계란 무더기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봐도 스무판은 넘는 양의 계란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맞아! 전부 계란이야!"


그때, 옆에서 언제나 쓸데없이 해맑은 부반장, 이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이 상황이 장난같아 보여?"


차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나는 이 정신나간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인 아영이를 눈에서 불이 날듯 째려보았다.


"아니? 나는 진심인데? 나 계란 좋아하거든! 이걸로 우리 창문고 문화제 준비하면 되겠네!"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영이는 태연한 표정으로 켜켜히 쌓여가는 계란들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반장인 내 마음속에는 응어리진 분노가 켜켜히 쌓이는 계란 마냥 솟아오르고 있었다.


1장. 사태의 발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모든 일은 아마 내가 반장에 선출되었을 때 부터 시작되었던것 같다. 사실 선출된것도 아니다. 강제로 그 자리에 앉혀졌다고 보는게 합당하다.


내가 이 학교를 3년간 다니면서 매일 하던 생각이 하나 있다. '이 학교 도대체 왜 안 망하는거야?' 바로 이거다.


이 학교는 말 그대로 미쳤다. 선생이란 새끼들은 수업하는데 먹방을 찍고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는건 기본이고 물리 수업을 한답시고 교통사고를 내거나 정치와 법 실습이랍시고 학생을 고소하는짓을 벌인다.


그래서 학생들이 멀쩡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 선생에 그 제자라고 이 학교에서 제일 상식적인 존재가 학교 뒷편에서 담배피는 일진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싸이코에다가 성격적 결함이 있는 존재다.


무엇보다 의문인 점은 학교 구성원 전부가 이 개지랄을 하면서도 저번년도에 서울대 의예과를 무려 4명이나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신병동은 무려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 대접을 받는다.


학교 소개가 조금 길었다. 어쨌든 본론부터 들어가자면 이번 축제는 ㅈ망했다. 이유는 너무 어이없어서 말 하기 싫은데 말 안하면 소설 진행이 안되니까 여러분들에게만 말해주겠다.


그러니까... 이틀 전 나는 '창문고 문화제' 개체를 위해 학급회의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접수하기로 했다. 여기 있는 이 학생들이 정상적인 의견을 말 할 리가 없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채로 말이다.


학급 회의가 열리자 마자, 부반장이었던 아영이가 의견을 냈다. 계란요리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만약 이곳이 평범한 학교였다면, 무언가 독창성이 떨어지는 아연이의 아이디어는 금세 밀려서 탈락했을것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학교다.


이 아이디어가 채택이 된 이유는, 이게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디어는 어땠냐고? 글쎄, 아영이가 낸 의견 바로 뒤에 나온 지아의 안건이 호스트바 라는 점에서 이 학교가 얼마나 정신이 나갔는지 알 수 있다.


그 외 다른 아이디어라면... 마약 옥수수를 만들자며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코카인을 들고온 마약사범 정훈이와 불꽃놀이를 하자며 중기관총으로 예광탄을 뿌리자고 하는 총기난사범 서율이도 있었다.


더욱 무서운점은, 만약 내가 이 안건을 거절하지 않고 학교 운영위원회 측으로 보냈다면 틀림없이 통과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놈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어쨌든 나는 유일하게 멀쩡한 안건인 계란요리를 채택했고 반에서는 이에 반발해 폭동이 일어났다. 왜 자신들 안건은 거부하면서 부반장 안건은 통과시켰냐면서 말이다.


나는 쏟아지는 필기도구와 화염병을 피하며 간신히 반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쉬는시간때 학교 농구부 얘들을 이용해 간신히 반 내부의 폭동을 진압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힘들어 죽을것 같아서 나는 아영이에게 네 아이디어이니 네가 알아서 준비 하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반은 결국 작금의 사태에 도달하고 말았다. 아영이가 학급비 약 33만 5000원을 전부 써 계란 56판을 사버린것이다.

 

이거 아무래도 농구부 친구들을 다시 데려오는게 좋을것 같다. 이 계란을 보면 다들 미쳐날뛸테니 말이다.



2장. 계란에 진심인

맛깔나게 닭다리를 뜯는 담임선생님을 뒤로 하고, 나는 교탁에 서 반을 살펴보았다. 반 내부는 이전에 있던 전투의 영향으로 개작살이 나있는 상태였고, 뒤쪽에서는 농구부 친구들이 잔불정리에 열심이었다.


이번 전투는 실로 기적같았다. 만약 네일배트를 든 야구부가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십자가에 묶여 화형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그 상황에서도 계란 56판은 어찌저찌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솔직히 나도 이거 그냥 버리고 싶었지만 이거라도 없었다면 이번 축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기에 지키기 싫었어도 악착같이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계란 요리... 계란 요리... 계란... 아 ㅆㅂ."


근데 이거 가지고 뭐 하지. 그냥 무턱대고 계란 56판을 사버리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뭐 햄이라던가, 햇반이라던가, 다른거 살 수도 있었잖아.


"야, 너 전생에 계란 못 먹어서 뒤졌냐? 대체 왜 무지성으로계란 56판을 긁은건데!"


나는 여전히 잔뜩 쌓여있는 계란을 보며 좋아라 하고있는 아영이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원래 성격상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최대한 흥분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 이아영씨는 기어이 내 인내심을 박살내는데 성공하신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넘어서 휘발유까지 그곳에 붓고 계신다.


"계란 요리 하자고 했잖아. 계란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도대체 얘는 이딴 능지로 어떻게 고등학교까지 올라온걸까.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은 이 아이를 괴물로 만들어놓았어.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치?"


그렇다. 이건 내 실수다. 이 여자에게 준비를 맡기는게 아니었어. 내가 전부 관리했었다면 이딴 ㅂㅅ같은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을테니, 이건 전부 내 불찰이다.


"그래서 이걸로 뭐 할껀데. 뭐 후라이? 스크렘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계란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살아보아야 한다.


"나 좋은 생각 있어! 이 꼬라지를 만든 부반장을 묶어놓고 얼굴에 계란을 던지는거야! 레볼루쇼옹!!!"


...위험했다. 하마터면 저 의견에 찬성할뻔했어. 그래도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되지. 우리가 계란을 던져야 하는 대상은 정치인 뿐이라고.


"야! 부회장은 재미 없으니까 반장에게 던지는거 어때?"


뭐, 어차피 저런 소리는 예상했다. 딱히 놀랍지도 않다.


"끄악!"


나는 등 뒤에 수북히 쌓인 계란들중 하나를 집어 내게 계란을 던지자고 소리친 상우를 향해 던졌다. 헤드샷을 맞은 상우는 그대로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앞으로 또 이딴 소리 하면, 바로 즉결처분이다."


내란 모의를 성공적으로 진압한 나는 다시 학급회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놈들이 2차례나 폭동을 일으켰어도 이놈들 없이는 축제 진행이 안되니 마음에 안들어도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만 한다.


"그러면... 하아, 의견 좀 내봐."


이 수북이 쌓인 계란들을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 계란 요리야 인터넷에서 찾으면 그만이지만 이걸 전부 요리에 쓰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이다. 


그렇다면 이 계란을 소비시킬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 되더라도 말이다.


"혹시 날계란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누군가 손을 들어 의견인지, 질문인지 모를 소리를 꺼냈다.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일단 대답은 해주었다.


"그럼 내부에 수증기가 쌓여서 터지는ㄷ... 잠깐만."


아니 잠깐만. 터진다고? 설마?


"바로 그거야! 이걸 이용해서 불꽃놀이를...!"


젠장. 저거 총기 난사범 이서율이잖아. 불꽃놀이를 보고싶으면 제발 에○랜드를 가시라고. 아니면 집에서 직접 폭죽 사서 불꽃놀이를 하시던가.


"마약! 마아약!!!"


...나 안해. 나 반장 안 한다고.



https://arca.live/b/writingnovel/46607058?p=1

이거 보고 함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