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 기회가 있는 날이 있었다. 그게 내 최후의 날이었다.


오늘은 내 생일, 하나뿐인 나 자신이 태어난 축복의 날. 하나님이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넓은 이 세계에 부드럽게 안착시켜, 앞으로의 인간의 고통과 달콤함을 알게 해준 이 날.

난 아직 젊은 청년, 모두들 날 보면 미쳤다는 소리를 하지만, 난 전혀 미치지 않았다. 난 하나님이 만든 생명처럼 눈을 뜨고, 세상을 보고, 또 마음으로 느끼지. 단지 내가 이 어린 나이에 무심하게 암 판정을 받은 것, 그것만이 나에게 미친 소리를 들은 이유일 뿐이야.

말기였지. 그건 오래 묵은 만큼 오랫동한 나에게 아픔과 슬픔을 가져다 주었다. 항상 새벽이 소리도 없이 찾아오면 익숙한 통증이 내 몸에 스며들고, 난 이 스며듬이 싫어서 몸을 웅크려 저항할려 해도, 고통은 쉽게 막아지지 않았다.

익숙함은 이제 아무래도 좋은데, 왜 고통은 계속 아프게만 느껴지는 걸까. 기쁨도 계속 느끼면 그저 그런 감정이 되는데, 왜 우울은 맨날 느끼면 마음이 아리고 항상 새로운 눈물이 나는 걸까.


그럼에도 난, 계속 낡은 성경을 가지고 교회에 간다. 언젠간 내가 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억울하게 죽고, 다시금 하늘의 완벽한 세상으로 올라갈 그 영광을 맛보기 위해서, 난 계속 신을 찬양하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

난 그를 사랑해. 난 정말 그렇지만, 난 얼마 전에 다짐했어. 죽는게 이제 두렵지는 않다고. 마를대로 난 나무 젓가락 처럼 말라 비틀어졌고, 내 형상은 이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난 좋다. 내가 헌신한 시간은 가히 그의 눈에선 헛되어 지지 않을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모두 나에게 미쳤다고, 나에게 욕을 퍼붓어도 좋아. 난 이제 암흑을 치우고 빛을 삼켜 회개했어. 난 내 낡고 찢어진 성경을 가지고, 내 볼에 비비며, 마치 사랑스런 아기 다루듯 내 피부에 조심스레 닿아, 난 거기서 따뜻함과 사랑을 느꼈어. 성경은 차가웠지만, 원래 겉은 모두 차가운 법이다.


오늘도 오늘의 아침이 밝는다. 내가 새벽의 고통에 밤 새어 태양을 바라보면, 마치 하나님이 나를 보고 미소짓는 기분이야. 

“아버지! 난 오늘도 당신이 주신 고통을 참아냈 나이다! 부디 그곳에 이 어린 양이 간다면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옵소서. 아멘!”




2. 

오늘 내가 변한 것 같아.


분명, 난 뭔가 변했어. 그래 난 변했어. 아니, 아직 완전히 변하지는 않았어. 난 아직 남아있어. 아직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남아있어. 하지만, 난 왜, 그저 똑같은 고통만이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피를 토했어. 아주 어둡고, 사악한 피를 토했어. 변기에서 일렁이는 핏물들을 난 보았어. 그 속에서 악마들이 춤을 추었어. 검은 뿔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기뻐했어. 드디어 내가 죽는다고, 그들이 기뻐했어. 

난 아침에도 아픈 배를 꽉 움켜잡았어. 하지만 고통이 순화되지 않았어. 난 화장실을 나갈려 했지만, 나가지 못했어. 고통이 내 몸을 삼키고 있었거든. 그 악들이, 내 빛을 위협하며 날 기절시킬려 했어.

“주여… 주여…“

속삭였어. 이제 내 심판의 시간이 다가온건가 생각했어. 사야가 서서히 좁아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고통도 점점 줄어들었어. 몸을 심하게 떨어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어. 그리고 난 들었어.

그 웃음소리를, 기뻐하며 내면의 악을 다시금 부를려는 그 악마들의 웃음소리를. 


무서웠어. 솔직히. 난 편하게 죽지 못했어. 눈이 감아지니 그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쁜게 아니라, 내가 죽는 다는 것에 무서웠어. 눈물이 날것만 같았어. 그 짧은 순간이, 날 미치게 만들었던 것 같았어.

난 늘 주를 만난다고 들뜨며, 내 인생을 그저 지나치듯 살아갔어. 내 삶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살아왔어. 하지만, 그건 내 본심이 아니였어. 내 본심은 목표의 사랑으로 뒤덮이고 보지 못했어. 내 본심은 바로, 사는 것이었어.

난 이해할 수 없었어. 난 분명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난 이렇게 슬퍼하며 공포에 떠는 거지. 난 죽어서 태평을 얻고,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날 보고 비웃는 사람도 이젠 없어. 내가 죽으면 그곳은 빛과 천사만 있는 곳이야.

그래서 평생 내 마음을 설득했어. 하지만 마음은 받아드리지 않았어. 그것은 무척이나 죽는게 싫었어.

그래서 마음이 요동쳤어. 몸뚱아리는 기뻐해도 마음은 아니였어. 그리고 마음은 곧 나였어. 난 죽는게 싫었어. 


아니, 난 죽어야만 해. 빛과 나를 위해서. 난 죽어야만 해.


어째서? 넌 아직 살 날들이 많이 남았어. 너가 하고싶은 것들을 다 하지도 못하고 죽는거야. 넌 삶이 아깝지 않나?


그것들은 천국에도 행할 수 있어. 그곳은 내게 영원한 안식과 평온을 가져다 줄거야.


아니, 분명히, 정말로, 그곳이 존재할까?



3.

눈을 떴어. 낯선 천장이었어.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며 다행이라고 연신 말하셨어. 의사 선생님들이 내 상태를 확인하시고 말하셨어.

”정말 얼마 안남으셨습니다.”

내 옅은 눈이 커졌어. 오늘 내가 확실히 죽을지 모를까. 생각했어. 난 왜 죽음을 기뻐하지 못하는 걸까. 내 암은 곧 내 빛의 길. 암이 내 몸을 파먹어 곧 날 죽이고 나면, 난 다시금 살아나 그분 곁으로 가겠지. 그런데, 난 왜 그곳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 늘 원하던 곳을.

계속 멍하니 천장만을 보았어. 엄마가 날 불러도 난 그대로였어. 어짜피 미친놈 소리를 듣는 나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었어. 그 하얀 천장은, 곧 내게 보이지 않던 하늘. 그 뿐이었어. 이 천장에는 수 많은 영혼들이 눌러붙고 살고 있었어.

난 그 영혼들을 보고 있어. 모두들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어.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저씨도 아가씨도, 소년 소녀도. 모두 하나같이 슬퍼보였어. 그들은 결국 불순해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겠지.

모두 빛에게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사랑하는게 뭐가 힘들다고 왜 그를 섬기지 않는 걸까. 아무리 후회해도 그 영혼들은 죽은 뒤니까. 그들은 그의 시선 아래서 영원히 참회하며 살아야겠지.

하지만, 그들은 날 보고도 울었어. 왜. 날 보며 울지마. 날 보고 부러운 표정을 지어줘, 그들은 나의 운명에 울음을 터트리는 것일까? 내가 빛으로 간다는 생각에 부러워서? 아님, 내가 허공을 꿈꾸고 있다는 안타까움에?


‘모두들 악하고, 자신들의 죄가 무거워서 하늘에 못 올라가는 것이겠지! 그들은 부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거야. 그러는 거야…’

그리고 내 눈에 보인 인물, 바로 내 신부님. 그도 날 보고 울고 있었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난 내 눈을 비볐다. 하지만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다. 난 미친듯이 눈을 비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가 놀라며 나에게 뭔 일이냐고 물어본다.

신부님은 사라지지 않았다. 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흔들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신부님은 그 모습에 더 눈물을 흘리셨다. 소리없이, 통곡하셨다. 

“그러지 마세요… 제발…”

난 속삭였다. 하지만 신부님은 울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이 왜 우는데! 당신이 왜 울고 있는 건데!”

난 다시 소리치며 울부짖었다. 몸부림 치며 침대가 쓰러질 정도로 발작했다. 의사들이 달려와서 내 몸뚱아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리고 난 눈물만 흘렀다.


안타까운 것들, 인간은 창조한 세계를 모방해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 우리는 그것을 보고 살아가고, 그리고 다시금 다양한 것들을 깨달아.

그들은 완벽함을 보고 싶어해. 하지만 그들은 완벽함을 보지 못해, 그들이 완벽함을 보면, 분명 믿지 못할거야. 오직 빛만이 그들의 세상을 만드니까.

하지만, 우리도 확실하지 않는 세상에 지쳤어. 그 불안정한 빛만 보면서 우리는 날아오고 있어.

그들이 이곳을 믿고 있어. 난 그곳을 알고 있어. 영 다를게 없어. 난 눈물을 흘리고 있고, 그들도 역시 알아서 흘리고 있어.

우리는 도대체 어떤 세상을 기대한 걸까.



4.

허약한 몸으로 교회에 왔다. 매마른 흙들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그 낡은 교회의 문을 연다. 마른 나뭇잎들이 지그덕 밟히면서, 다시금 흙들이 돌아왔다며 바스러진 나뭇잎들을 반긴다.

문은 삐걱거리며 겨우 열어진다. 팔이 부들부들 거릴 정도로 문 하나를 여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 난 아무도 없는 교회에서 자리를 차지에 앉았다. 그리고, 그리고 저 앞, 위, 가운데에 있는, 고통스레 신음하며 십자가에 박혀있는 예수님을 본다.

그가 나에게 외친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고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그리고 마르타가 말했다.


예, 주님!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는 입을 힘겹게 벌린 체 나에게 전달한다. 나를 믿느냐. 가엽고 어리석은 어린 양아, 나를 믿느냐. 모두를 위해 내 몸을 바쳐 고통을 삼켰느리라. 이런 고통을 너는 이해할 수 있고, 또 알 수 있겠느냐? 다시 묻는다. 너는 나를 믿느냐?

”예 주님, 전 당신을….“


당신을 알 수 없겠습니다. 당신이 존재하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전 너무 어리석은 인간이어서, 낙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전 아직 세상과 밖을 알지도 못하고 죽습니다. 너무 어리게 당신 곁으로 갑니다. 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가볍게 눈만 감은 체 조용히 흐느낀다. 두 손 모아 책상에 버티어, 흔들리는 내 몸을 느끼며 내 내면을 둘러본다. 이곳은 마음과 내가 싸우고 있었다. 마치, 악마와 천사가 싸우는 듯이.


사실은 죽고 싶지가 않아.


난 죽어야만 할까? 이 젊은 나이에, 여린 마음이, 아직은 청순한 마음이 이런 가혹한 결과를 받아드릴 수 있을까? 마음도 이걸 알고 이걸 받아드리는 순간 녹아버릴까 무서워 받아드리지 못하는거겠지. 저 예수님도, 젊은 나이에 하늘을 믿어 죽고, 부활하셨어. 그리고 승천하셨지.

이건 정녕 사실일까? 이 세상은 아직 예수님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모두가 그저 이 세상에선 모두가 사람이고, 모두가 감정과 생각을 가지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는, 하느님도 작은 인간들을 보살피기엔 너무 힘드시는 걸까.

난 당신을 믿으면서, 당신의 명성을 작게나마 올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에게 무엇을 주셨습니까? 저에게 영광과 행복을 주셨습니까? 그건 제 마음이 거부하여 속 밖에만 머무를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사랑이라고 꾸민 고통을 매일 새벽에 주셨습니까?

그리고 끝이라고 피를 토하게 하셨습니까? 이 젊은 어린 양을, 빨리도 죽이고 싶었습니까? 당신을 믿고 싶지만 몸이 약해질 수록 당신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 당신은 이런 어린 나를 올릴려 하십니까.


죽음이 축복입니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늘 침묵하셨습니다. 죽음이 과연 당신을 만날 유일한 길입니까?당신은 존재 하십니까? 그렇다면 왜 침묵하십니까? 제 아픔을 나누지도 않으시고, 제 아픔을 구경만 하셨습니까? 당신이 정녕 사랑의 존재가 맞으십니까?

사실 당신을 지금 만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늘 일요일만 되면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처럼 세상을 다 알고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신과 오랜 삶에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하늘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아직 떡잎을 뽑을려 하십니까? 거대한 꽃들 중에서 작은 새싹은 꽃이 되기 멀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것도 아직 하늘을 보지 못했는데, 당신은 무섭게 날 찾아 죽일려 하십니까.

믿으면 축복이 온다는 말이, 저에겐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디, 저를… 도와주시옵소서. 당신이 정녕 존재한다면 이 어린 양의 운명을 바꾸소서. 내가 흘린 그 빛빛 웅덩이가 다시금 내 몸속에 흐르게 하소서.

부디, 내 자신이 당신을… 불신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눈을 떴을 땐 해가 서서히 지고 있던 중이었다.



5.

이 어두운 교회 안애서, 난 나올려고 몸을 이르켰다. 갑자기 힘이 풀리더니 내 입에 뜨거운 무언가가 쏟아져 나옴을 느꼈다. 역시 비린 냄새게 코를 찌른게 피였다. 난 힘이 바로 사라져 쓰러졌다.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부들거렸다.

사방이 어두웠다. 나 자신도 보이지 않았고, 이제 빛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내가 눈을 감아도, 영 이상하지 않는 주위었다. 

이젠 무섭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나의 죽음을 이행시켰다. 그래서, 난, 반항했다. 최대한 눈을 감지 않을려 했다. 눈이 서서히 감겨짐을 느꼈지만, 난 눈을 감지 않았다. 사실 잘 몰랐다.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난 반항할거야.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에 눈으로 빛을 만들어 반항할거야. 난 쉽게 죽지 않을거야. 당신이 힘을 쓴다해도 난 버틸거야.


내 마지막은 허무하게 증오르 끝나는가 싶었다. 이윽고 난 힘이 다 떨어짐을 느끼고, 숨이 멎어짐을 느끼며, 서서히 바닥과 한 몸이 됬음을 알았다. 그리고 난 이 차가운 바닥에서 같이 차가워지며 썩어감을 알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제 그들과 같은 것이 됬음을 느꼈다. 난 사람이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는 않았다. 


나도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지, 알다가도 모르는 세상을 보며 그리움에 되새겨 눈물을 뱉어야지. 마음껏 뱉어야지. 그래야 내 마음에 어두움이 사라지겠지. 원망도, 슬픔도 전부 날려야지. 그리고, 난, 난…


날개가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