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가 되자 일본인들은 본격적으로 조선으로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일본인들은 조선의 구식 주택이 작고 조잡하다면서 자신들이 살아오던대로 일본식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의 추위였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조선의 추위에 일본인은 부랴부랴 조선식 주택을 참고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 온돌이었습니다.



1910년 건설된 주임관사(현재로 치면 5급 이상의 공무원 느낌)의 평면도입니다.

모습은 전형적인 일식 주택의 모습이지만 자세히 보면 차노마(茶之間, 다실)과 하녀실(女中部屋)에는 온돌(溫突)이라고 적혀있어 이 두개의 방은 온돌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도면은 농상공부 상공국장관사신축설계도입니다. 상공국장은 칙임관 2급에 해당하는데 대충 3급 공무원 관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위공무원 답게 100평이 넘는 부지를 자랑하는데 우선 전면의 응접실 현관 등등은 양관으로 되어 있어 서양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다른 생활공간은 아래에 六八十등의 숫자가 써있어 해당 다다미 첩수의 일본식 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다실은 온돌로 설치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사랑방 정도로 보이는 생활공간인 다실만은 따뜻하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잠깐 설명하자면 '朝鮮と建築'이라는 건축잡지에서는 온돌의 이용과 장단점에 대해 여러 논의를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주택의 난방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었는데, 온돌, 온수난방, 페치카 3가지였습니다.

온돌은 말 그대로 조선식 온돌을 의미하고 온수난방은 보일러에서 물을 끓여서 스팀을 방에 공급해 난방을 하는 방식입니다. 흔히 라디에이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페치카는 고정식 벽난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외에도 소형 도구로 스토브(난로)와 히바치(火鉢, 일본의 전통적 난로)가 주로 이용되었습니다.

이중 온돌의 경우 경제적이고, 관리하기가 쉬우며, 무엇보다 따뜻함이 다른 방식과 비할 수 없고 포근함을 준다는 것이 장점으로 뽑혔습니다.

다만 단점으로는 방이 건조해지고, 먼지가 많이 일며, 연료가 많이들고 큰방이 골고루 데펴지지 않는다던가 수리가 어렵다던가 가스 유출의 문제, 나태해짐(?) 등이 꼽혔습니다.

어찌 되었든 일본인들도 다른건 몰라도 따뜻함이 온돌이 제일 낫다는 점은 인정하였으며, 안방에서는 겨울에 건조하면 감기가 걸리기 쉽기 때문에 온수난방과 스토브를 겸용하고 주로 생활하는 공간에 온돌방을 놓곤 하였습니다.

특히 북향 구석에 있는 하녀방의 경우 대부분의 하녀가 온돌방에 익숙하고 북향에 있어 춥다는 점을 들어 온돌방을 자주 설치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평면도를 보시겠습니다.






화질구지여서 잘 보이지 않지만 각각 주임관(5급 정도)와 판임관(6-9급) 관사의 설계도입니다.

이러한 집들에도 온돌(주임관사는 위쪽 2개방, 판임관사는 가장 안쪽의 방)을 놓았습니다.


이 관사는 가장 낮은 등급의 판임관사(약 9-10급으로 추정) 관사로 2호 연립이고, 사는 방, 손님방, 온돌로 아주 간소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방 옆에 온돌방을 두었는데 이는 식사하는 공간에서 온돌이 정리가 편하고 난방도 용이해서 주로 이곳에 많이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화질이 안좋고 자료도 많이 없지만 대충 이런느낌으로 도입되었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민간건축에서의 사례를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