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에 빠져사는 도지챈 여러분을 위한 역사+지리 정보입니다. 비율로는 9:1 이니까 사실 지리랑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외국인과 구분되는 한국인의 대표적 정서는 한恨 인데 이것이 암묵지로는 알겠는데 형식지로 설명하기가 참 거시기 하죠. 
외국인이 당신에게 한이 무슨 뜻이냐 물으면 설명 가능합니까?(일단 회화부터가 안되는데...)

그렇다면 외국에는 한국인의 한과 가장 비슷한 그 무언가는 또 없을까? 
있습니다. 바로 포르투갈인의 사우다드(saudade)
 
(지리채널답게 지도 똭!!!)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사우다드를 설명하기가 좀 거시기하다. 애초에 이건 포르투갈의 역사를 알아야만 이해가 가니까.
짧게 요약하자면 잃어버린 것,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슬픔? 우울감? 무력감? 
뭔가 恨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지? 그렇다면 여기서 잃어버리고 사라진 것이 무얼까?




포르투갈은 역사적으로 해양강국이었다. 바다로 먹고 사는 나라답게 본토의 수백배에 달하는 식민지들을 가진 나라야. 에스파냐와 더불어 투탑의 강대국이었지만 오늘날은 유럽 최빈국으로 전락한 별볼일 없는 신세가 되었지. 오죽하면 영프 놈들이 포르투갈을 유럽의 수치라고 표현할까? 포르투갈인들도 조국의 전성기를 매우 아쉬워하고 그리워해. 동시에 시궁창같은 현실의 조국에 대한 슬픔 우울감 무력감을 가지고 있어. 개인으로 비유하자면 명문대 출신 대기업 간부로서 승승장구하다가 퇴직하고 마누라랑 이혼하고 자식은 연락없고 술친구 하나 없이 늙고 외로운 노인과 같은거야. 그 노인은 현재를 부정하며 자신의 전성기 과거를 떠올리지.  
이제 좀 감이 오지?

포르투갈 남성은 해양국가답게 대개 바다에서 일했는데 바닷일이라는게 몹시 험하기 때문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 바다에 빠져죽거나 노역에 죽거나 정복전쟁으로 죽거나 풍토병으로 죽거나하지. 또한 살아남더라도 식민지에 자리잡아 새 살림을 차리면서 고향과 피붙이를 영영 떠나게 돼. 때문에 포르투갈 남성들은 과거의 소중한 것과 이별해야만 하는 운명이었어. 고향의 가족과 친척, 친구, 이웃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등등
포르투갈 여성은 바닷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남성이 바다에 나갔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게 돼. 그 남성이 자신의 아들이든 남편이든 아버지이든 약혼자이든간에 말야. 
포르투갈로 이주한 흑인인디오 노예도 마찬가지야. 그들도 그들이 살았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으니까 과거를 그리워하지.

이러한 역사적인 요인으로 인해 포르투갈인 특유의 감정 사우다드가 형성돼. 
잃어버린 것,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슬픔? 우울감? 무력감?을 지닌 포르투갈인이라...

이게 다가 아니야!!! 지리 채널 답게 지리적 요인도 있다구. 위 지도를 재탕할게


해양강국 포르투갈은 지리적 특성상 바닷가에서 일몰은 볼 수 있지만 일출은 볼 수 없어. 동쪽에는 바다가 없으니까. 이게 뭔 상관이냐고?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볼 때 니들은 어떤 감정을 느껴? 희망, 에너지, 긍정, 적극성, 용기 등이 느껴지잖아.
반대로 바다에서 지는 태양을 볼 때는 서글픔, 외로움, 애틋함, 아쉬움, 유감 등이 느껴지고.
오늘날 포르투갈인들은 바닷가에서 일몰을 매우 즐겨봐. 마치 국민 취미같이. 일몰이라는 자연현상을 즐겨보면 후자의 감성이 더 자극되거든. 
이게 사우다드에 영향을 끼쳐. 소중한 태양이 사라져간다 = 자신의 소중한 것도 사라져간다 = 과거가 그립다

한줄 요약 - 포르투갈의 역사적,지리적 이유로 사우다드가 형성되었다


어때? 恨과 정말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정인 사우다드가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