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가보고 쓰는 시리즈 (내용은 구글링해서 채워넣었읍니다)

자마 마스지드에서 내려다본 올드델리

북인도 평원을 흐르는 야무나 강변에 위치한 델리는 약 2천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북인도 최대의 도시로,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포함하고 있는 연방수도구역(NCT)임. 연담화된 위성도시들을 포함하면 인구 3천만 규모의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어 인도 최대의 도시권으로 꼽을 수 있는 곳. 델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이지만, 지금의 델리는 야무나 강변의 구시가지인 올드델리와 20세기 초 올드델리 남쪽에 조성된 신도시인 뉴델리,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광활한 교외 지역으로 구성됨.

델리의 역사적 시가지들

전설에 따르면 델리 일대에 처음 들어선 도시는 베다 시대 쿠루 왕국의 ‘인드라프라스타’로, 현재의 푸라나킬라 요새가 인드라프라스타가 있던 자리로 여겨짐. 11세기 토마라 왕조는 도시 남쪽 쿠트브 미나르 일대에 ‘랄 코트’라는 도시를 지었고, 13~15세기 델리를 기반으로 북인도를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인 맘루크와 할지, 투글루크, 사이드, 로디 왕조 역시 지금의 델리 남쪽에 수도를 두었음.

17세기 무굴의 샤자한 황제는 원래의 도시 북쪽에 ‘샤자하나바드’라는 도시를 새로 건설해 제국의 수도로 삼았고, 이 도시가 바로 현재 올드델리로 알려진 곳 되겠음. 무굴 제국이 멸망한 이후 캘커타가 영국령 인도의 수도가 되었으나, 벵골 지역이 영국에 대항하는 민족주의 운동의 중심지가 되자 영국은 정치적 부담을 경감하고, 또 동쪽으로 치우친 캘커타의 입지를 타파하고자 올드델리 남쪽에 신도시인 뉴델리를 건설하여 1911년 영국령 인도의 수도로 삼았음. 1947년 인도 독립 이후로도 델리는 연방 직할구역이 되어 인도의 수도 기능을 하고 있음.

델리는 인도 북부에 위치해 있고 오랜 세월 동안 무슬림 왕조의 중심지였다 보니 무슬림들이 꽤 많이 거주했는데, 1941년 델리 시의 인구는 69만 명으로 힌두교도가 54%, 무슬림이 40%, 시크교도가 2%를 차지하고 있었음(17p). 그러나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할된 이후 파키스탄에서 힌두·시크교도 난민들이 대량으로 이주하고, 무슬림들 역시 도시를 탈출하면서 1951년 도시의 무슬림 인구는 5%까지 감소했다고. 20세기 후반 동안 전국에서 이주자가 모여들며 델리의 인구는 10배 이상 급성장했는데, 도시의 종교 구성 역시 전국 평균(힌두 79.8%, 무슬림 14.2%)과 어느정도 비슷해진 편. 현재는 도시의 서부 지역은 힌두교도가 압도적인 반면, 올드델리와 동부 지역은 무슬림 비중이 꽤 높음.

※ 행정구역 경계선은 제가 OSM 등을 참조해서 대강 그었는데 조금 부정확한 부분이 있는 듯 ㅋㅋ;

한국에서는 지자체와 행정구역의 경계선이 같지만, 사실 외국의 경우 둘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은근히 많고 인도 역시 그런 국가들 중 하나. 그 자체로 연방 직할구역을 이루는 인도의 델리 연방수도구역(NCT)은 다음과 같이 구성됨.

• 지자체: 뉴델리(인구 25만), 델리 캔턴먼트(인구 11만), 델리의 3개로 구성. 후자는 2011년부터 노스델리·사우스델리·이스트델리의 3개 지자체로 나뉘기도 했지만 2022년 다시 통합되었음. 뉴델리와 델리 캔턴먼트가 인구가 그렇지 많은 연유로 델리의 지분이 압도적임.

• 행정구역: 짤에 보이는 11개 구(district)와 33개 소구역(tehsil)들로 구성. 본 글에서는 위 지도의 숫자 순서대로 구들을 나열함.

여담으로 2012년 델리의 행정구역이 9개 구에서 11개 구로 개편되었는데, 도심의 과소구들을 통폐합하고 인구가 지나치게 많은 외곽 구들을 분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짐. 문제는 인도 최신 인구조사가 2011년이라 현재 구별 인구가 안 나왔다는 것 ㅋㅋ; 그래서 현재 구별 면적 및 인구는 소구역별 자료를 이용하여 임의로 계산하였음(다른 자료와 교차검증함).

1. 사우스웨스트 델리 South West Delhi

면적 262km², 인구 1,365,152명. 델리 남서쪽의 나자프가르, 드와르카, 카파스헤라의 3개 소구역으로 이루어진 구역. 나자프가르는 원래 델리를 방어하던 요새가 있어서 세포이 항쟁 때 공성전의 장소가 되었다고 하며, 지금은 델리 시역이 크게 확장되면서 델리 서쪽 끝에 있는 주거지역이 되었음. 드와르카(짤2)는 1980년대 이후 공항 근처에 조성된 대규모 신도시로, 인도 최대규모의 전시장인 인도 국제 컨벤션 엑스포센터(IICC)가 건설되고 있어서 완공되면 우리나라의 킨텍스가 20년간 운영을 맡게 된다고 카더라.

2. 웨스트 델리 West Delhi

면적 130km², 인구 2,543,243명. 델리 서부에 있는 라주리 가든, 파텔 나가르, 펀자비 바그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음. 펀자비 바그(짤1)라는 동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일대는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할 이후 파키스탄령이 된 펀자브에서 피난해 온 힌두교도들과 시크교도들이 정착한 곳으로, 지금도 델리에서 시크교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구역이라고 함. 두번째 골목길 사진의 오른쪽을 자세히 보면 시크교 사원이 보임 ㅋㅋ

3. 노스웨스트 델리 North West Delhi

면적 154km², 인구 2,250,816명. 델리 북서쪽에 있는 구역으로 로히니, 사라스와티 비하르, 칸자왈라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음. TV 타워가 랜드마크인 피탐푸르(짤1; 사라스와티 비하르 소구역)나 로히니(짤2) 등은 1980년대 이후 델리 개발국에 의해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어 아파트와 빌라, 고층 건물들이 있는 상업지구가 들어서 있음.

4. 노스 델리 North Delhi

면적 289km², 인구 1,405,723명. 델리 최북단의 구역으로 나렐라, 모델타운, 알리푸르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음. 모델타운(짤1)은 1950년대 DLF 그룹에 의해 개발된 주거단지인 한편, 좀 더 외곽의 나렐라에는 1980년대 이후 델리 개발국에 의해 나렐라 산업단지(짤2)라는 산업 겸 주거지역이 조성되었다고.

한편 (다른 구역도 비슷하지만) 이 구역에는 앞에 소개한 두 지역처럼 계획적으로 조성된 지구도 있지만, 아자드푸르 기차역 주변이나 발스와 호수 일대처럼 규모가 큰 슬럼도 군데군데 위치해 있는 모양.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델리 NCT 인구의 10.6%에 해당하는 178만 명이 슬럼에 거주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는데, 인도의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절대적인 크기로 보면 상당한 규모.

올드델리 역: 1950년대까지 도시의 메인 역이었다고.

5. 센트럴 델리 Central Delhi

면적 82km², 인구 1,470,298명. 이름 그대로 델리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7세기 샤자한 황제가 세운 이래 무굴 제국의 수도였던 올드델리를 중심으로 한 구. 2012년 이래 구는 원래의 올드델리에 해당하는 코트왈리와 카롤 바그, 시빌 라인스의 3개 소구역으로 나뉘어 있음. 도시의 역사적 중심지였던 만큼 랜드마크격 되는 역사적 건축물들이 모여있는 곳인 동시에 인파로 북적이는 전통시장이 열리는 곳이기도 함.

올드델리의 북문인 카슈미르 문

올드델리는 원래 16개의 문이 있는 붉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세계의 많은 대도시가 근현대에 그렇게 되었듯 델리 역시 근현대에 와서 대부분의 성벽과 성문이 허물어졌음. 현재는 올드델리의 성문들 중 북문인 카슈미르 문과 남문인 델리 문을 비롯해 5개 성문이 살아남았다고.

[上] 라호르 문 / [下] 디와니암 (황제의 접견실)

힌디어/우르두어로 ‘랄 킬라’라고 부르는 붉은 요새는 17세기 샤 자한에 의해 지어진 무굴 황제가 기거했던 요새화된 궁전. 무굴 제국의 세가 기울면서 요새는 18세기 페르시아의 나디르 샤에게 약탈당하기도 했고, 19세기 영국이 세포이 항쟁을 진압하고 무굴 제국을 멸망시키면서 요새는 다시 한번 약탈당하고 남겨진 건물 역시 대부분 철거당했다고. 현재 정문인 라호르 문에는 인도 국기가 걸려 있는데, 1947년 인도 독립 선포와 함께 네루가 게양했다고 함.

자마 마스지드

올드델리의 또다른 랜드마크는 역시 16세기 중반 샤 자한에 의해 지어진 자마 마스지드 모스크로, 무굴 제국 시기 황실 모스크로 사용되었던 거대한 모스크. 샤 자한이 지은 이름은 ‘세계를 비추는 모스크’란 뜻의 ‘마스지디 제한 누마’였으나, 회중(會衆) 모스크란 뜻의 ‘자마 마스지드’가 일반 대중들에게 불리우며 명칭으로 정착했다고. 이름에 걸맞게 금요일 예배가 열리면 델리에 거주하는 무슬림이 기도를 위해 모이는 곳이라고 함.

붉은 요새의 정문인 라호르 문을 나서면 올드델리의 중심가인 찬드니 차우크(짤1)가 서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음. 찬드니 차우크는 샤 자한이 올드델리를 건설하면서 같이 만들어졌는데, 원래의 찬드니 차우크는 ‘달의 광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밤이면 달빛이 비치는 수로가 있고 수로 양쪽으로 1,560개의 상점이 있었다고 카더라. 찬드니 차우크 거리 한켠에는 1866년 지어진 옛 델리 시청(짤2)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2009년 뉴델리 쪽에 고층빌딩을 지어 옮겨갔다고.

올드델리에는 찬드니 차우크 외에도 귀금속부터 도서와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물품들을 취급하는 시장이 많이 위치하고 있음. 자마 마스지드 서쪽의 차우리 바자르(짤1)는 금속 및 종이 제품들을 취급하는 시장으로, 카드 인쇄로 유명하다고 함. 올드델리 북서쪽의 카리 바올리(짤2)는 식료품 도매 시장으로, 특히 다양한 향신료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라지 가트

성벽 바깥으로 나가 보면, 야무나 강변 쪽에는 마하트마 간디를 추모하는 곳인 라지 가트가 위치해 있음. 1948년 3월 간디가 힌두교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당한 이후 야무나강 옆의 라지 가트에서 그의 화장이 치루어졌으며, 현재 그 자리에는 간디의 유언이 새겨진 검은색 대리석 대좌가 놓여 있음. 이후 자와할랄 네루와 인디라 간디 등 인도의 역대 총리 및 대통령들도 사후에 야무나 강변에서 화장되었고, 라지 가트 주변으로 추모하는 곳들이 여럿 조성되어 있음.

올드델리 성벽 서쪽, 아지메르 문 바깥으로는 파하르간지라는 동네가 위치해 있는데 과거에는 델리의 곡물 시장이 여기서 열렸다고 카더라. 현재는 델리의 메인 기차역이 된 뉴델리역이 이 동네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한 지역. 때문에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 여행사 및 환전소 등이 밀집해 있어 배낭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곳이라고 함.

파하르간지 서쪽의 카롤 바그는 센트럴 델리를 이루는 다른 소구역으로, 여기도 도시의 주요 상업지역으로 특히 의류시장으로 유명하다고. 원래 이 지역은 무슬림이 많이 거주했으나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할 이후 수많은 펀자브와 신드 출신 난민들이 많이 이곳에 정착했고, 이들 중에서 상인이 많았다고 카더라.

[上] 시빌 라인스 / [下] 델리 대학교 북부 캠퍼스

올드델리 북쪽 카슈미르 문 바깥으로 나가면 시빌 라인스라는 지역이 위치해 있는데, 델리뿐만 아니라 영국령 남아시아 도시들에서 Civil Lines라고 하면 공무원들을 위해 개발된 주거지역을 일컬음. 그래서 뉴델리가 지어지기 전까지 이 동네에는 인도 총독과 고위 공무원들이 거주했고, 유럽 스타일의 호텔들이 들어섰다고 함. 현재 시빌 라인스는 델리 시의회의 소재지인 한편 델리 대학교의 북부 캠퍼스(짤2)가 이곳에 위치해 있음.

코노트 플레이스

6. 뉴델리 New Delhi

면적 194km², 인구 1,069,810명. 델리 남부에 위치한 구로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를 포함하는 구역. 2011년 인구조사 당시 구의 인구는 14만 명으로 델리의 모든 구를 통틀어 가장 적었으나, 2012년 남쪽의 델리캔턴먼트와 바산트비하르가 편입되면서 인구 100만의 커다란 구로 바뀌었음. 뉴델리는 올드델리와 대조되는 델리의 신도심으로, 짤에 보이는 코노트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고층 빌딩들이 여럿 들어선 도시의 주요 업무지구가 형성되어 있다고 함.

라지파트 거리. 멀리 보이는 건물은 라슈트라파티 바반

1911년 영국에 의해 인도의 수도가 된 뉴델리는 에드윈 러티언스의 설계에 따라 넓은 도로와 녹지를 갖춘 계획도시로 지어졌음. 도시의 동서축을 이루는 라지파트(힌디어로 ‘왕의 길’) 거리를 따라서는 인도 의회와 관공서, 각종 기념물이 들어서 있음. 거리 서쪽 끝 라이시나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라슈트라파티 바반은 1929년 총독궁으로 지어진 건물로, 인도 독립 이후에는 대통령궁으로 이용되고 있음.

인도문

거리 반대편 끝에 위치한 42m 높이의 인도문은 뉴델리의 대표적 랜드마크격 되는 기념물. 이 문은 1차대전 및 앵글로-아프간 전쟁에서 전사한 영국령 인도군 8만 4천명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1만 3천 명의 전사자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음. 문 뒤편으로는 14m 높이의 캐노피가 세워져 있는데, 원래 캐노피 아래에는 조지 5세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으나 1968년 철거되었고, 이후 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는 2022년 찬드라 보스의 동상을 새로 그 자리에 세웠음.

잔파트 거리의 시장

라지파트 거리가 뉴델리의 동서축을 구성한다면, 남북축을 구성하는 길은 ‘인민의 길’이란 뜻의 잔파트 거리. 잔파트 거리는 뉴델리 북쪽 끝의 코노트 플레이스 광장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이어지면서 라지파트 거리와 교차함. 거리를 따라 상점가와 호텔 등이 줄지어 있고, 재래시장 또한 열린다고 카더라.

코노트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한 업무·상업지구, 그리고 라지파트 거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청사 단지 주변으로는 일명 ‘방갈로 존’이라고 하는 면적 26km²에 달하는 저택단지가 위치함. 방갈로 존에는 약 1,000개 정도의 저택이 존재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정부 소유라고. 인도 총리의 관저가 뉴델리 방갈로 존에 있고, 네루 가문과 미탈 가문 등 소수의 고위 정치인 및 재벌들도 이 지역의 저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함.

[1] 락슈미 나라얀 사원 / [2] 방글라 사히브 사원

뉴델리에 위치한 유명한 종교시설로는 먼저 1939년 델리에서 최초로 세워진 대규모 힌두교 사원인 락슈미 나라얀 사원(짤1)이 있음. 마하트마 간디가 이 사원의 개관식에서 개관 선언을 맡았다고 카더라. 두번째 짤에 보이는 델리의 대표적 시크교 성지인 방글라 사히브 사원(짤2)은 델리의 대표적 시크교 성지로, 시크교의 8대 구루 하르 크리샨이 병자를 돌봤다고 전해지는 곳. 현재 그 자리엔 큰 연못이 만들어져 있는데, 물에는 치유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1] 푸라나 킬라 / [2] 잔타르 만타르

뉴델리는 신도시지만 사실 델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뉴델리에 있음. 푸라나 킬라(짤1)는 기원전까지 연대가 소급되는 옛 요새로, 현재는 16세기 무굴의 후마윤 황제가 지은 성벽과 모스크가 남아 있음. 코노트 플레이스 가까이 위치한 잔타르 만타르(짤2)도 뉴델리에 위치한 대표적 역사 유적으로 1724년 천문 관측을 위해 지어진 시설.

로디 정원

뉴델리 남쪽에는 15세기 로디 왕조에 의해 지어진 바라 굼바드 모스크와 시시 굼바드 묘 등의 건축물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영국 지배 시기인 1930년대 공원이 조성되었음. 인도 독립 이후 이 공원은 ‘로디 정원’으로 알려져 뉴델리의 대표적 도시공원이 되었다고 함.

러티언스가 설계한 시가지와 바로 남쪽에는 1950년대 조성된 차나키아푸리(짤1)가 있는데, 우리나라 대사관을 비롯해 각국 외교공관들이 밀집한 지역. 한편 2012년 구역 확장에 따라 뉴델리 남쪽의 모티 바그와 바산트 비하르(짤2) 등의 주거지역이 새로 뉴델리구에 편입되어 구 인구가 크게 늘어났는데, 새로 편입된 지역도 대체로 녹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동네가 많은 느낌.

구역 확장으로 편입된 곳 중 델리 캔턴먼트는 우리나라 계룡시와 같은(?) 군인 거주 지역이라고. 인도와 남아시아 도시들에는 영국 식민 시절의 영향으로 Cantonment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군인 거주지가 딸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곳들은 별도의 지자체로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다고 카더라. 이 동네도 뉴델리처럼 인구밀도가 낮은 신도시 느낌.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구역 남쪽에는 델리의 관문격 공항인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 위치해 있음. 원래 델리의 국제 공항은 뉴델리 중심부 바로 옆 ㅡ 대통령궁에서 2km(!) ㅡ 에 있는 사프다르정 공항이었는데 1962년 조금 외곽 쪽인 팔람 공군기지로 이전한 것. 2010년대 들어 뭄바이의 차트라파티 시바지 공항을 제치고 인도에서 가장 여객수가 많은 공항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

[上] 하우즈 카스 저수지 / [下] IIT 델리 캠퍼스

7. 사우스 델리 South Delhi

면적 150km², 인구 1,231,293명. 델리 최남단에 위치한 구로 하우즈 카스를 중심으로 메라울리, 사케트의 3개 소구역으로 이루어진 구. 하우즈 카스는 페르시아어로 ‘왕실의 저수지’라는 뜻인데, 13세기 할지 왕조 때 동명의 저수지(짤1)가 축조되어 할지 왕국의 수도였던 시리 요새에 물을 공급했음. 호숫가에는 모스크와 마드라사, 왕묘들이 모여 있으며 최근에는 관광지화되어 레스토랑들도 많이 들어섰다고. 하우즈 카스 소구역에는 인도 최고 명문대 인도공과대학의 델리 캠퍼스(짤2)도 들어서 있음.

구역 남쪽에 위치한 동네들 중 남동쪽의 사케트(짤1)는 델리 개발국에 의해 개발된 주거지역으로, 인도의 역사도시 아요디아의 이명에서 이름을 따온 동네. 사케트에는 대형 쇼핑몰과 잘 정비된 주택가가 위치해 있음. 한편 메라울리(짤2)는 구역 남서쪽에 있는 오래된 동네인데, 문화유산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지만 최근 난개발로 이런저런 문제를 겪고 있다고.

메라울리에 대해 첨언하자면, 메라울리는 8세기 토마르 왕조의 아낭팔이 칸나우지에서 델리로 천도하면서 랄 코트 요새를 세운 곳으로 13세기까지 여러 왕조의 수도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들어섰음. 메라울리의 유적들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랄 코트 요새에 있는 미나레트인 쿠트브 미나르(해석하자면 ‘승리의 탑’)로, 13세기 초 북인도를 정복하고 이슬람 왕조 시대를 연 쿠트브웃딘 아이바크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8. 사우스이스트 델리 South East Delhi

면적 97km², 인구 1,500,636명. 델리 남동쪽에 위치한 구로 디펜스 콜로니와 사리타 비하르, 칼카지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됨. 디펜스 콜로니(짤1)는 이름 그대로 1960년대 인도군 참전용사를 위해 지어진 지구라고 하며, 현재는 레스토랑과 카페, 갤러리, 상점 등이 밀집한 지구라고. 델리 최남단의 사리타 비하르(짤2)는 1982년 아시안게임 개최와 함께 개발된 지구로, 녹지가 풍부하고 주변에 편의시설 및 산업시설들이 많다는 듯.

한편 동쪽 야무나 강변에는 오클라라는 오래된 동네가 있는데 강 건너편에 위치한 델리의 주요 위성도시 노이다 ㅡ New Okhla Industrial Development Authority의 약자(...) ㅡ 의 이름이 유래한 곳. 야무나강의 물을 가두어 두는 오클라 강둑이 이곳에 위치하며 델리의 주요 도매시장이 위치해 있다고. 오클라 지역은 무슬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국민이슬람대학교)가 소재함.

구의 남서쪽 외곽에는 과거 투글루크 왕조의 수도였던 투클라카바드의 폐허가 남아 있음. 1320년 할지 왕조가 찬탈로 멸망하자 기야스웃딘 투글루크는 병력을 일으켜 델리를 장악하고 투글루크 왕조를 창건했음. 기야스웃딘은 1321년 원래 델리의 동쪽에 신도시 투글라카바드를 건설했으나, 1325년 기야스웃딘이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 뒤 버려졌음. 지금은 기야스웃딘의 영묘만이 요새를 지키고 있는 모양새.

한편 무굴 제국의 2대 황제 후마윤의 묘도 델리 동남쪽에 위치해 있음. 후마윤은 바부르의 사후 22세의 나이로 무굴의 황제가 되었으나 셰르 샤 수르에 의해 인도에서 쫓겨나 페르시아로 망명했고, 15년간의 망명생활 끝에 권토중래하여 1555년 델리를 되찾아 제국을 재건했으나 바로 다음해 도서관에서 넘어지며(...) 죽음을 맞게 됨. 3대 황제 악바르는 후마윤의 성대한 무덤을 세웠고, 이후 아그라의 그 유명한 타지마할을 비롯하여 무굴 시기 지어진 화려한 영묘의 원형이 되었다고.

연꽃사원

한편 현대에 지어진 유명한 건축물로는 인도 최대의 바하이 신앙 사원이자 델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연꽃사원이 이 구에 위치해 있음. 1986년 세워진 사원은 이란 출신 건축가 파리보르즈 샤바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아름다운 외양으로 유명해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야무나 가트

앞서 살펴본 8개 구는 델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야무나강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면, 다음 3구는 야무나강 동쪽에 위치한 구들. 길이 1,376km의 야무나강은 히말라야의 야무노트리 빙하에서 발원하는 갠지스강의 가장 큰 지류로, 본류 갠지스강처럼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강임. 강은 델리의 주요 용수 공급원이지만 미비한 하수처리시설로 인해 심각한 오염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인디아타임스). 

[上] 간디 나가르 / [下] 마유르 비하르

9. 이스트 델리 East Delhi

면적 41km², 인구 1,461,440명으로 델리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구역. 야무나강 동쪽의 간디 나가르, 마유르 비하르, 프리트 비하르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음. 야무나 강변의 간디 나가르(짤1)는 2011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km²당 인구밀도가 8만 9천 명(!)에 달하는 곳으로 대규모 의류시장이 위치해 있다고. 좀더 외곽의 마유르 비하르(짤2)는 1980년대 델리 개발국에 의해 개발된 지역이라고 함.

한편 야무나 강변에는 2005년 악샤르담 사원이라는 거대한 힌두교 사원이 세워져 문을 열었는데, 완전히 인도 전통건축 방식에 따라 사암과 대리석으로만 지어졌다고. 남인도의 몇몇 사원들이 이의를 제기하긴 하지만 이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힌두교 사원으로 알려져 있음.

10. 샤다라 Shahdara

면적 35km², 인구 1,110,751명. 델리 동쪽에 2012년 신설된 구로, 샤다라와 비베크비하르, 시마푸리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됨. 샤다라는 ‘왕의 문’이란 뜻으로, 인도 동쪽에서 델리로 들어가려면 샤다라에서 강을 건너야 했기 때문에 옛날부터 시가지가 형성되었다고. 과거에는 파하르간지의 곡물 시장에 공급하는 곡물 창고 및 도매시장이 있었다고 카더라.

11. 노스이스트 델리 North East Delhi

면적 48km², 인구 1,378,779명. 델리 북동쪽의 실람푸르, 야무나 비하르, 카라왈나가르의 3개 소구역으로 구성된 구. 웨스턴 델리가 시크교도가 많다면, 이 구는 델리의 구들 중 무슬림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약 3분의 1) 곳이라고: 인구조사에 따르면 몇몇 동네에선 무슬림 인구가 70%를 넘기기도 함. 약간 부정적 얘기지만 인도 내 종교 분쟁이 현재진행형이다 보니 최근에도 종교 간 분규의 장이 되기도 하였음.

한편 NCR 경계선 바깥으로도 여러 위성도시들이 델리를 둘러싸고 있는데, 이들 위성도시들도 그 자체로 웬만한 대도시급 규모를 가지고 있음. 짤에 보이는 델리 남서쪽 구르가온(Gurgaon, 공식 명칭은 구루그람 Gurugram)은 북인도 최대의 IT산업 중심지로 인도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 ㅈ중 하나라고 카더라. 첫짤 왼쪽에 보이는 DLF 그룹의 사이버시티는 2000년대 개발되어 많은 기업들의 본사를 유치했다고.

델리 남쪽의 파리다바드는 야무나강 서쪽과 접하고 있는 하리아나주 제1의 도시(2011년 도시지역 인구 1,414,050명). 17세기 무굴 제국의 펀자브 주지사 샤이흐 파리드에 의해 세워진 도시는 인도-파키스탄 분단 이후 파키스탄에서 건너온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경공업 발전이 시작되어 현재는 차량과 가전, 타이어 등 다양한 공업이 발달했다고 카더라.

델리 남동쪽의 노이다는 1970년대 이후 인도 정부에 의해 특별경제지역(NSEZ)으로 지정되어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선 곳으로,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선 삼성전자가 인도 연구개발센터 및 스마트폰 공장을 여기 두고 있음. 짤1 오른편에 보이는 델리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80층의 슈퍼노바 스피라 빌딩과 인도 최대 쇼핑몰인 몰 오브 인디아 등도 노이다에 위치함.

델리 북동쪽의 가지아바드는 델리의 위성도시들 중 가장 인구가 많은 곳(2011년 도시지역 인구 2,375,820명). 가지아바드는 1865년 철도가 개통되면서 동인도 철도와 신드-펀잡-델리 철도의 교차점이 되었다고 하며, 파리다바드처럼 인도-파키스탄 분단 이후 펀자브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공장들을 세우면서 산업도시로 발달하였다고 함.

샤다라 구역의 스카이라인

여기까지가 인도의 수도 델리의 이런저런 모습들. 델리는 뭄바이와 함께 인도에서 가장 큰 도시로 뽑히는 도시인데, 전반적으로 보면 하늘로 솟구치는 스카이라인의 뭄바이와 대조적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는 인상. 무굴 제국 시대의 역사도시인 올드델리와 통치를 위한 거점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한 뉴델리, 외곽에 산재하는 계획적으로 개발된 지역들,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무계획적이고 조밀한 시가지들이 섞여서 복잡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