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사직단 단군성전(1968). 출처 http://www.aljago.com/dan_data/1_7.html


사진 2. 새마을주택

사진 1의 모습을 보면 재료는 철근 콘크리트이지만 모양 자체는 완벽하게 한옥과 일치함. 다포양식을 채용하였고, 단청은 칠해져있지 않지만 모습 자체는 한옥과 100%일치함

반면 아래는 재료가 시멘트와 함석지붕으로 크게 다름, 평면 자체도 기존의 민간 주택에서 변형되었고 재료 자체도 전부 다름.

어떤 사람은 1번을 보고 한옥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오히려 2번이 좀 더 한옥에 가깝다고 생각함.

사진 1의 경우 본인 생각에는 '저렇게 안지어도 되는 건물'임. 일부러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만들어진 기존과 전혀 다르지 않고 시대상에도 맞지 않는 그저 조잡한 모조품에 불과함. 소위말하는 '제관양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음. 

이런 건물은 한국적인 건축이라면서 띄워올려진 반면 엄연히 '한옥'이라고 할 수 있는 초가집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되어 사라지기 시작하고, 주택계량사업을 통해 새마을주택(사진 2)으로 변함. 하지만 본인은 이를 생활상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강제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상이라고 생각함.



사진 3. 새마을 주택과 기존 주택의 평면 변화 비교

양식이라는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하는 거임. 과거에 본인이 2층 한옥에 대한 글을 적었을 때(링크) 처럼 시대가 변하고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오면서 한옥은 자연스럽게 조적조 벽체를 도입하거나 2층의 난간을 도입하거나 중국식 옆처리를 도입하는 등 변화하기 시작함. 하지만 위쪽의 단군성전(사진 1)은 그런 변화가 전혀 없음. 오직 '한국적이기 위해' 기와지붕을 얹은 거임. 

반면 새마을주택은 똑같이 재료가 변하더라도, 기와지붕을 얹지 않더라도 민중의 삶이 변하면서(혹은 위에서 변화시켰더라도) 생겨난 변화를 캐치하고 그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음. 단순히 관광을 위해 한옥을 짓자? 이미 기존의 생활 자체가 한옥에서 생활하는 시절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똑같은 한옥을 지어봤자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부터 들음.

물론 이런 논리라면 현대에 지어지는 한옥도 꼭 그렇게 지어야 해? 라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어쩔 수 없음. 우리는 근대와 현대를 보내면서 '한옥' 즉 한국인의 집을 기와지붕을 얹은 목조 건축이 아닌 철근 콘크리트의 아파트로 바꾸었으니까. 이런 양식을 만든건 우리임. 물론 미래에는 다시 돌아갈 수도, 전혀 새로운 양식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과거의 유산을 그저 '복제'하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어쩌다보니 제목과는 많이 멀어진 것 같은데, 예전에 쓰인 어떤 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