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 요리에 익숙해진 뒤에 개량을 거듭해 지금의 맛이 됐으니 당시의 이 스파게티는 정말이지 카레가루 맛밖에 안 나는 별 것 아닌 애들 요리였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끔 그때의 맛을 떠올린다.

자세한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 터울 많이 나는 누나와 집을 보던 중에 문득 배가고파졌던건 아닐까? 누나는 내가 배고픈게 신경쓰였는지 생전 안 하던 요리를 해 주겠다고 했다.

이 스파게티는 그때의 음식이다.

참치 캔, 채썬 양파, 카레가루, 스파게티. 자잘한 부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단순해 빠진 재료만큼이나 단순한 맛이었을텐데 그때의 어린 입엔 이상하리만치 맛있게 다가왔다.
배고파서 그랬겠지. 다시 만들어 봐도 그때의 맛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리웠다. 맛있게 기억한다. 나이가 들고 누나와 따로 살게 된 지 오래 된 지금도 가끔 생각날 정도로.

참치 캔, 채썬 양파, 카레가루, 스파게티. 기본 재료는 변하지 않지만 나는 변했다. 마늘로 기름을 내고 약간의 설탕을 추가한 뒤에 면수를 사용해 애멀전화 시킨다. 지금의 이 파스타는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 나는 음식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의 맛을 그리워한다.

사진따위 잘 찍을 생각 없다.